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신세계, 신사업 자금 마련 창구 된 신세계프라퍼티
이마트 적자 커지자 신세계프라퍼티 자체 자금 수혈 나서
부동산 투자회사 리츠 설립 추진…스타필드 하남 유상감자 실시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적자에 빠진 신세계그룹이 신사업에 사용할 대규모 투자금 마련 방안을 고심하는 가운데, 신세계프라퍼티가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그룹 내 부동산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프라퍼티를 주축으로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 리츠 설립에 나서는 한편 스타필드하남 유상감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 등으로 신규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타필드하남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6일 유상감자하기로 결정했다. 감자 비율은 8.23%로 보통주 126만3025주 규모다. 주주로부터 1주당 1만5835원에 사들여 총 200억원 규모의 투자금 회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유상감자로 스타필드의 자본금은 767억2900만원에서 704억1400만원으로 줄어든다.
유상감자는 통상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방식으로 꼽힌다. 회사가 주주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주식을 회수해 소각하는 절차를 거친다. 지난해 말 기준 스타필드하남의 주주는 신세계프라퍼티(51%)와 글로벌 쇼핑몰 개발사 터브먼·블랙스톤(49%)으로 구성돼있다. 신세계프라퍼티와 터브먼 등은 유상감자로 확보한 자금을 신규사업에 재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잇단 개발사업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룹 차원의 투자계획에서 주축을 담당하면서 투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세계는 현재 4조5000억원 규모의 화성국제테마파크와 1조원이 투입되는 스타필드 청라를 비롯해 스타필드 수원, 창원 등 신규 출점을 추진 중이다. 백화점·스타필드 등이 들어서는 동서울터미널 개발 계획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2월에는 신세계프라퍼티가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 사이 신세계프라퍼티의 재무 안정성은 악화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총 차입금은 2018년 말 21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3043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세계프라퍼티의 현금성자산과 현금창출력을 고려할 때 감당하기 쉽지 않은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프라퍼티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연결 기준 약 1479억원이다. 또 최근 3년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연 1000억원 대 수준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이번 스타필드 하남 유상감자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를 잘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다만 유상감자한 금액이 200억원으로 신규 투자하는 금액들은 천억원 단위나 조 단위로 이번 건을 통해 재투자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금액은 신규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스타필드 고양의 경우 국민연금이 절반의 지분 투자를 했고, 스타필드수원에는 KT&G가 약 1233억원을 출자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준비하고 있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모회사 이마트 실적악화로 자체 자금 수혈
최근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리츠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프라퍼티 AMC’ 설립을 위해 지난 7월 국토교통부에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며 심사가 진행 중이다. 국토부의 인가를 받게 되면 AMC는 신세계프라퍼티가 100% 출자한 자회사로 설립된다.
리츠는 주식회사의 형태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기구다. AMC는 리츠로부터 자산의 투자·운용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곳이다.
신세계의 리츠 설립 행보는 부동산을 내다 팔지 않으면서도 대규모 신사업에 쓸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리츠를 통해 자산을 매각하면 소유권을 잃지 않은 상태로도 목돈 마련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금리로 회사채 발행 등이 어려운 상황일 경우 부동산을 전부 팔아넘기는 대신, 임대 등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에도 신세계프라퍼티는 7월에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것을 대비해 대규모 자금 확충도 단행했다. 회사채 대신 사모 신종자본증권으로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채와 달리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 건전성 지표 개선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채보다 이자 비용이 많이 들고 콜옵션 도래에 따른 중도 상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모회사인 이마트의 자금지원이 쉽지 않아서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지분의 100%를 보유한 이마트는 그동안 부족한 투자자금을 신세계프라퍼티에 지원해 왔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세계프라퍼티에 대한 이마트의 유상증자 규모는 73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마트의 재무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추가 자금 수혈은 어려워 보인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에 따른 자금 소요로 총차입금이 2020년 말 6조1799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1조2731억원 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이마트는 최근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만 4년간 이마트를 이끌던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실상 실적 악화에 따른 경질로 풀이된다. 이마트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4조40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39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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