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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고삐 죄는 삼성물산…그 이유는?

[건설사 톺아보기-삼성물산]②
지난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
1조6000억원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
오세철 대표 능력 입증 시험대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외벽에 부착된 삼성물산 홍보물.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최근 정비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최종 선정되면서 향후 주요 정비사업지에서의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2위인 현대건설을 누르고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교회에서 열린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에서 삼성물산이 조합원 1153명 중 675표(58.5%)를 얻어 시공사로 확정됐다. 경쟁사인 현대건설은 335표를 얻는데 그쳤다.

한남4구역 수주경쟁에서 승리한 삼성물산

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재개발해 총 51개동 2331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조합이 제시한 사업비가 1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남4구역은 강북 한강변 노른자 땅으로 여겨지는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입지가 좋은 데다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한남뉴타운 구역 내 사업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조합원의 수익성 극대화와 공사비 절감, 해외 유명 설계사와의 협업을 통한 한강 조망권 확보,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 등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브랜드를 제안하며 공사비 1조5695억원(평당 938만 원)을 제시했다. 조합원 1인당 2억 5000만 원의 추가 이익을 보장하고, 물가 상승분 314억 원을 전액 부담하겠다는 조건으로 조합원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다. 또 유엔스튜디오와 협력한 나선형의 원형 주동 설계와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단지 구조 역시 조합원들에게 호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주전은 정비사업 ‘최대어’로 손꼽히는 압구정 3구역을 포함한 서울 주요 주택 재개발 사업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아울러 서울대 건축학과 선후배이자 양사에서 주택통으로 손꼽히는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간 경쟁으로도 해석됐다.

압구정 3구역은 5800가구 규모의 50~70층 높이의 대형 마천루 아파트로 재탄생시키는 초대형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3구역 재개발이 완료되면 기존 최고급 주거단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도 밀리게 될 정도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강남권 한강변 주요 정비사업 지역인 신반포4차 시공사 입찰을 통해 수주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한남4구역에 이어 신반포4차까지 올해 핵심 도시정비사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신반포4차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지난 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 결과 삼성물산만 응찰했다. 

앞서 지난해 말 진행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진흥기업 등 6개사 참여했지만 실제 입찰에는 삼성물산만 단독으로 입찰했다. 조합 측은 조만간 재입찰을 위한 공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물산과의 수의계약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때 경쟁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된 경우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1979년 준공된 ‘신반포 4차’는 기존 1402가구를 헐고 지상 최고 49층 12개동, 1828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이 제시한 총 공사비는 1조310억원, 3.3㎡당 공사비는 950만원으로 한남 4구역에 이어 정비사업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1월 31일 마감된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시공사 선정 수의계약 입찰에도 참여했다. 방화6구역 조합은 오는 22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다음달 초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방화6구역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608의 97일대를 재개발해 지하 3층~지상 16층, 10개 동, 총 557가구를 짓는다. 삼성물산이 방화6구역 시공사로 선정되면 방화뉴타운 사업에 처음 참여하게 된다. ‘제2의 마곡’으로 불리는 방화뉴타운은 방화 2·3·5·6구역에 4300여 가구가 조성되는 사업이다. 2003년 1월 뉴타운 지정 당시 9개 구역으로 나눠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1·4·7·8구역은 사업성 등의 이유로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됐다.

정비사업 왕좌 자리 노린다

그렇다면 삼성물산 정비사업에 고삐를 죄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물산의 곳간을 책임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관련 발주 물량이 줄어들 것을 대비한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올해 반도체 공장 등을 포함한 국내외 하이테크 수주 전망액으로 6조7000억원을 제시했다. 전년도 수주액인 8조2000억원 대비 18% 감소한 수준이다. 하이테크 수주액이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던 지난 2023년과 비교하면 무려 45% 급감한 수치다. 아울러 올해 유독 사업성이 높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많은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 목표액을 5조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목표액 3조4000억원 보다 크게 올렸다.

연임에 성공한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입장에서도 그동안 삼성물산이 약하다고 평가받아왔던 정비사업에서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한강변·강남권 등 주요 사업지에서 재건축이 활기를 띠는 상황속에서 삼성물산도 서울 핵심지 수주를 통해 ‘래미안’ 브랜드파워 끌어올리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상표를 등록한 아파트 브랜드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아파트 브랜드를 짓는데 영어, 프랑스어 등을 사용하지만, 래미안은 한자(來美安)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21년에는 래미안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BI(브랜드 정체성)를 리뉴얼했다. 래미안 신규 BI는 기존 BI와 같이 래미안 고유의 3선과 색상은 유지하되, 래미안 한자표기(來美安)를 영문표기(RAEMIAN)로 변경했다. 래미안은 업계 최초로 서비스 브랜드 ‘래미안 헤스티아’를 도입, 입주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런 노력을 통해 래미안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선정하는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아파트 부문 2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왕좌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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