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깊어지는 ‘보톡스 기업들’…식약처와 ‘간접 수출 갈등’ 뭐길래
[법정 위에 선 ‘보톡스’] ①
식약처, 보톡스 우회 수출 방식 ‘불법 행위’로 간주
1심 법원 “수출 규정 모호…국내 판매로 볼 수 없어”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일명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규제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국내 무역업체를 통해 제품을 수출하는 간접 수출 방식을 불법 행위로 보면서다. 이들 기업이 수출용 제품을 국내 유통했다는 것이 식약처가 주장하는 내용의 골자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해석이다.
“간접 수출로 현행법 위반” vs “10년 이상 된 업계 관행”
하지만 최근 법원은 식약처의 이런 판단에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을 맡은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지난 7월 보툴리눔 톡신 제조 기업의 하나인 메디톡스가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내려진 제조 판매 중지 및 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2건의 행정소송에서 모두 원고(메디톡스)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현행법이 ‘수출’에 대해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이 해당 제품을 직접 또는 간접 수출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가 된 약사법은 여러 차례 개정돼, ‘수출’이 규율 범위에서 완전히 제외됐다고 봤다.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간접 수출과 관련해 이를 규율 대상으로 남겼다고 볼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기업들이 국내 유통 기업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간접 수출한 것은 국내 판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항소를 통해 기업들과 법정 다툼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한국비엔씨 등과 진행 중인 행정소송 또는 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지방법원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만큼, 다른 재판부도 기업에 승소 판결을 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는 서울행정법원에서, 한국비엔씨는 대구지방법원에서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간접수출과 관련해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가 국내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규제당국을 향한 시장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젤과 메디톡스 등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출시하며 매출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소송으로 이들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휴젤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툴리눔 톡신으로만 매출 1500억원을 넘겼다. 같은 기간 메디톡스는 연매출 1700억원, 대웅제약은 1400억원 정도에 달한다. 휴온스바이오파마와 휴메딕스를 비롯한 후발주자들의 성장세도 거세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식약처가 나서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운 셈”이라며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과 법정 다툼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겪지 않아도 될 장애물을 만났다”고 했다. 또한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보툴리눔 톡신 제제 자체가 대중에게 지겨운 이슈가 된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관리 소홀하다” 지적…‘6년’ 소송전으로
식약처가 국내 기업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한 것은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특정 기업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휴젤 등이 자사의 균주를 훔쳐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을 고소하면서 시장 내 법정 다툼이 본격화했다. 메디톡스는 자사 제품을 미국에 판매하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현지 법원에 제소했고, 대웅제약과 휴젤은 균주의 출처에 문제가 없다며 다퉜다.
기업들은 한국과 미국, 두 국가를 넘나들며 긴 법정 공방을 벌였다. 미국에서는 국제무역위원회가 메디톡스의 주장에 힘을 실었는데, 이로 인해 메디톡스를 제외한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 국제무역위원회는 2020년 말 대웅제약이 이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수출명 주보)를 21개월 동안 수출하지 못하게 했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기술을 도입한 미국의 애브비가 나보타의 현지 판권을 보유한 에볼루스와 합의해 소송을 취하했고, 대웅제약은 겨우 수출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가 국내 기업이 간접 수출을 했다며 이들과 소송전을 벌인 것은 기업의 경영 활동에도 위기라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2020년 말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수출하며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회사가 생산한 제품에 대해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고, 이후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휴온스바이오파마 등 다른 기업에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기업들은 보통 국내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의약품을 판매하는데, 현행법으로 의약품을 취급할 수 없는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다른 기업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불법 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업체마다 간접수출의 형태와 사례가 다르고, 애초 간접수출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식약처가 유독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두고서 별다른 승인을 요구한다며 의구심도 드러냈다. 국내에서의 소모적인 논쟁이나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은 이제야 해외 시장에 발을 딛는 신생 기업이 많아, 제품 개발과 생산 시설 마련, 새로운 임상 개발 등 숙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법정 다툼으로 국내 기업들은 적절한 시기에 제품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기술 개발을 추진할 비용을 소송 등에 쓸 수밖에 없었다”며 “사실상 승자는 없던 제로섬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기업들보다 좋은 기술력과 낮은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러 사건들로 국내 기업이 역량을 개발하는 데 걸림돌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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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수출로 현행법 위반” vs “10년 이상 된 업계 관행”
