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대목’이다. 특히 올해 추석은 10월 2일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6일간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OTT 운영 기업들은 긴 연휴를 맞아 자연스럽게 높아진 콘텐츠 수요에 대응해 볼거리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특히 설립 이래 단 한 차례도 흑자를 올리지 못한 토종 OTT 기업들은 이번 추석 연휴를 기회로 보고 신규 가입자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OTT 플랫폼은 1강·3중·2약 구도를 그린다. 넷플릭스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 순으로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콘텐츠 공룡’ 월트디즈니가 운영하는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오리지널 ‘무빙’ 공개 후 가입자가 상승하곤 있지만, 국내 상륙 후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일 OTT 스타트업 왓챠는 존폐 기로에 놓일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 등 국내 OTT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30만~550만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왓챠는 65만~70만명 수준에 그친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마케팅클라우드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OTT의 MAU는 ▲넷플릭스 1222만5142명 ▲쿠팡플레이 562만5295명 ▲티빙 539만8255명 ▲웨이브 439만2344명 ▲디즈니플러스 269만3272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총이용 시간은 ▲넷플릭스 1억295만5002시간 ▲티빙 4536만3737시간 ▲웨이브 4491만9971시간 ▲쿠팡플레이 1827만600시간 ▲디즈니플러스 915만335시간으로 나타났다. 웨이브는 사용자 수에 비해 이용 시간이 길고, 반대로 쿠팡플레이는 사용자 수에 비해 이용 시간이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쿠팡플레이가 다른 OTT와 다소 성격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발생한 차이로 보인다. 다른 플랫폼은 오직 콘텐츠만을 두고 시장 경쟁을 벌이지만,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빠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와우멤버십에 가입하면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와우멤버십은 월 4900원에 쿠팡플레이·쿠팡이츠(배달앱)·로켓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현재 1100만명 수준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이에 따라 쿠팡플레이 이용자도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콘텐츠만 비교한다면 여타 OTT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플레이의 서비스 구조가 다르긴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쿠팡플레이 볼거리 확보를 통해 와우멤버십 가입자 증가를 노리는 점은 여타 플랫폼과 동일하다.

OTT 사업 승부수는 단연 ‘콘텐츠 효과’

추석과 같은 긴 연휴는 OTT 수요가 높아지는 기간으로 꼽힌다. 이 기간 가입자 증가를 노리는 OTT 운영사들의 무기는 단연 ‘콘텐츠’다.

아이지에이웍스는 최근 ‘마클차트 2023 대한민국 OTT 트렌드 인사이트’ 리포트를 통해 각 OTT 신규 콘텐츠 공개 전후 7일을 기준으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수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대형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해당 OTT의 신규 설치 수가 오르는 추이를 보였다. 무빙(디즈니플러스)·마스크걸(넷플릭스) 등 간판급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신규 설치 수가 높아지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신규 설치 증감률은 콘텐츠 공개 후 ▲디즈니플러스 139.9% ▲티빙 28.7% ▲쿠팡플레이 18.4% ▲웨이브 10.5% ▲넷플릭스 1.2%를 기록했다.

연휴에 따른 이용자 증가도 반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웨이브가 최근 2년간 추석 시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화와 시리즈물에 대한 시청이 높아지는 추이를 보였다. 2021년 추석에는 영화 시청 시간이 직전 주 대비 27% 증가했고, 지난해 추석 역시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브 이용자들은 추석 기간 일평균 7개의 타이틀을 시청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목 잡아라”…쏟아지는 볼거리

이 때문에 올해 추석에도 OTT 플랫폼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를 마련했다.

①넷플릭스는 이번 추석에 맞춰 ▲데블스 플랜(9월 26일)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9월 27일) ▲인카운터 : UFO와의 조우(9월 27일) ▲포가튼 러브(9월 27일) ▲빈틈없는 사이(9월 28일) ▲하늘 위에 사랑이(9월 28일) ▲탈피(9월 29일) ▲노웨어(9월 29일) 등의 신작을 공개한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의사·과학 유튜버·프로 게이머·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을 제작한 정종연 PD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제작했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는 도박에서 속임수를 쓰기 위해 비범한 기술을 배우는 부자 헨리 슈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와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 그리고 드라마 ‘셜록’ 시리즈 주연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헨리 슈거 역을 맡았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등을 제작한 웨스 앤더슨 감독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등을 집필한 작가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제작했다.

