해군 일병부터 10대 ‘자작극’까지…‘살인 예고’ 글 작성자 46명 검거
경우 따라 ‘살인예비죄 적용’ 검토…엄중 처벌
검거된 이들 대부분 미성년자…“장난으로 작성” 진술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6일 정오 기준 ‘살인 예고’ 글을 온라인에 작성한 46명이 검거됐다. 신림역·서현역 등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뒤 온라인에 ‘○○에서 ○○일에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식의 글이 확산하면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글이 사회에 실질적은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실제 ‘무차별 흉기 난동’ 등의 모방범죄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한 혐의로 검거한 인원이 46명이라고 밝혔다. 피의자 수는 전날 오후 7시 기준으로 16명이 늘었고, 전일 정오와 비교해 28명 더 붙잡혔다. 검거된 이들 상당수가 미성년자인 데다 ‘장난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이들에게 협박·특수협박죄를 적용하되 때에 따라 형량이 더 무거운 살인예비죄 적용도 검토하는 등 엄벌을 방침으로 삼았다.
경찰은 하루 사이 용산·왕십리역·모란역·의정부역 등에서 살인하겠다고 쓴 이들을 검거했다. 이 중에서 ‘부산 서면에서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작성한 이는 20대 해군 A 일병으로 나타났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A 일병을 검거해 헌병대에 인계했다. 강원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검거한 B군(17)은 ‘원주역에서 칼부림하겠다’는 글을 작성한 뒤, 이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보했다. 경찰은 B군이 자작극으로 다수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보고 검거했다.
또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계양역에서 7시 20명을 살인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혐의로 10대 청소년 C군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C군은 ‘장난으로 저지른 일이 커질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A 일병 역시 ‘술을 먹고 장난삼아 쓴 글’이란 내용으로 진술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세종 ○○중에서 칼부림 예고’ 등의 글을 올린 10대 2명 등을 검거했다.
경찰 측은 사건의 피의자 대다수가 청소년인 점을 고려해 매우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구체적인 나이나 성별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살인 예고 글이 온라인을 통해 올라오기 시작하다, 지난 3일 서현역 사건 후 전국에서 게재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서 대검 각 부서장, 사건 발생 지역 기관장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온라인 살인예고 범죄에 살인예비죄를 적용해 적극 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흉기 소지와 흉악범죄 발생 가짜뉴스도 엄정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온라인상 살인예비 위협 글 게시는 단순 ‘장난’으로 돌릴 수 없다”며 “국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경찰력과 치안 행정력을 적시에 필요한 곳에 쓸 수 없게 만드는 범죄”라고 말했다.
경찰은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다중밀집 지역에 경찰력도 배치하고 있다. 특별치안활동은 일상치안활동으로 치안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경찰청장이 재량으로 경찰 인력·장비를 집중 투입하는 조치다. 이날 전국 15개청 45개소에 소총과 권총으로 이중 무장한 경찰특공대원 128명이 전진 배치됐고, 장갑차도 11대 투입됐다.
장갑차는 ▲서울 종로3가역·혜화역·강남역·은마아파트사거리·잠실역 ▲부산 서면역 ▲대구 동대구역·반월당역·중앙로역·대구공항 ▲인천 인천공항·송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광주 버스터미널·광주공항·송정KTX역 등에 배치됐다. 경찰은 전날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요즘 흉기 난동이 유행이라던데 나도 송도달빛축제공원에 가볼까’라는 글을 남긴 글쓴이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흉기 활보’ 20대 허모 씨도 범행 당일인 지난 4일 새벽 SNS에 ‘경찰관을 찔러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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