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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열 vs 전병우, 라면 3세 전면에…라면명가 미래는?

[농심 vs 삼양, 라면명가 3차전] ③
초고속 승진 농심 신상열, 글로벌 공략 속도
전병우, ‘푸드케어’·‘이터테인먼트’ 신사업 낙점

식품업계에서 1990년대생 ‘오너 3세’들이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상무,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농심과 삼양라운드스퀘어(前 삼양식품·이하 삼양)가 라면명가 ‘1위’ 자리를 놓고 3차전에 돌입했다. 최근 계열사 대표나 임원으로 승진하며 1990년대생 ‘오너 3세’들이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상무와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 모두 경영 수업을 받으며 식품업계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기존 오너 2들이 국내 라면 중심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면 3세들은 글로벌과 신사업을 키워드로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해 나가고 있다. 농심은국내외 안팎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삼양도 불닭볶음면을 벗어나 메타버스 등 콘텐츠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연소 임원 신상열, ‘글로벌과 대체육·비건’ 낙점

업계에 따르면 신상열 상무가 주도하게 될 미래 농심의 방점은 글로벌과 대체육·비건(채식) 부문에 찍힌다. 1993년생인 신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2019년 농심 오너 일가 전통에 따라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평사원 입사지만 승진 과정은 남달랐다. 신 상무는 지난해 대리에 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을 거쳐 구매 담당 임원을 맡게 됐다. 당시 나이 28세로 최연소 임원이자 농심 역사상 20대 임원은 최초다.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농심그룹에서 3세 경영 체제를 주도할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차기 리더로서 신 상무가 받고 있는 기대는 그가 맡고 있는 역할에서도 드러난다. 구매 부문은 식품 제조 회사에서 수익성을 결정짓는다. 라면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농심은 매출원가율이 약 70%에 달하며 소맥분, 팜유 등의 원자재 관리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라면의 매출 비중이 약 80%를 차지하는 농심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 환경, 환율 등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해지면서 직격타를 맞았다. 2020년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6.07%였지만 2021년 3.99%, 2022년 3.58%로 감소하고 있다. 

또 국내 라면 시장의 수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르면 오는 2025년 미국 3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미국을 포함해 중국·캐나다·일본·오세아니아 지역을 전략 거점으로 설정하며 신규 지역을 개척하는 등 사업 전반을 살펴야 하는 오너가 경영인으로 글로벌 확장 전략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외에도 대체육과 비건(채식)을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신 상무는 상무 취임 후 지난해 10월에 파리 국제식품박람회를 찾아 대체육을 비롯한 비건 식품을 유심히 살피며 글로벌 식품 트렌드를 파악한 바 있다. 농심은 라면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비건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또 2020년에는 건강기능식품 ‘라이필 더미 콜라겐’과 ‘라이필 바이탈 락토’ 등을 출시하며 건강기능식품(건기식)도 선보이고 있다. 인수·합병(M&A)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천호엔케어 딜이 무산됐으나 지속해서 매물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우, 계열 전반 넘나들며 ‘전략·기획’ 주도

전병우 본부장도 불닭 신화를 삼양 전반으로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신 상무와 달리 계열 전반에서 ‘전략·기획’ 부문을 주도 있다. 전략·기획 부문에서 주로 경력을 쌓는 것도 산 상무와 대비된다. 전 본부장은 1994년생으로 삼양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회장·김정수 부회장 부부의 1남 1녀 중 장남이다. 2019년 6월 삼양 해외전략 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 6월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승진했고 경영전략부문을 거쳐 현재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다. 전략기획본부는 전략기획팀, 신사업기획팀, 라면 TFT(데스크포스팅) 등을 거느리고 있다. 라면 TFT는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이외 라면 신제품을 기획한다.

삼양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중 라면 비중이 95% 이상으로 사업 확장, 해외시장 개척, 설비 투자 등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복합문화공간 누디트 익선에서 진행된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새 CI 및 비전 선포식’에서 공식 석상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삼양은 앞으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라는 두 개의 축을 끊임없이 융합시키면서 사업을 영위하겠다”며 “식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소비자의 삶을 더 건강하고 더 즐겁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서는 본격 승계에 앞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식품업계에서 오너 3세가 삼양처럼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참신한 결과물을 내놔 경쟁사들도 자극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미래 전략으로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Food Care)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를 제시했다. ‘푸드케어’ 부문에서 전 본부장은 삼양라운드힐(옛 삼양목장)을 예방의학 연구의 중심이자 새로운 웰니스(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접근은 식품의 역할과 소비자의 기대가 변화하고 있음에 기인한다.

또 ‘이터테인먼트’로서의 식품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먹다’(eat)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친 이 말은 콘텐츠를 통해 정서적·문화적 차원에서 보다 더 즐거운 식문화를 전파해 음식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인식을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불닭회사’에서 종합식품 기업을 꿈꾸며 메타버스 등 콘텐츠 신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룹 내 캐릭터 및 이커머스 계열사 삼양애니 공동대표를 맡고 IP(지식재산권) 사업을 이끌어 온 만큼 향후 신사업을 통해 과학과 음식을 연결하는 구상을 구현시킬 것으로 관측된다.삼양애니는 한국 음식의 매력을 디지털 콘텐츠와 이커머스 영향력을 통해 확산시켜 글로벌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앞서 삼양애니는 글로벌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삼양 랜드를 메타버스에서 선보인 바 있다.

삼양애니는 브랜드와 콘텐츠 IP를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 상품을 기획, 제작할 방침이다.업계 관계자는 “3세들이 이제 막 경영 일선에 나선 만큼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면서 “신사업은 후계자들의 경영능력 입증에 있어 훌륭한 발판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이들의 성과가 회사의 미래를 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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