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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열풍’ 이면에 도사리는 위기...‘악성 미분양’ 늘었네

[사면초가 건설업계] ④
청약 흥행했지만...주택 인허가 감소세
‘데드 캣 바운스’ 우려...“규제 완화 따른 반짝 상승, 2009년 연상케 해”

대구광역시 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수도권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급격히 오르며 연일 화제가 되는 가운데 현재의 추세가 ‘반짝 회복’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현 상황이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우려한 정부의 규제 완화와 시장 참가자들의 ‘사자’ 심리로 집값이 올랐던 2009년을 연상케한다고 말한다. 현 시장 분위기가 새로운 대세 상승기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증권가에서 급락하던 가격이 일시적으로 소폭 회복하는 현상을 일컫는 일명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올해 반등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1~2년 내로 본격적인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온다면 내년부터 표면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허가 감소 뚜렷, ‘분양 흥행’ 착시효과인가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수도권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36.62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월 청약경쟁률 0.28대 1 대비 무려 130배 오른 수치다. 

아파트 시세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분양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과 수도권 및 세종시 등 일부 지방광역시 주도로 7월 셋째 주부터 한 달 넘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춤했던 부동산시장이 올해 들어 다시 ‘대세 상승’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통계가 긍정적 신호인 것은 아니다. 주택·건설경기 선행지표인 인허가 실적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주택인허가 실적은 20만7278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만5855호보다 29.9% 줄었다.

인허가 감소 현상은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발견된다. 지방은 인허가 물량이 18만5920호에서 12만8389호로 1년 만에 30.9% 감소했다. 수도권은 지난해 10만9935호에서 올해 7만8889호로 3만호 넘게 줄었다.

이처럼 새로 지어질 주택량이 감소세지만 ‘진성 미분양’ 또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공사 완료 후 미분양) 가구 수는 완만하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보고’를 보면 지난 7월 전국에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9041호를 기록했다. 6월 9399호보다는 줄었지만 전반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부터 공급 부족에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상승 VS 하락, 내년이 분수령

대다수 전문가는 올해 초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청약을 기점으로 시작된 규제 완화 정책이 현재 분양시장을 비롯한 부동산시장 전반이 일부 회복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현재의 반등이 앞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은 부족한 상태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중도금 대출 규제가 풀리고 세대주뿐 아니라 세대원들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게 되면서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실수요자는 물론, 분양권 웃돈을 노리는 투자자들까지 청약 신청에 모여들고 있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며 위기설이 확산되던 시장은 2009년 잠시 반등했는 데 당시 분위기와 현재의 모습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그동안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PIR(연소득 대비 집값 비율·Price to Income Ratio) 또한 높아졌기 때문에 현재 추세가 계속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 쯤 젊은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분양이 대량 풀리면 민간 아파트시장이 점차적으로 하락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부동산 전망은 ‘신의 영역’이므로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 강남 등 서울 상급지에서 수십억대 신고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분위기가 앞으로도 유지되려면 중하급지 거래가 살아나며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함께 받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일부 중급지에서는 이 같은 신호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 분위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지는 내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시장 침체를 예견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분양 흥행이 일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을 뿐 지방에는 미분양 우려가 여전해서다. 이 때문에 분양을 미룬 채 고금리에 시달리는 일부 건설사들은 보유 택지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IMF와 금융위기를 경험하며 몇 년만 버티면 좋은 시기가 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레버리지를 이용해 땅을 사들인 회사들이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분양 흥행이 불투명한 지방 택지부터 팔려한다”라면서 “정부에서 공공택지 전매를 허가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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