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종이문서를 내 손안의 데이터로...로민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코노 인터뷰]
“자사 기술로 보험금 청구, 지급 시간 절반으로 줄여”
은행·카드사·공공기관 등 고객사 다양…내년 미국 및 영어권 진출 계획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한국 사람 10명 중 8명이 가입했다는 실손보험을 보험사에 청구해본 적이 있는가. 진료 영수증과 세부 내역서, 진단서·소견서 등 제출해야 할 서류만 서너 가지가 넘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런데 반대로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이는 귀찮음을 넘어 매우 큰 ‘압박’이다. 국내 실손 청구 건수가 연간 약 1억건이 넘으니 처리해야 할 서류만 해도 일 년에 최소 3억장이다.
인공지능(AI) 광학 문자 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OCR) 스타트업 ‘로민’은 이처럼 기업의 데이터 보유량이 방대하게 증가하는 시대에서 효율적 처리 도모를 위해 등장했다. 문서에 담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AI로 구조화해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실제 로민은 교보생명·흥국생명·라이나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 여러 보험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넘쳐나는 서류 관리에 허덕이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로민의 기술이 매우 유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 2023년 2월 로민의 AI 문서이해 플랫폼 ‘텍스트스코프 스튜디오’를 도입한 뒤 사고보험금 청구에서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4.8시간에서 2.4시간으로 절반이나 줄였다.
로민은 어떻게 이런 효율적인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또 국내에 존재하는 여러 OCR 기술 기업 중 로민 만이 가진 차별화 지점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강지홍 로민 대표를 만나 로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Q. 로민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A. 학부생 때부터 기술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석사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5년 동안 근무했는데 이미 그때부터 이미지 처리 관련 일을 했다. 2016년 딥러닝 기술이 태동하면서 가능성을 보고 퇴사를 결심했다. 이후 서울대에서 박사 과정에 돌입해 이미지 복원, 물체 검출 등을 전공했다. 실제 연구를 하다 보니 이쪽 분야에서 창업 가능성이 보였다. 이후 박사 학위를 포기하고 연구실에 있던 친구(현 임비 로민 CTO)를 설득해 함께 나와 로민을 만들었다.
Q. 다른 업체보다 로민의 OCR 기술이 더 뛰어난 이유는.
A. 로민이 다루는 문서들은 핸드폰으로 촬영되거나 팩스로 전송된 것들이 많다. 화질이 안 좋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OCR 기술의 핵심은 매우 높은 인식률이다. 로민은 저화질 환경 촬영 문서는 기본이고 사람이 손으로 쓴 필기체 문서도 정확히 인식한다.
Q. 높은 인식률이 가능한 동력도 궁금한데.
A. 개발 단계부터 악조건의 환경에서 솔루션을 만들었다. 특히 처음부터 타깃 고객은 금융사였다. 금융사들이 많이 다루는 문서들이 정형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사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려 노력했고 기술적으로도 저화질·그림자·왜곡 등 노이즈(noise)에 강인한 알고리즘들을 많이 개발했다.
Q. 보험사 등 금융권에 고객사가 편중된 이유는.
A. 우선 금융사는 정보기술(IT) 관련 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하는 업종이다보니 사업 진출 때도 이쪽에 무게를 뒀다. 또 기업 대 고객(B2C) 업무를 하는 데 가장 많은 서류를 처리하는 곳이 금융사라는 점도 한몫했다. 자연스레 문서 업무 처리 자동화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으니 로민을 찾는 금융사가 많다.
Q. 보험사 외 기술적용 사례는 없나.
A. 매우 다양하다. 우선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고 있다. 등기권리증, 신분증, 인감증명서, 재직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자동 인식해 정보를 처리해준다. KB국민카드의 경우 고객 신분증 인증뿐 아니라 신용카드 가맹점 심사 과정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금융사만이 아니다. 공공기관인 국가기록원은 문서들을 스캔해 이미지로 보관하는데 그동안 텍스트 정보가 없어 검색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로민의 솔루션을 도입해 이를 해결했다. 컴퓨터가 아닌 수기와 타자기로 기록했던 1990년대 이전 문서들도 인식이 잘 된다. 약국에서도 애용되고 있는데 병원마다 양식이 제각기인 처방전을 읽어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Q. 신사업 확장 계획도 있는가.
A. 현재는 국내 기반 한글 데이터로 서비스가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해외 시장을 두드려 보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시장이 될 듯하다. 영어는 이미 솔루션을 갖추고 있어 진출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영어권의 경우 인건비가 높아 우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Q. 로민과 강지홍 대표가 이루려는 최종 가치는 무엇인가.
A. 세상에 많은 데이터가 사람에게 의미가 있으려면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닌 가공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지식’이라고 한다. 때문에 로민은 단순히 OCR로 데이터를 뽑아주는 게 아닌, 활용과 분석을 통해 더 가치 있는 고차원의 데이터로 만들어주는 걸 지향한다.
