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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만 5.5조’ 내고 물러나는 창펑 자오…새 바이낸스 수장은 누구?

美 기업 사상 최고액 벌금 부과…미국 사업도 철수
새 CEO로 ‘규제 전문가’ 리처드 텅 선임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글로벌 1위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창펑 자오(CZ)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고 사임하기로 했다. 자오 CEO가 돈세탁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데 따른 책임의 뜻이다. 업계에서는 그의 후임인 리처드 텅에게 주목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637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벌금을 낸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바이낸스는 미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등록하고 효과적인 자금세탁방지제도(AML)를 운용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바이낸스는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 카삼 여단’과 ‘이슬라믹 지하드’(PIJ),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IS) 등 테러·범죄 단체와 의심되는 거래를 미 금융당국에 보고하거나 방지하지 못했다.

또 바이낸스는 미국 고객이 이란,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등 제재 대상 지역에 있는 사용자와 거래하는 것을 중개한 혐의를 받는다. 미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이런 제재를 위반한 암호화폐 거래가 총 166만여 건, 금액으로는 7억 달러(약 9057억원) 상당 일어났음을 파악했다. 특히 바이낸스를 통한 북한과의 거래 중개는 총 80건, 437만 달러(약 56억원) 수준으로 나타나 대북 제재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오 CEO는 이같이 실정법을 위반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직위에서 물러나고, 바이낸스 또한 미국 내 사업을 전면 철수하기로 했다.

자오 CEO는 X(구 트위터)를 통해 “내가 실수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커뮤니티, 바이낸스 그리고 나를 위한 최선이다. 바이낸스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다”며 “바이낸스의 주주이자 전 CEO로서 미국의 프레임워크(작업 구조)에 따라 기업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임 바이낸스 CEO 된 리처드 텅…과거부터 하마평

물러난 자오 CEO의 자리에는 리처드 텅 바이낸스 지역시장총괄이 앉게 됐다.

리처드 텅 신임 바이낸스 CEO(전 미국 외 지역시장총괄). [사진 리처드 텅 트위터]
텅 신임 CEO는 X를 통해 “새로운 CEO 역할을 맡게 된 건 영광이며 겸허한 마음이다”며 “바이낸스의 핵심 사명인 ‘화폐의 자유’를 달성하면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도 충족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사용자가 회사의 재무 건전성, 보안 및 안전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안심시키겠다”며 “규제 기관과 협력해 소비자 보호 제공과 혁신을 촉진하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의 칼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텅 신임 CEO는 규제와 컴플라이언스(법규준수) 관련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94년부터 13년간 싱가포르 금융감독청(MAS)에서 근무했다. 은행, 보험을 비롯해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 경험을 쌓았다. 증권·선물법 제정에 참여했고 리츠, 신탁 등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이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로 옮겨 규제당국 출신으로서 MAS를 상대로 대관 업무를 했다. 이렇게 다년간 민간에서 경험을 쌓은 텅 신임 CEO는 지난 2021년 바이낸스 싱가포르 CEO로 합류했고, 올해 5월 미국 외 전체 지역시장 책임자로 승진하게 됐다.

사실 텅 신임 CEO는 예전부터 유력한 차기 바이낸스 CEO로 거론되곤 했다. 지난 6월 블룸버그는 바이낸스는 미국의 규제와 조사가 강화되면서 후계자 논의가 시급해졌는데 자오가 CEO를 포기한다면 리차드 텅이 후계자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바이낸스는 “블룸버그의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3.8%?’…생각보다 견고한 시장

한편 대형 악재로 예상됐던 이번 이슈가 예상과는 다르게 시세에는 크게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4675만6667원으로 24시간 전보다 3.88% 하락했다.

11월 21일~22일 오전 10시 50분 비트코인(BTC) 가격 추이. [제공 코인마켓캡]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글래스노드 데이터를 인용해 “자오 CEO 사임 소식 이후에도 트레이더들은 바이낸스를 지속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낸스 관련 부정적 보도에도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이번 소식으로 사건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업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인사들도 이번 사건을 악재로만 해석할 수 없다고 전했다. 폴 그레왈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X를 통해 “암호화폐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성장하는 시장을 만들려면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도 “오늘 이슈는 이처럼 어려운 선택을 한 게 결국은 올바른 접근 방식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라이언 셀키스 메사리 CEO,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설립자 등도 긍정적인 해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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