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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파는 재미있잖아요”…중고 거래에 빠진 MZ세대 [민지의 쇼핑백]

코로나 기간 동안 중고 거래 익숙해져
가성비 중요시·중고 거부감 덜해

중고 거래 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 사회초년생 손모씨(25)는 중고 거래 마니아다. 손씨는 생활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하고자 당근마켓에서 수십건의 거래를 하고 있다. 주요 판매 품목은 의류로 잘 입지 않는 옷들을 당근마켓에 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중고 거래를 통해 번 돈으로 원하는 물건을 또 중고로 사기도 한다. 

최근 손씨처럼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상가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을뿐 아니라 싫증이 난 제품을 다시 되팔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중고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생활권 내에 있는 동네 이웃과 만나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를 많이 하면서 중고 거래에 대한 진입 장벽이 사라진 것이다.

스마트폰에 중고 거래 앱을 설치하고 자신이 사는 동네를 설정하기만 하면 가까운 곳에 사는 이들이 올려놓은 중고 물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물품들 중에서도 특히나 ‘명품’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제품과도 같은 상태의 제품이 있는가 하면, 정상 가격에서 80~90% 할인된 제품을 ‘득템’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정품 시장에서 구하기 힘든 인기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을 찾을 수 있고, 원하는 아이템을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이제 중고 명품 거래는 자연스러운 소비 문화가 됐다. 

중고 거래 이용자 76% MZ세대…‘리셀테크’도 유행

중고 거래 앱을 통한 명품 거래는 갈수록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번개장터가 최근 발표한 ‘미래 중고 패션트렌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번개장터 중고 명품 거래 이용자의 76%가 MZ세대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50% 이상은 ‘구입 1년 이내에 명품을 되판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명품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소유하지 않고 되팔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세대와 비교하면 사고파는 양이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거래 트렌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명품을 쓰다가 일정 시간 후 되파는 ‘리셀테크’(재판매·Resell+재테크)도 늘고 있다. 희소성이 높은 제품을 구해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것으로,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MZ세대들이 운동화와 명품, 시계, 굿즈(기념품) 등의 재판매를 통해 재테크를 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3)는 “백화점에서 450만원대에 산 명품 가방을 2년 동안 사용하다가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400만원에 팔았다”며 “명품 가방의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상당 기간 사용하고도 원래 가격에 가까운 가격에 팔 수 있어 이득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중고 패션 거래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 플랫폼에서 패션 거래 규모는 52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600억원)보다 13% 늘어난 규모다. 올해 ‘거래액 1조원’도 거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도 중고 거래 사업 뛰어들어…패션 산업 뉴 패러다임 되나

중고 거래 패션 시장이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앞다퉈 중고·리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리퍼 상품은 반품이나 전시상품, 이월, 단종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잡고 오프라인 콘셉트 스토어 ‘브그즈트 랩’을 오픈했다. 브그즈트 랩은 오픈 2년 만에 누적 방문자 수 66만명을 기록, 특히 MZ 세대 방문자 비중은 9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연말 MZ세대를 겨냥해 국내 대표 한정판 리셀(재판매) 플랫폼 ‘크림(KREAM)’의 오프라인 공간을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하기도 했다.

백화점에 첫 중고 상품 전문매장. [사진 연합뉴스]

쿠팡은 지난 3월 반품 제품 전문관 ‘반품마켓’을 론칭했다. 반품마켓은 쿠팡에서 판매됐다가 반품된 상품을 회사가 직접 검수해 재판매하는 코너다. 포장 상태, 구성품 검수, 외관 상태, 작동 테스트 등 검수 절차를 진행해 미개봉, 최상, 상, 중 등 4가지 등급을 매겨 판매한다.

유통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고 패션 시장이 패션 산업의 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중고 의류업체 스레드업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62%가 “쇼핑할 때 원하는 중고제품이 있는지 먼저 검색해본다”고 응답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 중고 패션 시장 규모를 총 1770억달러(약 229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2027년에는 3510억달러(약 455조원)로 두 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들은 중고 물품을 ‘헌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가성비 높은 소비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중고 패션 거래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신상품 유통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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