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인 에코프로 창업주 주식계좌가 털렸다고?[김윤주의 금은동]
이동채 전 대표 동의 없이 주식 매도
당일 종가보다 높게팔아…대금 인출은 X
‘뒤숭숭’한 에코프로…주가도 내리막
금융‧은행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에는 디지털 전환·글로벌 확장 등 내부 목표는 물론, 주요국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끼칩니다. 업계 내에선 횡령, 채용 비리와 같은 다양한 사건들도 발생합니다. 다방면의 취재 중 알게 된 흥미로운 ‘금융 은행 동향’을 ‘김윤주의 금은동’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이동채의 명의 및 계좌정보가 제3자에게 무단 도용돼 주식이 매도 됐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5시 경, 에코프로(086520) 공시시스템에 낯익은 이름이 등장했다. 에코프로 창업주이자 이동채 에코프로 전 대표의 지분 매도 소식이다. 그런데 이 주식 거래는 제3자가 이 전 대표의 계좌를 해킹해 무단 매각한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동채 전 대표가 보유한 에코프로 주식은 지난 16일과 17일, 19일 세 차례에 걸쳐 2955주가 장내 매도됐다. 16일에는 215주가 87만9000원에, 17일에는 1000주가 85만1349원에, 19일에는 1740주가 83만8185원에 팔렸다. 매도 금액은 총 24억9878만원 규모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내부자거래 의혹 등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현재 그는 감옥살이 중이다. 지난 2020~2021년 양극재 제조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의 공급계약 정보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리기 전 미리 주식을 샀다가 되팔아 11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이상한 일이다.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의 주식이 거래됐으니 말이다. 이 거래를 먼저 알아 챈 것은 이 전 대표가 거래하던 국내 한 대형 증권사다. 에코프로 측은 지난 19일 해당 증권사에서 이상거래 통보를 받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
에코프로는 “3건의 장내 매도는 보고자(이동채)의 명의 및 계좌정보가 제3자에게 무단 도용돼 보고자의 동의 없이 매도된 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수사 결과 및 관계부서와의 협의에 따라 공시는 정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주식은 매도 당일의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 에코프로 종가는 16일 83만5000원, 17일 83만원, 19일 79만8000원이다. 당시 이 전 대표 명의로 매도된 주식 가격은 이보다 각 5.2%, 2.6%, 5.0% 가량 높다.
시장에서는 이 주식을 누가 어떻게 팔았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해커들의 소행이라면 매각한 금액을 챙겼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매도된 주식 대금은 계좌에서 아직까지 인출되지 않았다. 또한 이 전 대표의 보유 주식은 501만7849주에 달하는데, 해커 일당이 고작 2955주만 매각한 점도 의문이다. 이번 매도로 이 전 대표의 에코프로 지분율은 18.84%에서 18.83%로 소폭 낮아졌다. 다만 사건이 발생한 증권사 계좌에 있던 이 전 대표의 에코프로 주식이 총 2955주였을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전산시스템 상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증권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 명의의 인증이 필요하다. 또한 계좌에 접속해 주식 매매 거래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등 여러 차례의 복잡한 보안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투자자들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최대주주의 주식계좌 관리가 이렇게 허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더욱이 이 전 대표는 불법으로 시세 차익을 챙긴 전적이 있다. 투자자들은 이 전 대표가 가족이나 지인 등을 통해 주식을 매각했다가 주주 반발을 의식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둘러댔을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종종 고객 중에는 보이스피싱을 당해 주식이 전량 매도 되는 등 피해사례는 있었다”면서도 “이번 에코프로 사건은 이와는 다른 사례로, 이 전 대표의 계좌정보와 개인정보 등을 알고 있던 지인이 저지른 사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이 장내 매도된 건이고, 이미 시일이 지났기 때문에 피해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 전 회장의 주식이 원상복귀 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의 주식계좌 해킹 소동으로 에코프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주가 또한 내림세다. 25일 에코프로 주가는 전일보다 8.24% 하락한 69만원에 마감했다. 에코프로 주가가 60만원대로 마감한 것은 지난 6월14일 66만7000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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