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선행매매 피해자? 열성 개미들 쥐락펴락 ‘핀플루언서’ 주의보
[힘 좀 쓰는 개미의 반란]②
SNS 통한 불법 리딩방 피해 기승
유명인 사칭⋅가짜 IPO 사이트도 등장
“범죄에 연루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 필요”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A 씨는 즐겨 보던 주식 투자 유튜버가 추천한 종목을 매수했다가 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해당 유튜버가 “아직은 매도할 때가 아니다”면서 주식을 추천해 주가를 올린 뒤 미리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들을 일명 ‘물량받이’로 사용한 셈이다.
핀플루언서 사칭 계정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하고 있다. ‘핀플루언서’는 ‘금융(Financial)’과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합친 말이다.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 투자 정보가 쉽게 오가는 만큼 부작용이 따라오고 있다. 특히 주식을 보유한 뒤 이를 추천하고 특정 시점에 몰래 팔아 ‘선행매매’ 등으로 사기를 쳐 피해를 보는 주식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05건이었던 불법 주식 리딩 관련 피해 민원은 지난해 3070건으로 239%가량 폭증했다.
유튜브 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악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5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 채희만)는 ‘불법 주식 리딩’으로 부당이익을 취한 사기적 부정거래 사건 4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유명 유튜버 김 모 씨(54)를 불구속기소했다.
김 씨는 구독자를 55만명 보유한 유튜버로 일명 ‘슈퍼개미’라 불렸다. 검찰은 그에게 올해 8월 선행매매 혐의로 징역 7년형, 벌금 170억원을 구형했다. 김 씨는 구독자들에게 본인이 미리 사 둔 특정 종목의 매수를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정작 본인은 매도했다.
그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유튜브 채널에서 5개 종목을 추천하고 모두 84만7066주를 187억원에 매도해 58억9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반면 개인 투자자 300여명은 150억원의 손실을 봤다.
게다가 김 씨는 주가가 하락하면 외국인이 매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본인이 먼저 팔고 나오는 수법이 드러나지 않도록 설명했다. 슈퍼개미 김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유료 채널 회원이었던 주식 투자자 B씨는 “김 씨가 가족 이야기 등 상세한 본인 정보까지 공개하면서까지 부당이득을 취할 줄 몰랐다”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크게 비난했는데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별 공모주로 유인하는 가짜 IPO 사이트 등장
이외에도 피해 사례는 다양하다. 지난 7월 '주식 단타 여신'으로 불렸던 핀플루언서 이모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피해자 7명으로부터 총 118억3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그는 “나는 초단타로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고수”라며 “손해를 볼 일이 없다”고 피해자를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고수와 회사 대표를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를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등으로 사칭해 ‘가짜 김영익’으로 주식을 추천하는 식이다. 김영익 교수는 ‘한국의 닥터둠(doom)’으로 불리는 거시경제 전문가다. 김 교수는 “자신을 사칭하는 리딩방이나 광고가 많다”며 “전혀 관련이 없으니 각별히 유의하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비상장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사칭에 휘말렸다. 2차전지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코프로머리티얼즈 상장 가짜 홈페이지도 등장했다. ‘OOO-에코프로.com’라는 사이트에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특별 공모주 신청’ 투자를 유인해 이름과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고 있다.
가짜 링크를 클릭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김병훈 대표 명의의 공지문이 있는 사이트로 연결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특별 공모할 수 있다고 유인하는 것이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주 신청 허위 사이트’가 개설돼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채희만 부장검사는 “최근 유튜브 등 온라인 방송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주식정보 제공 방송업체가 난립해 이용자들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정보를 미리 제공하거나 주가조작 세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불법행위고 이용자도 범행에 연루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2차전지 열풍을 주도한 배터리 아저씨도 핀플루언서 중 하나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는 최근 겸직 논란에 휩싸였다. 금양 홍보이사로 재직하던 시기 넥스테라투자일임에서 투자운용본부장직을 겸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자본시장법은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임직원 겸직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박 작가는 “운용본부장 업무와 기업홍보 업무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법률 자문을 거쳤고, 병행(겸직)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또 부정거래 논란 등에 대해서도 “2022년 6월 1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추천했고 6월 27일 일임계약을 맺고 있는 고객 계좌에서 해당 종목을 매수했기 때문에 선행매매가 아니다”면서 “2025년까지 추천한 배터리 8종목도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구제 어려운 불법 리딩방 사기
불법 리딩방 등을 통한 주식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지만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손실 규모 등 구체적인 인과 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서다.