개인적으로는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사원들이 행복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작은 성취감부터 이전에 없던 기술들을 만들어 업무를 자동화시키는 데 일조하는 큰 성취감까지 경중을 가리지 않는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를 앞으로도 계속 되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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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광학 문자 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OCR) 스타트업 ‘로민’은 이처럼 기업의 데이터 보유량이 방대하게 증가하는 시대에서 효율적 처리 도모를 위해 등장했다. 문서에 담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AI로 구조화해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실제 로민은 교보생명·흥국생명·라이나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 여러 보험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넘쳐나는 서류 관리에 허덕이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로민의 기술이 매우 유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 2023년 2월 로민의 AI 문서이해 플랫폼 ‘텍스트스코프 스튜디오’를 도입한 뒤 사고보험금 청구에서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4.8시간에서 2.4시간으로 절반이나 줄였다.
로민은 어떻게 이런 효율적인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또 국내에 존재하는 여러 OCR 기술 기업 중 로민 만이 가진 차별화 지점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강지홍 로민 대표를 만나 로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Q. 로민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A. 학부생 때부터 기술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석사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5년 동안 근무했는데 이미 그때부터 이미지 처리 관련 일을 했다. 2016년 딥러닝 기술이 태동하면서 가능성을 보고 퇴사를 결심했다. 이후 서울대에서 박사 과정에 돌입해 이미지 복원, 물체 검출 등을 전공했다. 실제 연구를 하다 보니 이쪽 분야에서 창업 가능성이 보였다. 이후 박사 학위를 포기하고 연구실에 있던 친구(현 임비 로민 CTO)를 설득해 함께 나와 로민을 만들었다.
Q. 다른 업체보다 로민의 OCR 기술이 더 뛰어난 이유는.
A. 로민이 다루는 문서들은 핸드폰으로 촬영되거나 팩스로 전송된 것들이 많다. 화질이 안 좋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OCR 기술의 핵심은 매우 높은 인식률이다. 로민은 저화질 환경 촬영 문서는 기본이고 사람이 손으로 쓴 필기체 문서도 정확히 인식한다.
Q. 높은 인식률이 가능한 동력도 궁금한데.
A. 개발 단계부터 악조건의 환경에서 솔루션을 만들었다. 특히 처음부터 타깃 고객은 금융사였다. 금융사들이 많이 다루는 문서들이 정형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사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려 노력했고 기술적으로도 저화질·그림자·왜곡 등 노이즈(noise)에 강인한 알고리즘들을 많이 개발했다.
Q. 보험사 등 금융권에 고객사가 편중된 이유는.
A. 우선 금융사는 정보기술(IT) 관련 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하는 업종이다보니 사업 진출 때도 이쪽에 무게를 뒀다. 또 기업 대 고객(B2C) 업무를 하는 데 가장 많은 서류를 처리하는 곳이 금융사라는 점도 한몫했다. 자연스레 문서 업무 처리 자동화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으니 로민을 찾는 금융사가 많다.
Q. 보험사 외 기술적용 사례는 없나.
A. 매우 다양하다. 우선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고 있다. 등기권리증, 신분증, 인감증명서, 재직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자동 인식해 정보를 처리해준다. KB국민카드의 경우 고객 신분증 인증뿐 아니라 신용카드 가맹점 심사 과정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금융사만이 아니다. 공공기관인 국가기록원은 문서들을 스캔해 이미지로 보관하는데 그동안 텍스트 정보가 없어 검색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로민의 솔루션을 도입해 이를 해결했다. 컴퓨터가 아닌 수기와 타자기로 기록했던 1990년대 이전 문서들도 인식이 잘 된다. 약국에서도 애용되고 있는데 병원마다 양식이 제각기인 처방전을 읽어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Q. 신사업 확장 계획도 있는가.
A. 현재는 국내 기반 한글 데이터로 서비스가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해외 시장을 두드려 보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시장이 될 듯하다. 영어는 이미 솔루션을 갖추고 있어 진출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영어권의 경우 인건비가 높아 우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Q. 로민과 강지홍 대표가 이루려는 최종 가치는 무엇인가.
A. 세상에 많은 데이터가 사람에게 의미가 있으려면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닌 가공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지식’이라고 한다. 때문에 로민은 단순히 OCR로 데이터를 뽑아주는 게 아닌, 활용과 분석을 통해 더 가치 있는 고차원의 데이터로 만들어주는 걸 지향한다.
개인적으로는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사원들이 행복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작은 성취감부터 이전에 없던 기술들을 만들어 업무를 자동화시키는 데 일조하는 큰 성취감까지 경중을 가리지 않는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를 앞으로도 계속 되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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