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그림자 드리운 롯데그룹…SK·CJ도 불안

[혼돈의 한국 경제] ③
롯데, 차입부담 대폭 증가
CJ·SK 재무건전성 확보해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 롯데케미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높아진 재무부담으로 인해 롯데그룹에 대한 크레딧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그룹과 CJ그룹 역시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금리 인상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판단되는 그룹 1위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총 327표(유효응답자 176명, 12개 후보 그룹 가운데 최대 2개 복수응답) 중 125표(71%)를 얻었다. 직급별로 보면 크레딧 애널리스트(CA)가 48명, 비CA 77명으로 집계됐다. 

캐시카우 롯데케미칼 실적 부진에 롯데그룹 ‘휘청’

크레딧 업계는 롯데그룹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이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고 있어 그룹 전반의 실적이 저하됐다고 지적한다. 롯데케미칼 등 화학업이 그룹 매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및 호텔 부문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화학 부문은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의 롯데그룹 분석보고서 ‘그룹 주요 업체 합산 매출 및 영업수익성 추이’에 따르면 매출액은 ▲2020년 55조7460억원 ▲2021년 62조5280억원 ▲2022년 73조2800억원으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480억원 ▲2조6920억원 ▲8280억원을 기록했다.

한기평은 “화학 부문은 판가 인상에 따라 외형이 증가한 반면, 공급과잉 심화와 원가부담 확대 등 업황이 저하되면서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며 “이익기여도가 높았던 화학부문의 부진으로 인해 그룹 전반의 수익성이 하락해 2022년 연간영업이익률 0.8%,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 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롯데, 과중한 투자부담에 차입부담 대폭 늘어

롯데그룹은 이번 SRE에서 ‘재무부담 누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그룹’ 문항에서도 1위로 뽑혔다. 롯데그룹의 부진한 실적과 과중한 투자부담으로 인해 단기간 내 재무안정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크레딧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로 인해 올해 상반기 신용평가 3사는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대규모 자금소요가 지속되면서 차입부담이 대폭 상승했다. 2022년말 롯데그룹의 합산 총차입금은 48조8000억원, 순차입금은 33조1000억원 규모로 지난 2021년 말 41조1000억원, 26조4000억원 대비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으로 차입부담이 재차 증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롯데그룹의 합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126.6%, 39.7%로 전년동기 121.6%, 36.4% 대비 상승했다.

크레딧 업계는 롯데그룹은 화학부문의 실적 부진이 그룹의 이익창출력을 제약하는 가운데, 높은 투자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한성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롯데그룹 화학부문은 올해 ‘상저하고’ 실적을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업황 반등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 재무 부담을 크게 경감시킬 만한 현금 흐름 유인이 부족했고, 여전히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올라가고, 중국의 저성장 진입이 업황 개선 폭을 제한하고 있다보니 실적 개선 수준이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미치지 못한 걸로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이러한 실적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점진적으로 재무부담이 개선되고 있으나 예상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개선 시기도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CJ 재무건전성 확보 필요”

크레딧 업계에선 롯데그룹과 마찬가지로 CJ그룹과 SK그룹 역시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는 금리 인상 타격이 클 것으로 판단하는 그룹 2위에 올랐고, 재무부담 누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그룹에는 3위에 올랐다. CJ그룹은 해당 질문에서 각각 3위, 2위를 기록했다. SRE 자문위원들은 CJ그룹과 SK그룹이 거론되는 이유는 ‘차입금 증가로 인한 재무부담 증가’라고 입을 모았다. 

CJ그룹은 최근 재무 구조 악화로 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 CJ그룹은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지분투자 물류시설 및 설비투자 등에 따른 자금소요가 큰 편이다. 실질 재무 부담은 회계상 지표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그룹의 상반기 연결기준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이자지급액이 429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이자지급액 2592억원보다 증가했다. 한신평은 “2021년 콘텐츠·식품·플랫폼의 주력 사업 관련 전략적 투자 계획 발표 이후 대규모 지분 인수를 비롯한 투자 규모 확대로 그룹 전반의 차입부담이 증가하고 있다”평가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정유화학과 반도체부문을 중심으로 그룹의 연간 영업현금창출력이 저하됐고, 자본적지출(Capex) 증가로 잉여현금흐름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SK그룹의 2022년말 그룹 합산 순차입금은 75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19조원 늘었다. SK그룹의 순차입금은 올해 3월 말 82조원을 기록하며 최근 들어서도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SK그룹의 경우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 많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SRE 자문위원은 “내년 하반기 SK온의 기업공개(IPO)가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시장의 우려를 커버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SK그룹은 차입금이 많이 늘긴 했으나 감소시킬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평가3실 실장은 SK그룹의 향후 전망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중요한 부분은 절대적인 적자 여부보다는 적자폭이 축소되고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인지 등의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이후부터의 업황 회복과 내년 상반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SK이노베이션, SK ENS 등 주력 계열사 신용도를 모두 포괄하는 그룹 신용도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2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3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4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

5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

6홍천서 올해 첫 진드기 SFTS 사망자 발생

7비트코인, 전일 대비 3.2%↓…6만 달러 위태

8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1인당 평균 13억 넘어

9코로나19 수혜 기업, 엔데믹 탈출구 마련은 언제

실시간 뉴스

1‘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2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3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4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

5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