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프라이즈 구성원 ‘울분’…보여주기식 변화에만 ‘급급’
‘경영 실패’ 백상엽 전 대표, 사임 직후 고문 위촉
카카오 노조 단체행동 촉발 원인…감사요구서 발송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서비스명 변경…내부선 “의미 없는 변화”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적자 행보 중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서비스명을 변경하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인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노조가 단체행동을 나서게 된 주된 원인을 제공한 계열사로 꼽힌다. 경영 악화에 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경영진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사임 후 바로 급여를 받는 비상임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기업용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 i 클라우드’의 이름을 ‘카카오클라우드’로 변경했다고 1일 밝혔다. 회사 측은 “한층 강화된 클라우드 기술력을 기반으로 클라우드서비스공급기업(CSP)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소 어려운 클라우드 기술을 ‘카카오스럽게’ 보다 손쉽고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공지능(AI) 기술력에 더해 디지털 전환의 기반 기술인 클라우드 사업 고도화에 집중하겠단 취지다. 서비스형인프라(IaaS)를 중심으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플랫폼(PaaS) 역량을 모아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카카오 내부에선 “서비스 이름만 바꾼다고 사업성이 강화되느냐”란 볼멘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관측된다. 사내 구성원과 소통을 강화하거나 책임 경영의 모습 없이 대외에 ‘보여주기식’ 변화에만 집중하고 있단 지적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출범한 뒤 2020년 6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사업 확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21년 적자 전환한 뒤 좀처럼 반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연간 영업손실은 ▲2020년 368억원 ▲2021년 901억원 ▲2022년 1406억원으로 점차 확대됐다.
이에 따라 백 전 대표가 지난 5월 자진 사임했다. 대외적 명분으론 실적 악화와 투자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단 점을 내걸었다. 그러나 사임 직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됐다. 백 전 대표의 바통은 이경진 당시 부사장이 이어받았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클라우드·검색 사업 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7월부터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구성원은 희망퇴직을 받고 있음에도 백 전 대표는 다시 고문으로 위촉됐다는 점은 부당한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소속 조합원은 7월부터 8월까지 두 차례 집회를 여는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7월 26일 집회엔 약 300명이 모였다. 2018년 10월 출범한 카카오 노조의 첫 단체행동이기도 하다. 이들은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경영진 이익에만 집중하는 부당한 회사 운영을 사과하고 책임 경영을 요구했다. 고용 안정을 보장해달라고도 촉구했다.
8월 17일 열린 두 번째 집회에선 항의서한에 답변하지 않는 김 센터장의 태도를 비판하고, 백 전 대표의 고문 위촉에 대한 부당성을 재차 짚었다. 노조는 카카오 이사회에 백 전 대표의 고문 위촉을 감사해달라는 요구서도 공문 형태로 발송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측은 백 전 대표의 고문 위촉은 ‘동종업계 이직’을 막기 위한 통상적 절차란 입장이다.
한편,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이번 서비스명 변경에 대해 “클라우드 기술 기업으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누구나 손쉽게 고성능·고품질 클라우드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 고도화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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