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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라임사태 상흔 여전…소비자보호·신뢰회복 ‘요원’

[사모펀드의 빛과 그림자]②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피해금액 5조원인데…배상액은 40%
소비자보호 강화·자체 보상 마련에도
징계·법적조치 느려…솜방망이처벌 지적도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까지. 1만3000여명의 피해자를 낳은 ‘사모펀드 사태’는 짙은 상흔을 남겼다. 이후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과 금융사들의 자체 보상 등을 통해 피해 투자자의 배상이 이뤄졌지만, 전체 피해금액 5조원 가운데 지급된 배상액은 피해액의 4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대다수 판매사들의 제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금감원의 투자자 보호 노력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용사와 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사들도 ‘소비자보호 강화’를 내걸고 재발 방지에 힘쓰고 있다. 개별 금융사는 물론 지주사 차원에서 관련 부서를 신설한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늘어나는 해외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펀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 2의 라임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환매중단에 1만3000명 피해…제재는 ‘차일피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관련 투자자 수는 1만3176명, 판매 잔액은 5조159억원에 달한다. 펀드 별로는 2019년 10월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가 4473명·1조538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이어 ▲2020년 6월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펀드(884명·5084억원) ▲2019년 7월 환매 중단된 독일 헤리티지펀드(1695명·4772억원) ▲2019년 4월 환매 중단된 디스커버리펀드(1278명·2612억원) ▲2019년 12월 환매 중단된 이탈리아 헬스케어(590명·1753억원) 등이다. 

수조원대 피해가 발생했지만 피해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은 지지부진하다. 올해 2월까지 지급된 배상액은 2조3838억원으로 전체 피해액(5조159억원)의 47.5% 수준에 그친다. 펀드별로 이미 지급된 금액은 라임 7797억원, 옵티머스 3250억원, 독일 헤리티지 4151억원, 이탈리아 헬스케어 1084억원, 디스커버리 891억원 순이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 운용사 및 판매사에 대한 징계 수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라임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에 업무 일부정지·과태료 76억6000만원, 신한은행엔 업무 일부정지·과태료 57억1000만원,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엔 업무 일부정지·과태료 40억8800만원 등을 부과했다.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업무 일부정지·과태료 51억7000만원, 하나은행은 업무 일부정지 처분을 각각 받았다. 기업은행은 라임과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로서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47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유안타증권은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기관 경고와 과태료 11억8600만원을 받았다. 

아직 제재가 정해지지 않은 판매사도 다수다. 올해 5월 기준 라임펀드 등과 관련해 현대차증권·교보증권·하나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는 진행 중이다. 디스커버리펀드와 관련해서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NH투자증권·신영증권·하이투자증권 등에 대한 제재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대상 사모펀드는 국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복잡한 구조로 연결돼 있고,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도 많아서 여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남은 분쟁 민원에 대해서도 신속히 분쟁조정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보호 강화 나선 금융사들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른 금융사들은 소비자보호 강화를 과제로 내걸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11개 그룹사와 함께 ▲금융소비자 리스크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전기통신금융사기 예방 강화 ▲완전판매문화 정착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 강화를 4대 전략과제로 수립 등 4개 전략과제로 내건 ‘소비자보호를 위한 전략 선포식’을 개최했다. 

우리은행도 라임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 총괄 부서인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을 신설했다. 라임펀드 관련 손실 배상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라임펀드 판매사이자 옵티머스펀드 수탁사였던 하나은행도 2021년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고객 중심의 적극적인 소비자보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실 사모펀드의 ‘전액 보상’에 나섰던 증권사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옵티머스펀드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은행이 독점하던 사모펀드 수탁 사업에 진출했다. 펀드 편입 자산을 취득·처분하고 기준가 검증 및 운용 감시 역할을 맡는 수탁업무를 맡아 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책임있는 감시자로 나서겠다는 목표였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7월 손실의 15%까지 책임지는 손익차등형펀드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7개 사모펀드에 고객의 공모펀드가 선순위로,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계열사가 후순위로 투자해 하위 펀드의 15% 손실까지 후순위 투자자가 먼저 손실을 반영하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은 팝펀딩·옵티머스펀드 판매사였다. 

이같은 노력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 ‘미흡’ 등급의 금융사가 크게 줄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태평가 대상 30개사 중 ‘양호’ 3개사, ‘보통’ 26개사, ‘미흡’ 1개사로 집계됐다.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2020년 미흡 등급 은행 5곳, 증권 4곳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다만 해외 부동산 펀드 관련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우려는 여전하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의 홍콩 오피스 빌딩 펀드가 90% 상각 처리된 가운데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독일 트리아논 빌딩 건물 매각을 추진 중인데, 빌딩을 매입가보다 낮게 매각할 경우 개인 공모 투자자와 하나증권 등 기관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하나대체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도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사모펀드 부실사태를 계기로 수탁기관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사모펀드에 대한 감시의무를 강화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자 자산을 보다 근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탁기관의 의무를 명확히 하고, 투자자문업자와 수탁기관 간의 서면계약 등을 필수로 하는 미국의 수탁 규정 개정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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