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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지역축제, 더이상 '도시 소멸' 해법 아니다[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인구 감소와 도시] ④
난립하는 축제...결국 제로섬 게임
도시 ‘생활인구’ 늘리기 해법...워케이션 필요

강원도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 관광객들이 열차를 타고 메밀꽃밭을 구경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관광객 유치’는 최근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들이 선택하는 일종의 방어 전략이다. 요즘 국내여행은 해당 여행지 문화재 관람 목적보다는 지역맛집 방문 또는 지역축제 참여가 주 이유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에 문화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도시들은 다양한 지역축제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인구감소로 쇠퇴기로에 놓인 지방도시에게 축제는 ‘지방소멸’, ‘쇠퇴의 물결’ 속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축제가 너무 많다보니 경쟁력이 약화된다. 전국에서 2일 이상 열리는 문화축제는 연간 8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당일치기 축제를 합치면 1만5000여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남의 한 도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지역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이처럼 지역축제가 많아지다 보니 유사 축제가 파생되기 일쑤다. 해마다 이런 유사 축제가 반복되면 관광객들의 발길도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교통수단의 고속화, 다양화로 당일치기 방문이 늘다보니 지역에서의 소비금액도 소폭 증가에 그치거나 오히려 감소 추세다. 대규모 축제일수록 수익은 적자다. 이것이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양산해 낸낸 ‘너도 나도 축제’의 낯뜨거운 성적표다. 이는 국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지방도시 상황도 비슷하며 유럽도 마찬가지다. 

국내 관광시장 역시 제로섬 게임이다 보니 한 곳에 관광객이 늘면 다른 곳은 줄어드는 구조다. 최근 한국은 한류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의존도가 높을수록 ‘오버투어리즘’(관광객 초과로 다양한 부작용 발생)으로 몸살을 앓거나 외부요인(코로나나 외교문제 등)이 발생하면 속절없이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관광객만으로 지방소멸과 쇠퇴를 대응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같은 도시 인구 감소를 해결하려면 ‘생활인구’를 늘려야 한다.

소멸하는 지방도시, ‘생활인구’를 늘리자

생활인구는 2023년 1월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서 새롭게 도입된 개념으로 기존 주민등록인구 및 외국인 등록인구 외 지역 체류 인구까지 포함한다.

현재는 ‘출입국 관리법’에 따라 등록한 외국인, 지역 소재 직장인, 지역학교 학생, 관광 휴양지 방문을 이유로 체류하는 경우를 생활인구로 정의한다. 

하지만 한 도시의 실제 생활인구 규모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도입초기여서, 생활인구의 범위가 모호하고 지원기준으로서 생활인구 측정방식과 재원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여서다.

생활인구와 유사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의 ‘관계인구(關係人口·2016년 도입)’와 독일의 ‘복수주소제’를 들 수 있다.

일본의 관계인구는 특정지역을 응원하고 싶은 사람에게 해당 지역과의 연관성을 심화시키고 고향에 마음을 두고 있는 외지인이 해당 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만든 개념이다. 특히 관계인구는 우리나라의 ‘고향기부제’와 유사한 ‘고향납세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독일의 ‘복수주소제’는 거주지로 등록된 지역과 실제 생활공간이 다른 인구를 관리할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주말부부나, 취학, 취업 등의 이유로 주거지를 떠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행정 및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복수주소제는 주거주지와 부거주지를 모두 신고해야 하고 부거주지에도 세금을 내야한다. 반면 임대료나 주거지로 이동하는 왕복교통비를 소득세에서 세액공제해 주는 등 혜택도 많다.

관계인구와 복수주소제 모두 모두 지방소멸에 대한 대응이면서 동시에 이동성이 증대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인정하고 이를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제 은퇴를 해도 고향으로 이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은퇴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도시에서 오랫동안 살던 도시민들이 지방으로 이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남성(남편)들은 지방도시나 농촌 등으로의 이주를 선호하지만 여성(부인)은 이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완전한 이주 대신 지방과 ‘관계를 맺는 수준’이라면 어떨까. 이는 은퇴계층 뿐만 아니라 청년층, 자녀양육 세대들까지도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월 27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역귀성객들이 보따리를 든 채 터미널을 나서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제 명절 때 고향 방문자는 줄고 대신 해외여행이나 수도권으로 역귀성하는 인구는 늘고 있다. ‘고향’이라는 개념도 점차 희석되는 분위기다. 명절 때만 방문하는 고향은 그 수명이 다한 듯하다. 실제 필자 주변을 보면 올해 총 6일간의 추석휴가를 즐기기 위해 고향 대신 여행을 선택한 사람이 더 많았다.

이제 지방도시들은 ‘고향’이라는 ‘향수(과거)’ 대신 ‘새로운 일터(현재와 미래)’로 자리잡혀야 한다. 지방도시로 기업 이전이 어렵다면 일하는 사람들을 이전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워케이션’이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말 그대로 휴가지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업무방식을 뜻한다. 제주나 강원도 같은 휴가지에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씩 근무하는 방식이다.

근무지의 경계를 허무는 업무 형태가 늘어난 것은 지자체가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자연환경과 다양한 관광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워케이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워케이션’ 유치는 관광객에만 의존하는 생활인구 증대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 숙박형 여행 수요를 지속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투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덤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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