금감원은 올해 6월부터 불법리딩방을 단속하고 지난 9월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 103곳을 직권말소 처분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 관계기관과 합동해 연말까지 리딩방 등 불법행위 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리딩방은 불법행위 및 소비자 피해 발생이 상당히 우려되는 반면, 신속한 적발‧조치 및 피해자 구제 등이 쉽지 않아 피해예방을 위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리딩방에서 1대 1 투자자문을 하거나 금융위 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 판단 조언을 유료로 하는 건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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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플루언서 사칭 계정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하고 있다. ‘핀플루언서’는 ‘금융(Financial)’과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합친 말이다.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 투자 정보가 쉽게 오가는 만큼 부작용이 따라오고 있다. 특히 주식을 보유한 뒤 이를 추천하고 특정 시점에 몰래 팔아 ‘선행매매’ 등으로 사기를 쳐 피해를 보는 주식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05건이었던 불법 주식 리딩 관련 피해 민원은 지난해 3070건으로 239%가량 폭증했다.
유튜브 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악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5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 채희만)는 ‘불법 주식 리딩’으로 부당이익을 취한 사기적 부정거래 사건 4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유명 유튜버 김 모 씨(54)를 불구속기소했다.
김 씨는 구독자를 55만명 보유한 유튜버로 일명 ‘슈퍼개미’라 불렸다. 검찰은 그에게 올해 8월 선행매매 혐의로 징역 7년형, 벌금 170억원을 구형했다. 김 씨는 구독자들에게 본인이 미리 사 둔 특정 종목의 매수를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정작 본인은 매도했다.
그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유튜브 채널에서 5개 종목을 추천하고 모두 84만7066주를 187억원에 매도해 58억9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반면 개인 투자자 300여명은 150억원의 손실을 봤다.
게다가 김 씨는 주가가 하락하면 외국인이 매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본인이 먼저 팔고 나오는 수법이 드러나지 않도록 설명했다. 슈퍼개미 김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유료 채널 회원이었던 주식 투자자 B씨는 “김 씨가 가족 이야기 등 상세한 본인 정보까지 공개하면서까지 부당이득을 취할 줄 몰랐다”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크게 비난했는데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별 공모주로 유인하는 가짜 IPO 사이트 등장
이외에도 피해 사례는 다양하다. 지난 7월 '주식 단타 여신'으로 불렸던 핀플루언서 이모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피해자 7명으로부터 총 118억3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그는 “나는 초단타로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고수”라며 “손해를 볼 일이 없다”고 피해자를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고수와 회사 대표를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를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등으로 사칭해 ‘가짜 김영익’으로 주식을 추천하는 식이다. 김영익 교수는 ‘한국의 닥터둠(doom)’으로 불리는 거시경제 전문가다. 김 교수는 “자신을 사칭하는 리딩방이나 광고가 많다”며 “전혀 관련이 없으니 각별히 유의하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비상장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사칭에 휘말렸다. 2차전지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코프로머리티얼즈 상장 가짜 홈페이지도 등장했다. ‘OOO-에코프로.com’라는 사이트에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특별 공모주 신청’ 투자를 유인해 이름과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고 있다.
가짜 링크를 클릭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김병훈 대표 명의의 공지문이 있는 사이트로 연결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특별 공모할 수 있다고 유인하는 것이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주 신청 허위 사이트’가 개설돼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채희만 부장검사는 “최근 유튜브 등 온라인 방송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주식정보 제공 방송업체가 난립해 이용자들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정보를 미리 제공하거나 주가조작 세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불법행위고 이용자도 범행에 연루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2차전지 열풍을 주도한 배터리 아저씨도 핀플루언서 중 하나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는 최근 겸직 논란에 휩싸였다. 금양 홍보이사로 재직하던 시기 넥스테라투자일임에서 투자운용본부장직을 겸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자본시장법은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임직원 겸직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박 작가는 “운용본부장 업무와 기업홍보 업무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법률 자문을 거쳤고, 병행(겸직)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또 부정거래 논란 등에 대해서도 “2022년 6월 1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추천했고 6월 27일 일임계약을 맺고 있는 고객 계좌에서 해당 종목을 매수했기 때문에 선행매매가 아니다”면서 “2025년까지 추천한 배터리 8종목도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구제 어려운 불법 리딩방 사기
불법 리딩방 등을 통한 주식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지만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손실 규모 등 구체적인 인과 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서다.
금감원은 올해 6월부터 불법리딩방을 단속하고 지난 9월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 103곳을 직권말소 처분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 관계기관과 합동해 연말까지 리딩방 등 불법행위 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리딩방은 불법행위 및 소비자 피해 발생이 상당히 우려되는 반면, 신속한 적발‧조치 및 피해자 구제 등이 쉽지 않아 피해예방을 위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리딩방에서 1대 1 투자자문을 하거나 금융위 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 판단 조언을 유료로 하는 건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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