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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2분기 줄줄이 ‘실적 한파’…생존 전략은

해외여행 증가·경기 침체 장기화…역기저 효과까지 작용
업계, 해외 시장 확대·신규 브랜드 론칭 승부수

서울 강남구의 한 쇼핑몰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패션업계가 올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후 해외여행 등 큰 지출을 동반하는 소비가 늘어나면서다. 팬데믹 기간 국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역대급 초호황을 누린 데 따른 역기저 효과가 작용, 예년만 못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패션업체들은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신규 브랜드 론칭, 해외 시장 공략 등 저마다 외형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LF, 한섬, 코오롱FnC 등 대형 패션업체들의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 업체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5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1% 감소했다. 매출 5240억원으로 1.7%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1분기에 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보였으나 2분기 실적 악화를 피할 수는 없었다. 패션 수요 감소와 일시적인 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3억 9900만원으로 52.5%, 당기순이익은 194억원으로 41.7%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셀린느 등 일부 브랜드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한 것이 패션 부문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1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9%, 79% 증가했다.

한섬 본사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

한섬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 대비 78.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5%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는 2분기 매출이 3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27.2% 감소한 17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데는 기존 브랜드 리뉴얼 및 3개 브랜드 신규 출시, DX(디지털 전환) 등 공격적 투자에 따른 영향이 크다.

LF 패션 사업 부문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어든 3308억원, 영업이익은 43% 감소한 142억원을 기록했다. LF 측은 패션 사업 실적 악화에 대해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내수시장의 소비가 둔화하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리복 등 신규 브랜드 론칭에 따른 마케팅 비용, 유통망 확장 등 투자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부진의 원인으로 급속한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해외여행 수요 폭증 등을 꼽는다. 패션업체들은 당장 영업이익이 감소하더라도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실적 반등의 돌파구를 모색할 계획이다. 또 해외 수입 브랜드 론칭, 자체 브랜드 개발 및 육성 등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FnC는 하반기에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남성복 브랜드 ‘프리커’, 여성복 브랜드 ‘리멘터리’를 신규 론칭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브랜드 ‘케이트’(KHAITE)의 판권을 확보해 국내에 공식 유통하기로 했다. 해외 시장 확대에도 힘을 쏟아 붓는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미주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2017년 현지 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코오롱스포츠 차이나는 올 상반기에만 매출 2000억원을 기록했다.

스튜디오 톰보이.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효자 브랜드 중 하나였던 셀린느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하반기에 패션 부문에서 3개 이상, 코스메틱에서 3개 이상 신규 수입 브랜드를 론칭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지컷’은 영업권을 자회사인 신세계톰보이에 넘기고 콘셉트를 재정비한다. 스튜디오톰보이는 올 3월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에 공식 브랜드관을 개설했고 보브와 지컷도 미국·유럽 e커머스 입점을 계획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브랜드 ‘리포메이션’을 국내로 유통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하반기 프랑스 브랜드 ‘꾸레쥬’의 론칭도 앞두고 있다.

한섬은 하반기 해외 패션 포트폴리오 확대에 더 공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한섬은 올해 캐나다 럭셔리 아우터 브랜드 ‘무스너클’,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아스페시’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신규 매장을 선보였다. 내년 상반기 중 미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자 스트리트 컬쳐 기반 패션 브랜드 ‘키스’ 국내 1호 매장을 내놓는다. 자체 브랜드 ‘타임’의 30주년을 기념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한섬은 최근 해외 시장 전용 ‘더 타임’을 론칭하기도 했다. 한섬은 내년 파리패션위크를 기점으로 해외 공략을 확대하며 향후 5년 내 매출 5000억원대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급등하게 되면 파이 자체가 커져 수익성이 더 높아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인다”며 “해외 브랜드 판권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 패션업계 특성상 변동성이 크고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여러 개 갖고 있다 보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미리 구축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수기인 1분기에 비해 성수기인 하반기가 시작되면 상반기에 들여온 해외 브랜드들이 시장에 안착해 3분기부터 이익이나 매출이 반영되기 때문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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