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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IPO 무산 우려…‘2대주주’ 앵커PE 지분 일부 매각

[현실화된 카카오의 독이든 성배]②
상장일정 지연되자 투자금 일부 회수나서
카카오뱅크·픽코마 등 전방위 지원했지만
사법 리스크에 손실 전망…투자성과 ‘뚝’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 그룹의 차기 상장 후보로 꼽히면서 주목받았지만, 기업공개(IPO)까지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1조원대 투자에 성공하며 카카오엔터의 상장 시기가 임박했다는 추측이 무성했으나 최근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지분 일부 매각에 나서면서 IPO 계획에 차질이 생긴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진 상황이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카카오 상황을 고려하면 카카오엔터의 상장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엔터 2대 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지난달 11일 보유주식 일부를 매물로 내놨다. 앵커PE는 카카오엔터 지분 12.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앵커PE는 카카오엔터 상장 전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기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출자자(LP)들로부터 회수 성과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자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려고 나선 것이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안상균 대표가 이끄는 앵커PE는 2016년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인 포도트리(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1250억원을 투자했고, 2020년 카카오엠(카카오M)에 2098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2021년 포도트리가 사명을 변경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엠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카카오엔터의 2대 주주에 올랐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1월 ‘빈살만 펀드’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형식으로 약 1조16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카카오 전 계열사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 투자유치였다. 당시 카카오엔터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1조3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카카오엔터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상장과 동시에 새로운 엔터 대장주 등극이 전망됐다. 증권가에선 SM엔터를 품은 카카오엔터 기업가치가 20조원에 달할 거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엔터는 2019년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채비에 나섰는데, SM엔터 인수가 상장 전 몸집 불리기란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카카오엔터 상장은 속도를 내지 못 했다. 기업가치 역시 2021년 10월 유상증자 당시 10조원, 올해 1월 사우디 국부펀드에서 투자유치 당시 11조원대에 그치며 큰 폭의 성장세는 보여주지 못 했다. SM엔터 인수 이후 몸값 재산정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경기침체 우려와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투자심리마저 얼어붙은 형국이다. 

‘카카오 우군’ 앵커PE 대규모 손실 불가피

앵커PE는 그간 카카오 계열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해왔다. 2020년 카카오뱅크에 25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2021년엔 카카오재팬(현 카카오픽코마)에 600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카카오페이지는 2016년 앵커PE의 자금 지원으로 적자 회사에서 글로벌 IP(지식재산권) 회사로 성장했고, 앵커PE가 카카오M에 후속투자를 단행하면서 합병법인인 카카오엔터의 성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 탓에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앵커PE 역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상장 무산 위기가 불거진 카카오엔터 외에도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가 바뀔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해 들어 25% 가까이 하락했다. 카카오픽코마 역시 올해 상반기 부문 순이익이 78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부문 순이익(336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달 26일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등 3명과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SM엔터 경영권 경쟁사였던 하이브의 공개매수 방해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손잡고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격(12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앵커PE는 마켓컬리, 두나무 등 주요 투자 기업들의 상장이 미뤄지면서 투자금 회수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앵커PE는 2021년 마켓컬리에 프리IPO 형태로 25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마켓컬리는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올해 앵커PE는 마켓컬리에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지분을 늘렸지만, 컬리의 기업가치가 1조원대로 추락하고 IPO 역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1500억원을 투자한 두나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앵커PE는 지난해 1월 두나무 구주 1500억원 어치(지분 1%)를 사들였다. 주당 거래가는 50만원 수준으로, 두나무 기업가치는 15조원으로 평가됐다. 당시 사모펀드가 가상자산(가상화폐) 플랫폼 업체에 투자한 첫 사례로 화제를 모았지만, 현재 장외시장에서 두나무 주가가 8만원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손실이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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