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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HMM 본입찰 숏리스트…‘승자의 저주’ 우려 여전

하림·동원·LX 3파전…하파그로이드 탈락
희망인수가 5조원 제시…가격차 아직 커
몸집 작은 3社, 자금 동원 계획 관건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HMM(011200) 예비입찰에 참여한 독일 최대 컨테이너선사 하파그로이드(Hapag-Lloyd)가 HMM 인수전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본입찰에 합류한 하림, 동원, LX 등 3곳의 자금 동원력을 감안할 때, HMM 최종 인수 후보가 이 중에서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은 지난 21일 HMM 매각 예비입찰 후보 중에서 하림, 동원, LX 등 세 곳을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자)로 선정했다. 숏리스트에 들어간 기업들은 HMM을 직접 실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향후 산은은 본입찰 참여자 중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의 본입찰 제외는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하파그로이드는 독일 최대 해운사이자 글로벌 순위로도 5위에 이르는 대형 선사다.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 국내 기업보다 우위에 있었고, HMM 인수시 글로벌 순위가 3위로 뛸 수 있는만큼 HMM 인수에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국내 최대 해운사를 외국계 선사에 매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컸다. HMM이 해외로 매각될 경우 터미널·컨테이너 운송자산이나 HMM이 수십년간 쌓아온 해운업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파그로이드가 숏리스트에 들어갈 경우 HMM을 실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 중요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산은 측도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숏리스트를 추린 것으로 보인다. 

HMM 인수전이 3파전으로 압축됐지만 각 기업의 자금 조달 여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신한·국민·우리은행 등 은행 3곳과 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 증권사 2곳을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확보했다. 후발주자인 동원은 하나은행과 손을 잡았고, LX는 대형 증권사와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 기업은 예비입찰 단계에서 희망 인수가로 5조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자체적으로 2조원 정도를 조달하고, 2조원 규모 브릿지론과 인수금융을 각각 일으켜 6조원 가량 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동원은 계열 분리된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지원사격 가능성이 있고, LX는 방계 그룹인 LG, GS의 도움을 받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세 곳 모두 자체 여력만으로는 HMM을 인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승자의 저주’ 우려도 여전하다. 보유 현금성 자산은 올해 1분기말 기준 LX그룹이 2조4000억원, 하림(1조6000억원), 동원(6300억원) 수준으로 5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에 크게 못 미친다. 자산 총액으로 봐도 하림 17조원, LX그룹 11조원, 동원산업 9조원 등으로 24조원 규모인 HMM 보다 모두 적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HMM에 쌓인 10조원 규모 현금을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말 기준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3조원에 달한다. 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도 10조원이 쌓여 있다. 인수 후 배당 성향을 확대해 수조원을 끌어온다면 인수자의 재무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자금을 댄 사모펀드나 금융사도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숏리스트 3개 기업 중 HMM을 품을 곳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각 공고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예비입찰 참여 기업 중 적격 후보가 없다고 판단하면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이 연내 주식매매 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적정 후보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숏리스트에 포함된 3개사는 향후 두 달간 HMM 실사를 진행한다. 실사가 마무리되면 본입찰을 통해 원매자를 낙점해 SPA를 체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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