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육성에 진심인 일본...가상자산 시장 ‘봄날이 오다’
[日 열도에 부는 가상자산 훈풍] ③
VC 투자 지표 상승세...日 정부 ‘벤처 살리기’ 총력
덩달아 가상자산 시장 성장, 韓기업에 기회
[박단 쟁글 자문사업 리드] 최근 일본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 훈풍의 배경으로는 몇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우선 일본 내에서의 모험 자본시장 급부상과 일본 정부의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서 웹3(탈중앙화 방식) 진흥 정책·규제 완화 움직임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보다 벤처·스타트업 시장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이는 2017년 이후 일본 내에서 가장자산 관련 강력 규제가 시행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관련 지표가 증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8억 달러였던 일본 벤처캐피탈(VC) 시장 투자 집행액은 2021년 75억 달러로 9배 이상 증가했다.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수 또한 같은 기간 1335개에서 2282개로 1.7배 이상 늘었다. 이 수치는 2021년 한국 VC 시장 투자 집행액 63억 달러(2438개)를 넘어섰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규모가 작았던 일본 대체투자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본의 가상자산 시장 변화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웹3 추진 총력 기울이는 日...제조업 ‘안녕’
여기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1년 10월 일본 행정부 수장인 내각총리대신에 취임한 이후, 일본 정부는 제도적인 체제 전환을 선언하는 ‘웹3 백서’를 발행했다. 또한 투자자와 기업에게 걸림돌이었던 가상자산 세제를 개편하고, 향후 5년간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웹3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을 선언한 셈이다.
올해 6월과 7월에는 일본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블록체인·웹3 콘퍼런스인 ‘IVS 교토’와 ‘웹엑스(WebX) 도쿄’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등 일본 정부는 많은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 같은 가상자산 친화 정책은 일본 국내외 웹3 산업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과 실리콘밸리에서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소비자(컨슈머) 모바일 앱, 디지털광고, 핀테크 등 새로운 시장 수요가 투자와 고용을 크게 증가시켰다. 반면 일본에는 그런 현상 자체가 없었다.
10년 전 필자가 일본 대학을 졸업했을 때 상위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은 대부분 미츠비시, 미츠이, 스미토모 등의 종합상사와 소니, 토요타, 후지츠 등의 제조업 회사, 그리고 은행, 증권사 등에 치중돼 있었다. 이러한 일본의 인력 수급 구조가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로 바뀔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한국이나 유럽, 미국 등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에 존재하는 오명과 상흔이 일본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 변화에 한 몫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개최된 IVS 교토, 웹엑스 도쿄 등 대부분의 콘퍼런스 참석자는 현역 대학생들이었다. 주최 측과 후원사에서도 추후 시장의 인력 수급과 연결될 대학생들의 참석을 장려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는 11월 후쿠오카에서 개최될 일본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B 대시 캠프(Dash Camp)’에서도 일본 내 웹3 펀드를 운용하는 주요 VC인 B 대시 벤처스(Dash Ventures)와 스카이랜드 벤처스(Skyland Ventures)가 학생 신분의 참석자들에게 여비와 장학금의 목적으로 10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
일본의 근간 산업이었던 제조업은 내부적으로는 고령화와 출산율 문제, 외부적으로는 중국과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고도성장 국가들의 추격으로 위협 받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산업 다양화 측면에서 웹3 정책 추진에 진심이다. 이는 웹3 시장 참여자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는 일본 행정·입법부의 특성상 적어도 이런 분위기는 몇 년간 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日 가상자산 시장, 韓 기업에 기회되나
일본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데이터 분석 툴, 가상자산 지갑, 인프라 분야에서 유의미한 국내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들이 지난 여름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넥슨, 넷마블, 위메이드와 같은 국내 게임사들도 각자의 기술과 작품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게임과 지식재산권(IP) 강국인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 일련의 가상자산 시장 ‘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노출하고 있다. 초기 시장 형성과 발달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경험해온 ‘노련한 꾼’들이 없다. 반면 한국에는 지난 5년간 가상자산이 쉽게 끓어오르다 식는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한 꾼들이 존재한다. 한국 기업들에게 일본 시장이 기회인 이유다.
