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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후계자 추천’ 서비스가 인기인 이유는…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일본 스타트업 M&A종합연구소, 지난해 7월 IPO 성공
기업 승계 문제, 중소·중견기업 오너 핵심 과제로 꼽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M&A종합연구소(M&A Research Institute Holdings Inc). 마치 기업 부설 연구소처럼 느껴지는 이름이지만, 근래 일본에서 가장 떠오르는 스타트업 사명이다. M&A종합연구소의 주요 사업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후계자 추천이다. 대를 이은 가족 경영이 흔한 일본 사회는 고령화되면서 후계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점을 파고든 것이다. 2018년 설립한 회사는 성장을 거듭해 2022년 7월 기업 공개를 거쳐 시가 총액 1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해당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에서 기록한 가파른 성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는 현재진행형이고, 오늘날 극심한 저출산에 대한 해법은 요원해 보인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중소 기업의 수는 감소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론해 보면, 경제인구의 세대 교체는 이미 시작되었는데 이를 받아줄 후대가 절대적으로 모자를 것이라는 것이 자명하다. 

현장에서 고령의 중소 기업 사장님들은 후계자에 대한 고민이 많다. 상속을 통한 승계가 가장 흔하지만, 최근에는 2세가 설립한 자회사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간접적 승계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비 수도권 지역의 기업이나 전통 산업의 사장님들은 이것조차 어려운 때도 있다. 승계를 받을 2세가 없거나, 있더라도 여러 이유로 기업 승계를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업 승계는 거대 재벌만의 문제가 아닌 다수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오너들의 핵심 아젠다이다. 

이상적인 가업 승계, 한국에선 어려워

가업은 스타트업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창업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선대의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부분이다. 후대의 입장에서 이는 가치 있는 자산일 수도 유무형의 부채일 수도 있다. 보통 가업을 이어받는 후대는 선대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기보다 스스로의 상황에 알맞게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지지만, 이 과정이 항상 부드럽지만은 않다. 만약 산업군이나 정체성의 변화가 함께한다면 후대는 상당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아시아보다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가 길고, 가족 기업이 거대 재벌이 된 사례가 많은 서구 경제권에서 가업 승계는 의미있는 연구 대상이다. 아래 그림은 한 연구에서 가업 승계의 이상적인 모습을 도식화 한 것이다. 

가업 승계의 이상적인 모습. [자료 최화준 연구원]


그림은 선대와 후대가 보조를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승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런 역할 없이 경영에 참여한 후대는 선대를 보조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단계적으로 역할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런 이상적인 승계는 가업의 후계자가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졌을 때 가능한데, 산업 구조의 변화와 인구의 고령화가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는 국내에서 이런 이상적인 승계 과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작년 연구 목적으로 가족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인터뷰하는 기회를 가졌다. 모두 후대에서 괄목한 성장을 하며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들이었는데, 이들이 공유한 승계의 이야기는 거의 비슷했다.

그들은 체계적인 승계 과정 없이 기업을 이끌어야 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선대가 전해준 유산의 핵심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시대에 뒤쳐진 부분들을 홀로 해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선대가 개인사로 경영 일선에서 급하게 물러나는 경우, 선대와 함께했던 구성원들과의 깊은 갈등을 겪었다는 부분도 공통적이다. 

부가적으로 한국의 보수적인 가족 문화가 가업 승계를 어렵게 한 점도 있었다. 많은 가업 승계가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루어졌는데,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특유의 무뚝뚝함은 승계 관련 정보의 원활한 전달을 방해했다. 실제로 많은 후대 기업인들이 가업 승계의 시간 동안 아버지와의 대화가 어렵고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대단히 아쉬워했다. 

한국형 가업 승계 해법 필요

수많은 가족 기업이 여러 세대를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한 유럽에서는 ‘가업(family business)’을 경영학의 세부 전공으로 두고 가업 승계의 여러 해법을 실험해왔다. 그 결과 대리인이나 후견인을 거치는 여러 대안을 찾아냈는데, 그들의 문화가 반영된 해법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학계나 재계는 가업 승계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 재벌들의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인 사건들로 인해 한국 사회가 경험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 추측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반영한 가업 승계의 해법을 신속하게 찾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99.8%는 중소기업이다.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경제인구의 세대 교체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국내 경제 산업은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는 여전하다. 시급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한국형 가업 승계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의 고령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스타트업 ‘M&A종합연구소’의 높은 인기가 단순한 흥미거리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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