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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부동산 리스크에 증권사 감원 바람 ‘좌불안석’

[부동산에 짓눌린 증권사]②
작년에 이어 올해도 증권사 부동산 투자 분야 인력 감축 진행
부동산 조직 축소·개편…‘연봉왕’ 올랐던 임원들도 면직 처리
‘내부통제’ 중요성 커져…금융당국도 나서 ‘불법 행위’ 경고

여의도 증권가 인근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증권가에 ‘조직 슬림화’ 칼바람이 불고 있다. ‘좌불안석’이 된 곳은 부동산 관련 부서다. 최근 고금리 여파 등으로 국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증권가에 부동산 투자 분야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4일 부동산 영업조직 등에 대한 조직 개편과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로 7명의 임원이 교체됐는데 이들 중 2명은 면직 처분을 받았다. 특히 하이투자증권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 김진영 투자금융총괄(사장)도 포함됐다. 

김 사장은 지난해 연봉 65억원을 받으며 여의도 증권가에서 최고 수입을 올려 ‘연봉왕’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박인준 프로젝트금융부문장(전무)도 해임됐는데, 그도 꾸준히 연봉 상위 5인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작년 연봉은 26억원이다.

국내외 부동산 손실 커지자 인력·조직 개편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 속에 부동산PF 부문 실적이 악화되고 부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꺾기 영업’ 관련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깊어졌다. ‘꺾기’란 대출 조건으로 예금이나, 적금, 보험, 펀드 등 금융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은 은행권 관행처럼 이루어졌지만 최근 부동산PF 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며 증권가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하이투자증권이 한 부동산개발업체에 대출을 내주는 조건으로 30억원 상당의 자사 부실 채권을 팔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도 해당 사안에 대해 검사에 착수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자체 감사를 통해 면직 처리된 두 임원에게 부동산 손실 책임을 묻고, 인센티브를 전액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그간 쌓아놨던 이연성과급까지 받지 못했다. 하이투자증권이 작년 말부터 부동산 부서 전체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 

또 하이투자증권은 조직 개편을 통해 부동산금융 부문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총괄 대표를 뒀던 부동산금융은 대표이사인 홍원식 사장 직속의 4개실로 조정됐다. 본래 하이투자증권의 조직 구성은 ‘총괄-부문-본부-실’로 이어지는 구조이지만, 총괄·부문·본부 조직을 모두 없앤 것이다. 

국내 부동산PF 부실뿐만 아니라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도 증권사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도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7개였던 부동산 사업부를 4개 본부로 줄였다. 기존에는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부문 산하 각각 3개 본부와 인프라금융본부로 구성됐으나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부문이 대체투자금융부로 통폐합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어든 769억을 기록했다. 5개 증권사 중 가장 부진한 수치로 2분기보다 무려 46% 줄었다. 이는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이 직격탄이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미국, 프랑스 등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충당금으로 1000억원을 반영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에도 홍콩 부동산 투자 관련 200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도 했다. 

‘내부 통제’ 역량 도마위…당국 “책임 묻겠다”

타 증권사도 부동산 부문 인력 조정을 진행 중인 분위기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모 증권사는 20~30% 정도 이제 감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또 다른 증권사 중에는 지금 내부 감사를 돌리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도덕적 해이’ 문제도 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인력 감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가 깊어지며 PF 부실 우려에 더해 미국·유럽발 부동산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시장 상황이 당장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증권가의 감원바람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61개 증권사의 임직원수는 3만9056명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3만9634명보다 578명 감소했다. 이들 중권사 중 다올투자증권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축소됐다. 지난해 말 기준 다올투자증권에 재직했던 직원수는 502명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47명으로 155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부동산PF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직원의 30%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이들 PF조직이 다시 회사로 복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PF쪽 일하던 사람들을 감축하면 같은 회사 내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내보내는 거다”며 “보통 계약직이라서 재계약을 안 하면 내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부동산 투자 부실로 손실이 커지고 있는 증권사들이 인력감축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감독당국이 증권사 임직원의 불건전 관행도 ‘개인의 일탈’이 아닌 ‘내부통제 미비’라고 보고 있어서다.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 최근 증권사의 대규모 인력감축 바람은 수익이 감소한 원인이 크다”며 “도덕적 해이 문제도 내부적으로 ‘쉬쉬’하고 내보내는 수준이 아니라 사내 징계를 내리는 분위기다. 이제 금감원으로 넘겨가지고 수사까지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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