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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적자에도 HMR 도전 멈추지 않는 까닭 [‘하림’ 김홍국의 뚝심] ②

라면, 어린이식...끊임없는 HMR 시장 도전 높은 가격 불구 만족도는 떨어져...적자 지속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림]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종합식품기업’을 향한 하림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중견 닭고기 전문업체를 넘어 자신의 철학을 반영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서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어 과연 김 회장의 ‘뚝심 경영’이 빛을 발할지 눈길이 쏠린다. 

‘가족의 힘’으로 식품 사업 이끌어

김 회장은 맨손으로 국내 축산업계 1위 업체를 일군 자수성가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그를 식품 사업으로 이끈 것은 ‘가족의 힘’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로 농장주가 되는 꿈을 꿨다. 이후 닭과 돼지를 번갈아 사고팔면서 18세 때 자본금 4000만원으로 양계장을 차린다. 1978년 황등농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농업 사업에 나서게 됐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1982년 돼지와 닭 가격이 폭락하면서 빚더미에 앉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언스트&영 최우수 기업가상 시상식이 열린 모나코에서 김 회장은 “돌이켜보면 항상 위기는 기회였고 1%의 가능성만 있으면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주변의 반대가 있더라도 오너는 뚝심 있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항상 외로운 자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HMR 시장에 뛰어든 것 역시 ‘가족’이 배경이 됐다. 그는 “네 아이, 다둥이 아빠다. 어느 아빠나 그렇듯 제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하지만 면을 먹으면 볼이 빨개지는 증상이 나타났던 넷째 아이와 라면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라며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자연 식재료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방법을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튼튼해지고 볼이 빨개지지 않게 음식을 만드는 나트륨 등 인공감미료(MSG)가 아닌 진짜 재료로, 제대로 된 맛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 잡을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막내딸을 위해 2021년 10월 첨가물이 없는 ‘더미식 장인라면’ 출시에 이어 지난해 5월 즉석밥, 올해 튀김 전문 ‘멜팅피스’, ‘더미식 냉동만두’ 등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제품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어린이식도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마음에 ‘푸디버디’ 브랜드도 10월에 론칭했다.

하림 푸디버디의 빨강라면 제품 이미지. [사진 하림]


엇갈리는 시장 반응…누적된 적자가 발목


다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하림의 끊임없는 프리미엄 HMR 시장 도전에도 적자가 지속되자 업계는 이 같은 사업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엔에스지주를 흡수합병하면서 하림산업을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지난해 3월 주주 간 주식교환 방식으로 엔에스쇼핑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10월 엔에스쇼핑을 엔에스지주와 엔에스쇼핑으로 인적분할했다. 이후 엔에스지주와 합병하면서 하림산업, 글라이드를 하림지주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해까지 경영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만큼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실제 하림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461억원으로 전년(217억원) 대비 112.7%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89억원에서 868억원으로 확대됐다. 당기순손실 역시 638억원에서 1165억원으로 늘어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하림산업의 영업손실은 이어졌다. 2016년 116억원에서 2017년 104억원으로 주춤한 뒤 ▲2018년 119억원 ▲2019년 148억원 ▲2020년 294억원 ▲2021년 589억원으로 매년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8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김 회장의 야심작인 ‘더미식’이 론칭한 2021년은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되기도 했다. 더미식은 고품질 식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간편식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라면·즉석밥·짜장·냉동 볶음밥·냉동만두 등을 연이어 출시한 데 이어 ‘더미식 장인라면’은 유명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기용해 홍보에 나섰다. 출시 직후 두 달여간 500만봉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은 1% 내외로 알려져 있다. HMR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고집하고 있지만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들하다는 평가다.

제품들이 출시될 때마다 하림산업은 신선하고 고품질 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특히 국물이 들어간 제품에는 자연 재료를 깊게 우려냈다는 문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에 해당 제품의 가격을 경쟁사 제품보다 1.5배까지 높게 책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제품 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직접 홍보에 나설 정도로 HMR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하림산업이 출시한 가정간편식 제품 가운데 시장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제품은 아직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프리미엄 전략이 통할지 모르겠다”라며 “좋은 품질과 맛을 강조하는 건 좋지만 가격 정책이 시 장 점유율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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