이 외에도 배우 이지훈·한승연이 출연하는 영화 ‘빈틈없는 사이’와 배우 베니시오 델 토로가 공동 각본에 참여하고 직접 출연하기도 한 영화 ‘탈피’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 탈피에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알리시아 실버스톤 ▲에릭 보고시안 등도 출연한다.

넷플릭스는 신작 공개와 함께 특정 주제와 내용에 따라 여러 작품을 한데 묶어 제공하는 ‘넷플릭스 컬렉션’을 추석 연휴에 맞춰 새로 꾸리기도 했다. ‘컬렉션: 추석! 넷플릭스에 빠지다’를 통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컬렉션은 넷플릭스에 ‘추석’을 검색하거나 장르 및 카테고리 메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②티빙 역시 예능부터 ▲드라마 ▲스포츠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티빙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2 ▲강철부대 시즌3 ▲비밀의 숲 ▲잔혹한 인턴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 ▲신병 ▲바빌론 ▲분데스리가 생중계 ▲UFC THE FIGHTER 등을 추석 추천작으로 선정했다. 티빙은 ‘콘텐츠 명가’로 불리는 CJ ENM의 자회사다. CJ ENM에서 제작하는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엠넷(Mnet)의 댄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2’는 8개 팀이 벌이는 경쟁을 담고 있고, ‘강철부대3’는 특수부대 출신들이 부대의 명예를 걸고 벌이는 치열한 경합을 그린 예능이다. 특히 강철부대3는 해군첩보부대(UDU)와 미국 특수부대가 새로 합류해 지난 시즌보다 규모가 커져 보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티빙은 최근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좋거나 나쁜 동재’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원작 드라마도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은 배우 라미란·엄지원이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드라마다. ‘신병’은 구독자 315만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장삐쭈에서 제작한 동명의 작품을 실사화한 드라마로, 원작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도 티빙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은 미국 정보기관의 실제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제작된 스파이 스릴러 드라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티빙은 연휴 기간 한국 선수 김민재·이재성·정우영이 활약하고 있는 독일 축구 리그 분데스리가 경기를 독점 생중계한다. ▲9월 30일 이재성이 있는 마인츠와 레버쿠젠의 경기 ▲10월 1일 김민재가 속한 바이에른 뮌헨과 라이프치히의 경기가 진행된다.

한국 격투기 역사를 다시 쓴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도 티빙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다. ‘UFC THE FIGHTER’에는 정찬성부터 ▲볼카노프스키 ▲코너 맥그리거 등 UFC의 과거와 현재를 만든 선수들의 활약상을 모은 콘텐츠다.

③웨이브는 이번 연휴를 맞아 ▲베일드뮤지션 ▲내일은 내 일, 치매 ▲로앤오더 조직범죄전담반 시즌3 ▲7인의 탈출 등을 추천작으로 소개했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KBS·MBC·SBS) 콘텐츠를 OTT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요소로 꼽힌다.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되는 ‘2023 베일드 뮤지션’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외적인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보컬 능력에만 집중하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다큐멘터리 ‘내일은 내 일, 치매’도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되는 콘텐츠다. 다양한 유형의 치매 환자의 이야기와 가족 구성원이 겪는 고민을 담고 있다.

해외 시리즈로는 ‘로앤오더 조직범죄전담반 시즌3’를 준비했다. 미국 수사법정 시리즈 ‘로앤오더’의 스핀오프 드라마다. SBS 드라마 ‘7인의 탈출’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황후의 품격’을 함께 제작하며 합을 맞춘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이 제작했다.

이 밖에도 쿠팡플레이는 ▲비상선언 ▲해리포터 시리즈 ▲존 윅 시리즈 ▲비공식작전 ▲멍뭉이를, 디즈니플러스는 ▲무빙 ▲한강 ▲최악의 악 ▲엘리멘탈을, 왓챠는 ▲바라카몬 ▲포커 페이스를 이번 추석 추천작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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