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하반기 대어 기대감...IPO 반등은 언제
[진짜 대어는 누구]①
대어로 꼽혔던 파두·넥스틸,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
대어 종목 흥행 여부따라 IPO 회복 기대감 나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온전히 풀리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 ‘대어’(大漁)급 종목들의 상장 흥행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IPO에 나선 주요기업들의 청약 성적이 부진했거나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아직 시장은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PO 시장의 올해 첫 공모금액 조 단위 대어로 주목받았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가 지난 14일 전 거래일 대비 29.97% 상승한 3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상장 일주일여 만에 공모가(3만1000원)를 회복한 것이다. 이후 16일에도 장중 4만6850원까지 올랐다.
파두는 지난 7일 코스닥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파두는 상장 당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11% 급락한 2만76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 전부터 오버행(상장 후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올 우려가 제기됐는데, 파두 상장 일에 주식을 바로 매매할 수 있는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의 39.1%(1879만687주)에 달했다.
고평가 논란도 있었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파두의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 브로드컴, 마이크로칩테크놀러지, 맥스리니어 등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팹리스 3개사를 선정했다. 세 회사는 사업 분야는 반도체 전문 설계라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매출 규모나 시가총액은 파두보다 훨씬 크다.
앞서 파두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총 1082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362.9대 1을 기록했으며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인 3만1000원에 확정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선 79.75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증거금 약 1조9169억원을 모았다. 올해 최대 증거금을 모았던 2차전지 장비업체 필에너지(16조원)와 비교하면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오버행 이슈가 있고 수요예측 경쟁률이 부진함에도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에 최종 공모가가 결정돼 일반 청약 경쟁률이 낮아졌다.
조단위 대어 ‘파두’ 공모가 하회하다 반등
당초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첫 대어인 파두의 상장 성공 정도에 따라 IPO 시장의 흐름이 반전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두의 상장 성공 여부에 따라 후속 대어급 종목의 IPO 추진 속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관망세를 보이던 대어급 기업의 IPO 청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두뿐 아니라 올해 하반기에 상장한 기업들이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첫날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공모가 대비 37.64% 급락했으며 버넥트도 공모가 대비 26.88% 내렸다. 상장 첫날 에이엘티는 공모가 대비 9.8% 하락했고 뷰티스킨은 9.04% 하락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를 제외하고는 이들 기업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모두 10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모두 공모가를 하회하는 가격에 상장 첫날 거래를 마쳤다.
냉기류가 흐른 건 코스닥 상장사뿐만이 아니다.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강관제조전문기업 넥스틸은 지난 9~10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 결과 4.13 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액의 절반을 미리 납부하는 증거금 4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공모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넥스틸의 총 공모액(805억원)을 고려했을 때 청약 미달을 가까스로 면했다.
앞서 넥스틸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희망 가격 범위(1만1500~1만2500원) 하단인 1만1500원에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함을 감안해 상장 후 주가 상승 등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했다. 주관사인 하나증권 관계자는 "최근 다소 약화된 주식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가격을 결정했다"면서도 "넥스틸의 뛰어난 성장성과 독보적인 실적, 우수한 제품 경쟁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넥스틸이 선제적으로 몸값을 낮췄는데도 구주 매출 비중이 공모 물량의 47.86%에 달해 일반 투자자들의 투심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구주 매출은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공모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파두에 이어 넥스틸까지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시장분위기에 따라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 SGI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조 단위 대어들도 흥행 불확실성에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업종에 따라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상장 예정 대어 기업들은 파두와 비교했을 때, 기업 규모도 차이가 나고 업종도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예단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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