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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RL 시대 열렸다”…빅4 회계법인 시장 선점 경쟁 치열해져

[XBRL 시대 개막] ①
XBRL 올해 3분기부터 의무 적용 시행
회계 업계, 인력 충원 등 조직 확장 나서
시장 선점 경쟁 과열 우려 나오기도

올해 3분기부터 재무제표 XBRL 제도가 확대 적용되자 국내 4대 회계법인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국제표준 전산언어) 시대가 개막했다. 올해 3분기부터 재무제표 XBRL 제도가 확대 적용되면서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4대 회계법인은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회계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은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있는 ‘XBRL 재무공시 단계적 선진화 방안’에 따라 올해 3분기 실적 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본문에 XBRL을 의무 적용하고 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비금융 상장사 157곳은 내년 3월 발표하는 2023년도 사업보고서엔 주석까지 XBRL을 적용해야 한다. 자산규모 50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들과 금융업 상장사의 경우 2024년 이후 적용 대상이다. 

XBRL은 기업의 공시 정보에 태그를 붙여 표준화 문서를 작성하는 공시 전산언어다.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동일한 기준에 맞춰 데이터를 정리하기 때문에 일괄 비교가 가능해진다. 데이터 작성 단계에서 재무제표 전체, 개별 계정과목 및 수치에 표준화된 식별코드가 부여된다. 하나의 형식에 맞춰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뀌게 된다. 국내 공시가 영어로 변환돼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진다.

XBRL이 도입되면 공시가 일률화될 수 있고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해 통계화도 가능해진다. 회계 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의 가치가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XBRL 도입으로 기업들은 계열사나 사업 부문간 연결제무제표 작성 시 속도와 신뢰도가 향상될 수 있다”며 “데이터의 수집, 분류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삼일 회계법인, 삼정 KPMG,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EY한영 회계법인 로고. [제공 각 사]

실적 부진 빅4…XBRL 탈출구 될까

지난해 국내 4대 회계법인의 실적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인건비 등 비용이 치솟으며 빅4 회계법인의 영업이익이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금융감독원의 국내 회계법인 2022사업연도 사업보고서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대 회계법인의 매출액은 2조82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반면 4대 법인의 영업이익은 344억원으로 전기보다 62.9% 감소했다. 매출액은 늘었지만 인건비가 2021년 3조 3082억원에서 2022년 3조7116억원으로 12% 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국내 회계 업계는 새로운 수익창출원이 될 XBRL의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은 XBRL 관련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전담 팀을 꾸리는 등 조직을 확장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업무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XBRL 전문 조직을 구성했다. 올해 초 XBRL 센터를 신설한 삼일은 XBRL 설계 및 공시 전 과정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감독원의 비금융업 주석 표준화 프로젝트 및 SEC 상장사에 대한 XBRL 공시 프로젝트 경험 바탕으로 XBRL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삼정KPMG는 지난해 8월 금감원의 XBRL 확대 도입을 앞두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삼정은 매핑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XBRL 매핑툴 ‘XBRL 파인더’를 개발했다. 삼정KPMG가 개발한 'XBRL 파인더'는 국문 및 영문으로 IFRS 및 DART의 표준 항목을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다. 간단한 동작으로 해당 항목을 다른 산출물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은 상장 기업과 금융회사의 재무 공시 선진화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올해 4월 ‘XBRL 센터’를 출범했다. 안진은 4대 회계법인 중 유일하게 국내 주요 XBRL 택소노미 프로젝트인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프로젝트를 모두 수행했다. 2017년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기업의 XBRL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XBRL 관련 인력을 집중 육성 및 관리하고 있다. 

EY한영 회계법인도 감사 부문 내 회계·재무자문서비스본부에 스마트 XBRL 서비스 전담팀을 꾸렸다. 전담팀은 회계사 40여 명과 재무 프로세스 및 시스템 컨설턴트 20여명으로 구성됐다. 전담팀은 XBRL 주석 데이터의 공시, 관련 프로세스 및 시스템 고도화, XBRL 공시를 위한 내부통제 설계 및 운영을 포함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고객은 KT, 대우건설, HL만도, 농심 등이다.

일각에선 회계 업계의 XBRL 시장 선점 경쟁에 대한 과열 우려가 나온다. 회계법인들은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자문료 할인 등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XBRL 도입으로 인해 회계법인 업계는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기업들은 전문성 있는 곳보단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최근 업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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