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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 경쟁률은 왜 낮죠?”…허수청약 사라진 수요예측 신풍경 [허지은의 주스통]

7월 신고서 제출기업부터 허수성 청약 금지
‘1000 대 1’ 우습던 경쟁률, 하향 평준화
참여기관 수는 그대로…흥행 가늠자 변화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올해 7월 증권신고서 제출 기업부터 허수성 청약이 금지되면서 수요예측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27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정도의 경쟁률은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흥행 참패’로 여겨지던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의 허수성 청약이 금지되면서 경쟁률의 거품이 빠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앞으론 수요예측 경쟁률보다 참여기관 수(청약 건수) 등 다른 지표로 흥행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27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요예측엔 국내외 기관 투자자 1920곳이 참여했는데, 이중 1540곳이 희망 공모가 밴드(2만1000~2만6000원) 상단보다 높은 가격을 적어냈고, 최종 공모가는 2만600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수요예측 결과는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흥행 가늠자로 통했습니다. 청약에 앞서 진행되는 수요예측에서 더 많은 기관이 참여할수록, 더 높은 가격을 써낼수록 흥행 가능성이 높은 걸로 통했습니다. 특히 수요예측 경쟁률은 통상 1000대1을 넘어야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보다 낮은 100단위 경쟁률의 경우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죠. 

그동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대어들의 수요예측에선 1000대1 이상의 경쟁률은 허다했습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1883대1), 카카오뱅크(1733대1), SK바이오사이언스(1275대1), 에스디바이오센서(1144대1) 등이 대표적입니다. 같은해 상장한 크래프톤이 수요예측에서 243대1의 경쟁률을 받아들었을 때, 시장 안팎에선 ‘IPO 대어가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국내 증시 최대 흥행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수요예측 경쟁률이 무려 2023대1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주문 규모는 1경520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몰렸는데요. ‘경(京)’은 1조원의 1만배로,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작년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이 1조6652억달러(약 2185조원)였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환상 속의 숫자’인 셈이죠. 

하지만 그동안 수요예측에서 기관 투자자가 적어낸 금액은 그들의 실제 납입 능력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일반 청약과 달리 기관 투자자들은 수요예측에 참여할 때 증거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종 배정받은 수량의 대금만 납입하면 되는 거였죠. 

때문에 기관들은 수요예측에서 최대한 많은 물량과 높은 가격을 써내는 게 관례였습니다. 1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서 실제 납입 능력과 무관하게 무리한 베팅에 나선 건데요. 실제 지난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 당시 순자산이 1억원밖에 되지 않은 기관이 9조5000억원을 제시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IPO에서 허수성 청약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7월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의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의 주금납입능력, 즉 실제로 투자금을 납입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로 한 겁니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은 각 기관 투자자의 운용자산(AUM) 등을 고려해 납입능력을 서면으로 확인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실제 허수성 청약이 금지된 7월 이후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크게 낮아졌습니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191대1), 빅텐츠(731대1), 인스웨이브시스템즈(672대1), 아이엠티(753대1), 레뷰코퍼레이션(643대1), 밀리의서재(619대1), 한싹(840대1) 등은 모두 1000대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6월 신고서를 낸 9개 기업 중 파두(362대1)와 넥스틸(235대1)을 제외한 7개 기업이 모두 10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달라진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아닌 참여 기관 수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간 경쟁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 수요예측 신청수량이 실제 주금납입능력 증명 탓에 현실화된 반면, 참여 기관 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인스웨이브시스템즈(1872곳), 아이엠티(1821곳), 밀리의서재(1915곳), 한싹(1879곳) 등은 모두 1800~1900곳의 기관이 참여했는데, 이는 제도 개편 이전에도 흔히 등장하던 숫자입니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비슷한 수의 기관 투자자가 수요예측에 참여했습니다. 또 두산로보틱스 공모금액과 수요예측 참여주식수를 공모가(2만6000원)로 환산할 경우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약 63조원입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최대 규모 딜입니다. 앞서 수요예측을 진행한 아이엠티가 12조5000억원을 기록했고, 밀리의서재(16조원), 한싹(10조7000억원) 등도 10조원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어의 명성’은 지켜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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