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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 된 금리 인하 기대감…주담대 상환해야 할까[부채도사]

이창용 총재, 대출 확대 분위기에 ‘경고’ 발언
美 연준 이어 한은도 긴축 장기화 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 5% 돌파
은행권 “다주택 자산가들, 시대 수 줄이며 대출 축소 중”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외벽에 금리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물거품이 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에 이어 최근 한국은행까지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불가피성을 전달하면서다. 한은 총재는 대출 확대 분위기에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최근 나타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대출 상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강한 발언 쏟아낸 한은 총재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발표 후 열린 이창용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언은 대출자들에 대한 언급이다. 이 총재는 “집값이 오를 거라 예상하고 레버리지(차입)를 내는 분들이 많다”며 “기준금리가 떨어져 비용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경고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도 과거와 같은 저금리 시대가 오기 힘들 것이란 발언을 내놨지만, 직접적으로 ‘경고’라는 단어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은 한은 금통위원 6명 전원 일치로 금리 동결이 나왔지만, 이 총재는 이런 강한 어조를 통해 통화긴축 장기화를 예고한 것이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 중 한 명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인하 가능성도 유연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도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나온 비둘기파(긴축 완화 선호)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이 총재의 강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설명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금통위원의 말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 총재와 함께 나머지 5명의 금통위원의 긴축 선호 입장이 주목을 받았고, 결국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는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 세계 채권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 선을 돌파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하고, 고금리 상황을 장기간 이어갈 것이란 시장의 분석이 많아진 영향이다. 

특히 미 연준 금리가 늦어도 내년 초에는 내릴 것이란 시장의 예상이 갈수록 힘을 받지 못하면서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국채 매도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 국채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도 분석된다. 이 경우 미국 부동산 대출 금리 상승에 지속해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 연준의 긴축 기조가 한은의 금리 결정과 국내 채권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대출 금리도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자산가들은 대출 상환 나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연 4.14~6.669%, 변동형 금리는 연 4.54~7.134%를 기록, 최상단 금리가 7%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고 고금리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주담대 금리 상단 연 8%도 가능하다고 본다. 

기준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부동산 매수에 나서고 있는 대출자 입장에선 장기간 높은 이자 부담을 안아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서울 시내에 있는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기존에 대출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적용 대출 비중은 잔액 기준으로 70.8%다. 여전히 70%를 넘는 상황에다 주담대 변동금리 비중은 59.1%로 절반을 넘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관련 대출을 가진 국민 중 절반 이상은 고금리 장기화 상황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이유로 평균 7~8%대에 달하는 신용대출부터 상환하고, 주담대의 경우 대환대출이나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해 이자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도상환을 통해 대출 규모를 줄이는 방법도 고금리 시대에 필요한 자산 관리 방법으로 여겨진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주택 자산가들은 지금 대출을 늘리지 않고 오히려 세대 수를 줄여 대출을 상환하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투자를 위해 대출을 확대하는 시기는 내년 기준금리 인하 이야기가 나온 뒤부터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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