하지만 최근 법원은 식약처의 이런 판단에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을 맡은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지난 7월 보툴리눔 톡신 제조 기업의 하나인 메디톡스가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내려진 제조 판매 중지 및 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2건의 행정소송에서 모두 원고(메디톡스)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현행법이 ‘수출’에 대해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이 해당 제품을 직접 또는 간접 수출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가 된 약사법은 여러 차례 개정돼, ‘수출’이 규율 범위에서 완전히 제외됐다고 봤다.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간접 수출과 관련해 이를 규율 대상으로 남겼다고 볼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기업들이 국내 유통 기업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간접 수출한 것은 국내 판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항소를 통해 기업들과 법정 다툼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한국비엔씨 등과 진행 중인 행정소송 또는 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지방법원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만큼, 다른 재판부도 기업에 승소 판결을 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는 서울행정법원에서, 한국비엔씨는 대구지방법원에서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간접수출과 관련해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가 국내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규제당국을 향한 시장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젤과 메디톡스 등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출시하며 매출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소송으로 이들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휴젤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툴리눔 톡신으로만 매출 1500억원을 넘겼다. 같은 기간 메디톡스는 연매출 1700억원, 대웅제약은 1400억원 정도에 달한다. 휴온스바이오파마와 휴메딕스를 비롯한 후발주자들의 성장세도 거세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식약처가 나서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운 셈”이라며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과 법정 다툼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겪지 않아도 될 장애물을 만났다”고 했다. 또한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보툴리눔 톡신 제제 자체가 대중에게 지겨운 이슈가 된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관리 소홀하다” 지적…‘6년’ 소송전으로
식약처가 국내 기업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한 것은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특정 기업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휴젤 등이 자사의 균주를 훔쳐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을 고소하면서 시장 내 법정 다툼이 본격화했다. 메디톡스는 자사 제품을 미국에 판매하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현지 법원에 제소했고, 대웅제약과 휴젤은 균주의 출처에 문제가 없다며 다퉜다.
기업들은 한국과 미국, 두 국가를 넘나들며 긴 법정 공방을 벌였다. 미국에서는 국제무역위원회가 메디톡스의 주장에 힘을 실었는데, 이로 인해 메디톡스를 제외한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 국제무역위원회는 2020년 말 대웅제약이 이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수출명 주보)를 21개월 동안 수출하지 못하게 했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기술을 도입한 미국의 애브비가 나보타의 현지 판권을 보유한 에볼루스와 합의해 소송을 취하했고, 대웅제약은 겨우 수출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가 국내 기업이 간접 수출을 했다며 이들과 소송전을 벌인 것은 기업의 경영 활동에도 위기라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2020년 말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수출하며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회사가 생산한 제품에 대해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고, 이후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휴온스바이오파마 등 다른 기업에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기업들은 보통 국내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의약품을 판매하는데, 현행법으로 의약품을 취급할 수 없는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다른 기업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불법 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업체마다 간접수출의 형태와 사례가 다르고, 애초 간접수출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식약처가 유독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두고서 별다른 승인을 요구한다며 의구심도 드러냈다. 국내에서의 소모적인 논쟁이나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은 이제야 해외 시장에 발을 딛는 신생 기업이 많아, 제품 개발과 생산 시설 마련, 새로운 임상 개발 등 숙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법정 다툼으로 국내 기업들은 적절한 시기에 제품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기술 개발을 추진할 비용을 소송 등에 쓸 수밖에 없었다”며 “사실상 승자는 없던 제로섬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기업들보다 좋은 기술력과 낮은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러 사건들로 국내 기업이 역량을 개발하는 데 걸림돌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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