또한 국내 기업이 일본 시장 공략 시 가장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현지 사업개발 문화와 현지 출신 전담 인력 확보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처럼 동아시아 문화권으로 관계와 상호 신뢰를 중시한다. 따라서 사업 개발과 협력은 신뢰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현지 파트너십과 현지 커뮤니티와의 관계 구축은 한국 가상자산 기업들이 성공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살핀 것처럼 일본 웹3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만큼 체계적 전략을 바탕으로 한 한국 기업들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단 쟁글 자문사업 리드는_쟁글에서 웹3 자문팀을 이끌고 있다. 쟁글은 서울 기반 웹3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이다. 2016년 일본 와세다대학 졸업 후 쟁글에 합류하기 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에서 투자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2022년부터는 쟁글에서 국내 전통 대기업들의 웹3 산업 진입을 위한 자문을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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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본은 한국보다 벤처·스타트업 시장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이는 2017년 이후 일본 내에서 가장자산 관련 강력 규제가 시행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관련 지표가 증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8억 달러였던 일본 벤처캐피탈(VC) 시장 투자 집행액은 2021년 75억 달러로 9배 이상 증가했다.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수 또한 같은 기간 1335개에서 2282개로 1.7배 이상 늘었다. 이 수치는 2021년 한국 VC 시장 투자 집행액 63억 달러(2438개)를 넘어섰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규모가 작았던 일본 대체투자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본의 가상자산 시장 변화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웹3 추진 총력 기울이는 日...제조업 ‘안녕’
여기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1년 10월 일본 행정부 수장인 내각총리대신에 취임한 이후, 일본 정부는 제도적인 체제 전환을 선언하는 ‘웹3 백서’를 발행했다. 또한 투자자와 기업에게 걸림돌이었던 가상자산 세제를 개편하고, 향후 5년간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웹3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을 선언한 셈이다.
올해 6월과 7월에는 일본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블록체인·웹3 콘퍼런스인 ‘IVS 교토’와 ‘웹엑스(WebX) 도쿄’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등 일본 정부는 많은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 같은 가상자산 친화 정책은 일본 국내외 웹3 산업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과 실리콘밸리에서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소비자(컨슈머) 모바일 앱, 디지털광고, 핀테크 등 새로운 시장 수요가 투자와 고용을 크게 증가시켰다. 반면 일본에는 그런 현상 자체가 없었다.
10년 전 필자가 일본 대학을 졸업했을 때 상위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은 대부분 미츠비시, 미츠이, 스미토모 등의 종합상사와 소니, 토요타, 후지츠 등의 제조업 회사, 그리고 은행, 증권사 등에 치중돼 있었다. 이러한 일본의 인력 수급 구조가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로 바뀔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한국이나 유럽, 미국 등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에 존재하는 오명과 상흔이 일본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 변화에 한 몫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개최된 IVS 교토, 웹엑스 도쿄 등 대부분의 콘퍼런스 참석자는 현역 대학생들이었다. 주최 측과 후원사에서도 추후 시장의 인력 수급과 연결될 대학생들의 참석을 장려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는 11월 후쿠오카에서 개최될 일본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B 대시 캠프(Dash Camp)’에서도 일본 내 웹3 펀드를 운용하는 주요 VC인 B 대시 벤처스(Dash Ventures)와 스카이랜드 벤처스(Skyland Ventures)가 학생 신분의 참석자들에게 여비와 장학금의 목적으로 10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
일본의 근간 산업이었던 제조업은 내부적으로는 고령화와 출산율 문제, 외부적으로는 중국과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고도성장 국가들의 추격으로 위협 받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산업 다양화 측면에서 웹3 정책 추진에 진심이다. 이는 웹3 시장 참여자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는 일본 행정·입법부의 특성상 적어도 이런 분위기는 몇 년간 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日 가상자산 시장, 韓 기업에 기회되나
일본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데이터 분석 툴, 가상자산 지갑, 인프라 분야에서 유의미한 국내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들이 지난 여름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넥슨, 넷마블, 위메이드와 같은 국내 게임사들도 각자의 기술과 작품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게임과 지식재산권(IP) 강국인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 일련의 가상자산 시장 ‘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노출하고 있다. 초기 시장 형성과 발달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경험해온 ‘노련한 꾼’들이 없다. 반면 한국에는 지난 5년간 가상자산이 쉽게 끓어오르다 식는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한 꾼들이 존재한다. 한국 기업들에게 일본 시장이 기회인 이유다.
또한 국내 기업이 일본 시장 공략 시 가장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현지 사업개발 문화와 현지 출신 전담 인력 확보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처럼 동아시아 문화권으로 관계와 상호 신뢰를 중시한다. 따라서 사업 개발과 협력은 신뢰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현지 파트너십과 현지 커뮤니티와의 관계 구축은 한국 가상자산 기업들이 성공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살핀 것처럼 일본 웹3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만큼 체계적 전략을 바탕으로 한 한국 기업들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단 쟁글 자문사업 리드는_쟁글에서 웹3 자문팀을 이끌고 있다. 쟁글은 서울 기반 웹3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이다. 2016년 일본 와세다대학 졸업 후 쟁글에 합류하기 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에서 투자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2022년부터는 쟁글에서 국내 전통 대기업들의 웹3 산업 진입을 위한 자문을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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