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로 떠오른 기후테크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올해 두각 보인 ‘기후’ 테마…투자 금액도 크게 늘어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지난 몇 년간 창업생태계의 테마가 ESG였다면, 올해는 단연 ‘기후’라는 테마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기후가 개별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인 협력을 요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산업 주체들에게 기후 문제 해결에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역시 기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 기후 보고서(PwC State of Climate Tech 2021)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와 거래액은 전세계 벤처캐피탈 시장과 비교해 5배 높은 성장을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얼어붙은 벤처 투자 부진 속에서도 기후테크는 건당 투자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 육성 위한 정부 지원 절실
기후 산업 선진국들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 창업생태계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 ESG·임팩트 벤처캐피탈들은 기후 관련 펀드를 조성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기후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임팩트 투자사인 인비저닝 파트너스와 소풍벤처스는 각각 북미 지역과 동남아 지역의 기후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하는 등 기후는 국경 없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날 기후테크의 범주는 포괄적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5대 기후테크를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클린테크(clean tech), 카본테크(carbon tech), 에코테크(eco tech) 같이 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과 함께 푸드테크(food tech)와 지오테크(geo tech) 같이 기후 생태계에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포함돼 있다.
즉, 탄소 배출 증감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더라도 자연생태계 탄소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산업이 기후의 범주에 포함된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McDonald)다. 버거 패티 공급을 위해 소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맥도날드의 탄소화합물 배출량은 연간 5000만톤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보다 많다.
이처럼 탄소 배출이 아닌 탄소 흐름을 추적하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며,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은 기후테크를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좌우할 게임체인저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인식 속에 혁신 DNA를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현황은 어떨까. 기후 산업 전문가들은 ESG정책을 오랜 기간 펼친 유럽 선진국보다는 10년, 막대한 자본 투입으로 무섭게 유럽을 추격하는 북미 선진국보다는 5년 정도 뒤쳐져 있다고 평가한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현황은 더욱 잘 드러난다. 관련 스타트업의 수는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선도 스타트업의 상징인 유니콘 수에서는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창업 선진국들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그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식전환과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기후라는 재화는 모두가 공유하지만 주요 관리 주체를 명시하기 어려운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공적 영역의 적극적 간섭이 필수적이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성장에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지난 11월 열린 ‘스타트업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에서는 기후 스타트업의 육성 정책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아산나눔재단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비롯한 국내 창업 기관들이 주관한 행사에는 입법부 대표, 행정부 대표, 그리고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함께해 기후테크 육성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세 가지 정책적 방향성을 제언했다. 인센티브 도입을 포함한 다면적 지원 방안과 함께 산업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 투자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정책 수립,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규제 개선이 그것이다.
기후테크가 관치 산업으로 남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글로벌 무대에서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의 위치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이 모색됐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동시에 공공재의 특징을 보유한 기후테크가 관치 산업에 종속돼 성장이 더뎌지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런 염려도 해본다.
헬스케어와 금융은 글로벌 유니콘의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이지만, 국내에서는 진입 장벽이 대단히 높아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모두 정부 규제가 촘촘한 대표적인 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공공 영역에서의 재무적 지원이 필수적이고, 규제에 의존하는 기후테크 역시 관치 산업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기후테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미 많은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의 기술 수준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관치 산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지, 글로벌 유니콘으로 등극할지 그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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