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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로봇 기업, 해외 진출 성공하려면

[부상하는 의료용 로봇 시장]③
이재준 큐렉소 대표이사 기고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기업들 해외 나가는 이유
가격 차별화 필요...AI 기술 접목도 고려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재준 큐렉소 대표이사] 의료기기는 오랜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기업은 환자와 의사, 병원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초기 제품(프로토타입)으로 만들고, 이후 여러 단계의 실험을 거쳐 기기의 효능을 평가한다. 개선점을 찾아 수정·보완한 뒤 인허가용 제품을 제작한다. 이후 기술적·안정성 관련 시험과 임상 사용상의 시험을 거쳐 기업이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기준에 맞춰 인허가를 신청한다. 제품을 구상하고 실제 출시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이어지는 것이다.

개발 담당자는 인허가 절차를 밟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인허가 담당자와 협력해 품질관리 절차에 따라 기술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어렵사리 인허가 절차를 통과한 제품도 당장 시장에 내놓기는 어렵다.

제품을 제한적으로 출시한 뒤, 인허가 후 임상을 진행해야 해서다. 이를 진행하고서는 임상 결과를 분석해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의료기기의 효능이 담긴 결과를 학회 등을 통해서도 알려야 한다.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고 안정화·차별화하는 후속 개발도 해야 한다. 이는 또 다른 인허가 절차로도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면 기업이 의료기기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3년이다. 수술 로봇처럼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 있다면 5년 정도도 소요된다. 그만큼 기기 개발 과정은 복잡하고, 인허가 등급을 받기도 까다롭다.

문제는 의료기기 개발 후 인허가를 획득해도 항상 사업이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사업을 잘 꾸리려면 새로운 의료기기가 이를 도입한 의료기관에 어떤 이익을 줄지가 중요하다. 이에 기업들의 눈은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으로 향한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제품 개발과 출시에 큰 노력을 쏟다 보니 규모 있는 시장이 필요해서다. 이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들고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해외 주요 기업의 의료기기는 대다수가 국내에 도입돼 있다. 만약 이들 기업이 국내에 선보이지 않은 의료기기가 있다면 한정적인 국내 시장의 규모와 부가가치를 내기 어려운 경쟁환경, 엄격한 의료기기 보상체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이런 국내외 시장 차이를 고려해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국내 시장 환경이 바뀌길 기대하기보다 해외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 투자 기간을 단축할 것인지 등을 우선 검토한 뒤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외 시장 상황 파악한 뒤 제품 개발해야

국내 의료기기 업체에 좋은 소식도 있다. 우수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는지를 진단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시약을 제외해도, 초음파 영상과 엑스레이(X-ray) 진단장치, 치과용 임플란트 등 분야에서 의료기기를 개발 중인 기업들이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용 로봇 분야에서도 R&D와 상업화를 위한 여러 노력이 이어져 왔다. 1990년 말 사람의 몸에 사용하는 수술용 로봇이 도입된 뒤, 국내 의료용 로봇 시장은 발전을 거듭했다. 의료용 로봇이 더는 ‘특별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도 시장에 긍정적이다. 사용자가 의료용 로봇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장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의료 분야에 로봇 기술이 적용돼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이런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 더 많은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적절한 가격 전략과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 수술에 주로 쓰이는 인에이블링(Enabling) 수술용 로봇을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이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제품의 가격을 낮춰 의료용 로봇을 많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국내외 기업들이 협력 체계를 갖춘다면 이런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측면에서 차별화를 이루는 것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 시 고려할 점이다. 물론 선두를 달리는 업체의 기술을 따라가면서도, 특허 문제를 회피해 차별화한 기술을 상업화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특히 국내 의료용 로봇 기업들은 일부 기술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후발 주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를 극복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융합해 임상에서 응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엔지니어링 능력이 있어서다. 수준 높은 국내 의료진과 협업을 통해 구상한 제품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경험과 플랫폼도 가지고 있다.

의료용 로봇을 제조하는 기업이 원가 경쟁력 외 사용 편의성, 품질 안정성, 임상 안전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은 이미 시장 분석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마케팅과 영업 측면에서 차별화를 이루는 것도 해외 시장에 진입할 때 필요한 기술이다.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초석을 다지고, 여러 역량을 갖추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패할 수 있지만, 경쟁자보다 시행착오를 줄인다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경쟁 차별화하려면?…의료기기에 AI 기술 적용해야

인공지능(AI) 기술을 의료기기에 접목하는 것도 의료기기 기업들이 고려할 만한 요소다. AI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 기업이 선진시장에서 기술 진보와 경쟁 차별화를 이루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AI 기술은 이미 의료 진단 분야 기술 발전의 큰 흐름이기도 하다. 많은 기업이 기술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X-ray를 비롯한 영상·이미지 정보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식이다.

AI 기술은 기존의 의료기기나 의료용 로봇의 특정 기능을 개선할 때도 쓰인다. 일부 기업은 이미 AI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적용하거나, 제품 일부에 이를 접목했다. 대기업은 진단과 수술, 재활, 임상의 결과를 분석해 전주기 환자 솔루션에 활용하거나, 사용자를 교육하는 데 쓰고 있다.

수술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사용처를 넓히고 있다. 환자에게 딱 맞는 치료·수술계획을 의료진에게 제안하는 식이다. AI 기술이 적용된 로봇을 사용하면 의료진이 치료·수술계획을 수행할 때 환자의 영상·이미지 정보를 더 잘 활용하게 된다.

로봇이 AI 기술로 수술 중인 장치나 환자의 위치, 힘 센서, 소리, 진동, 이미지 등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움직임을 구현하기도 한다. 기존에는 이를 의료진이 직접 판단했기 때문에 수술 로봇이나 소프트웨어를 운전하는 사용자의 경험이 중요했다. AI 기술은 이를 제안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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