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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유지해야 할까”…엇갈린 시각들

[공매도 금지에 흔들리는 증시] ②
정의정 대표 “예외적 허용 없는 공매도 전면금지 요구”
금융투자업계 “韓증시 대외 신인도 떨어뜨릴 수 있어”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매도 제도 개혁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를 시행한 직후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공매도 금지 예외 조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의견도 명확히 갈리는 모양새다. 

개인투자자들 촛불집회…“시장조성자 공매도 금지해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6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제한했으나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허용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시장조성자의 시장조성 목적 ▲주식 유동성 공급자의 유동성 공급 목적 ▲파생 시장조성자의 헤지 목적 ▲ETF(상장지수펀드) 유동성 공급자의 헤지(hedge·위험회피) 목적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전면 제한 조치에 대해 ‘반쪽짜리’라고 지적하며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7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든 공매도 금지 촉구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까지 정지해서 ‘예외적 허용 없는 공매도 전면금지’를 요구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제도의 폐지와 공매도 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이들은 “시장조성자제도 공매도를 허용하는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반쪽짜리 공매도 금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행위”라며 “학교 폭력 전면금지라고 해놓고 ‘일진’은 제외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금지가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고 공정한 주식시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장조성자제도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도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허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투연과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 공매도도 금지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즉각 구축 ▲상환기간 90일 통일 및 상환 후 1개월간 재공매도 금지 ▲담보비율 130% 통일 ▲공매도 총량제 실시(시총 3~5% 범위 이내) ▲대차 대주시장 통합 ▲개인투자자 보호 태스크포스(TF)팀 운영 ▲금융문맹국 금융교육 강화 ▲전 증권사 불법 공매도 조사 등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시장조성자 공매도 등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 실제로 정상 거래만 있었던 것인지, 편법이나 인위적 시세 조종은 없었는지 조사해달라는 취지에서 집회를 열었다”며 “모든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상태에서 불법 공매도를 조사하고 바로잡을 부분을 바로잡은 뒤 공매도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시장 조성자 및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를 제한하면 다른 투자자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ETF, 선물/옵션, ELW 등 구조화 상품 거래를 하는 투자자 또한 보호돼야 할 사안”이라며 “해당 상품의 시장 조성자,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 제한으로 가격 호가 제시에 차질이 발생하면, 자산 가격의 괴리로 다른 투자자 피해가 양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금지 예외와 관련해 시장 영향 등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를 막으면 투자자 보호나 시장발전 등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 연합뉴스]

여전한 공매도 찬반 논란…멀어지는 MSCI 선진지수 편입

공매도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자본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거래량을 증대시켜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장의 과열을 방지하는 등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반면,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불공정거래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로 인해 해외 기관의 반발이 있을 수 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매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전면 금지는 과도한 조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외신에서도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금융 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가 한국 증권시장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 산정)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국내 증시에서 해외 자본이 이탈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외국인의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보다 매도세 압력이 더 컸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이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기간인 2020년 3월 16일∼6월 12일 동안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정 대표는 이달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공매도 제도 개혁 촉구 1인 시위를 하며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았던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공매도는 현실에서 악용될 여지가 많으므로 한시적 금지 후 모든 측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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