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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위기론 대두에 ‘자금경색’ 건설·캐피탈 ‘흐림’

[혼돈의 한국 경제] ①
34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채권시장 전문가 75%, 건설업 악화 예상
PF 불확실성 확대에 캐피탈·증권도 흔들
전자·조선은 맑음…1년 내 업황 개선 기대

경기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원자재값 상승, 금리 인상 등 부동산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건설과 캐피탈, 증권 등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도 1년 내로 해당 산업군의 업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서 전체 설문 응답자 176명 중 75%에 해당하는 132명(복수 응답)이 건설업을 향후 1년 내로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산업으로 꼽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크레딧 애널리스트(CA)가 55명(76.4%), 비CA가 77명이다. 건설업은 지난해 진행된 33회 SRE에서도 62.6%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건설업에 대한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우려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건설업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것은 현재진행형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영향이 크다. 지난해 9월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 이후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쳤고, PF 상환에도 차질을 빚은 것이다. 실제 지난 2020년 11조원 규모였던 건설사 PF는 올해 상반기 말 27조7000억원으로 불어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PF는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대출금 상환 재원으로 삼고, 프로젝트의 유무형 자산을 담보로 프로젝트 수행 설립회사(PFV)에 금융기관이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을 뜻한다. 

건설사 PF 보증 규모 추이.


부실 PF 뇌관되나

PF 불확실성으로 업황 악화가 우려되는 것은 건설업만의 일이 아니다. 부실 PF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캐피탈과 증권 역시 부실 PF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캐피탈은 34회 SRE에서 건설업 다음으로 많은 71표(40.3%)를 받으며 1년 내 업황 악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CA가 31명, 비CA가 40명이 캐피탈을 지목했다. 실제 캐피탈을 비롯한 여신업계의 PF 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26조원이다. 평균 연체율은 3.9%으로 지난해 말 연체율이 2%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증권사의 경우 PF에 대한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PF 부실 발생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지난해 단기자금 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증권사의 PF 신용공여 규모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1조5791억원에 달한다. 신용공여는 금융거래에서 타인에게 재산을 일시적으로 빌려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대출금과 지급보증을 포함하는 여신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시장 수요 부진 이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학 업종 역시 내년까지는 보릿고개가 지속될 전망. 채권시장 전문가 41명(23.3%)은 화학 업종의 업황이 1년 내로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건설과 캐피탈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표다. 특히 비CA(15명)보다 CA(26명)가 화학 업종의 전망을 더 비관적으로 예상했다. 

현재 화학 업종은 신사업 투자 확대와 주요 고객사들의 실적 반등으로 일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중국의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연구소도 2030년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량이 2010년 수준으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채권시장 전문가들이 1년 내 업황 악화를 예상한 업종은 ▲공기업 발전 20표(11.4%) ▲신용카드 12표(6.8%) ▲유통 11표(6.3%) ▲보험 8표(4.5%) ▲정유 5표(2.8%) ▲철강 5표(2.8% )▲해운 4표(2.3%) ▲조선 3표(1.7%) ▲은행 2표(1.1%) ▲항공 2표(1.1%) ▲자동차 (1표(0.6%)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라인. [사진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 조짐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수출 업종의 경우 업황 개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단가가 본격적으로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걱정을 한시름 던 모습이다. 

실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0월 PC용 DDR4 8Gb D램 고정거래가격이 1.5달러로 전월보다 15.4% 증가했다. 메모리카드·USB용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의 10월 고정거래 가격은 3.88달러로 전달 대비 1.6% 올랐다.

채권시장 전문가들 역시 반도체가 포함돼 있는 전기전자 분야를 1년 내 업황 개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꼽았다. 34회 SRE에서 전기전자는 1년 내 업황 개선 기대 산업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86명(48.9%)이 선택해 1위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CA가 31명, 비CA가 55명이다. 

조선과 자동차도 전기전자 못지 않게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혔다. 조선은 이번 설문에서 채권시장 전문가로부터 50표(28.4%)를 받으며 전기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CA가 27표, 비CA가 23표다. 자동차도 조선과 비슷한 49표(27.8%)를 받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조사한 올 상반기 조선과 자동차의 공인회계사 경기실사지수(CPA BSI)는 각각 144, 109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기준치인 100을 넘은 것은 조선과 자동차 뿐이다. CPA BSI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초과하면 경기 호황,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뜻한다. 즉 조선과 자동차의 업황 전망이 다른 업종 대비 긍정적인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채권시장 전문가들이 1년 내 업황 개선을 기대하는 업종은 ▲항공 35표(19.9%) ▲정유 27표(15.3%) ▲은행 23표(13.1%) ▲화학 11표(6.3%) ▲보험 10표(5.7%) ▲공기업발전 9표(5.1%) ▲음식료 8표(4.5%) ▲해운 8표(4.5%) ▲통신 7표(4%) ▲증권 6표(3.4%) ▲철강 4표(2.3%) ▲유통 3표(1.7%) ▲캐피탈 3표(1.7%) ▲건설 2표(1.1%) ▲신용카드 1표(0.6%) 순으로 나타났다.
건설사 PF 보증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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