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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개화 바람에 증권사도 분주…누가 먼저 잡을까

[개화 앞둔 STO]①
STO 시장 선점으로 새로운 먹거리 창출나서
새로운 STO 플랫폼 구축 목표로 합종연횡 활발

토큰증권(ST·Security Token) 제도화를 앞두고 증권업계가 시장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토큰증권발행(Security Token Offering, STO)시장 개화에 맞춰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STO를 미래먹거리로 낙점, 조각투자플랫폼 운영사, IT기업 등과 협업을 통해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기존 주식 매매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를 탈피해 새로운 수익구조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토큰증권(ST)이란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의 지분을 작게 나눈 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Token, 특정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가상자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주식·채권·부동산 등의 자산에 대한 가치를 디지털 토큰과 연계한 가상자산을 말한다. 이자·배당 등 미래의 수익, 실물 자산 등에 대한 지분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토큰증권을 발행·유통하는 것을 STO라고 한다.

STO시장 개화 기대감이 더욱 빨라진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한국거래소(KRX) 유가증권시장에 비정형적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을 개설하는 등 10건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신규 지정하면서다. 

이 서비스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내에 일반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미술품, 저작권, 부동산 등에 대한 자산이나 권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조각투자 방식의 신종증권 시장을 개설하는 것이다. 토큰증권이 아닌 기존 전자증권 형태로 상장함으로써 거래소의 증권시장시스템을 활용한 매매거래, 상장, 공시, 청산결제 등이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운영할 장내 시장에서 토큰증권도 거래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술 지원 등의 한계로 토큰증권의 주 무대는 장외 시장이 될 것으로 봤다. 실제 이번 규제 샌드박스 지정으로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일반 토큰증권은 장외 중개 거래 시장에서 유통되고, 한국거래소는 기존 인프라를 통한 전자증권 형태로 신종증권의 유통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각투자 방식의 신종증권도 내년 상반기 중에 한국거래소를 통해 장내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장외거래중개다. 토큰 증권의 특성상 정형적이고 높은 허들을 가진 장내 시장보다 장외 시장에서의 활발한 거래가 토큰 증권 사업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 새로운 STO 플랫폼 구축 사활 

특히 증권사들은 토큰증권을 장외 시장에서 발행·유통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토큰증권 플랫폼이 구축되면 증권사는 STO 발행과 거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동해 새로운 STO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 선택의 폭도 그만큼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TO라는 것이 아직 법제화되기 전임에도 증권사들이 나서고 있다는 것은 플랫폼을 먼저 구축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어떤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을 써서 어떤 플랫폼으로 토큰들을 쉽게 발행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구축하는 것이 첫 목표다. 이를 구축해놓으면 기초 자산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이와 협력해서 토큰 발행이 쉽게 이뤄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증권 시장에서 토큰 증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운영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public) 블록체인이 아닌 일부 승인된 주체들만 참여할 수 있는 컨소시엄(consortium) 혹은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증권사들은 다양한 산업분야들과 시장참여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우선 하나증권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토큰증권 생태계 발전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1월 개최한 세미나에는 증권사를 비롯해 회계법인과 투자사, 기초자산보유회사 등 총 60여개 기관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하나증권은 갤럭시아머니트리, 피나클, 오아시스 비즈니스, 프린트베이커리, 아이티센, 다날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부동산, 예술품, 금은, 모바일컨텐츠 등 다양한 기초자산 기반의 증권형 토큰 비즈니스를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증권업계 최초로 STO 혁신금융서비스(블록체인 기반 금전채권 신탁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서비스)를 지정받은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인프라 시스템을 개발해 연내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9월에는 KB증권, NH투자증권과 토큰증권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토큰증권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 전반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공동 인프라 구축을 넘어 전략적 사업모델 발굴까지 협업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본격적으로 ▲토큰증권 공동 인프라 구축 및 분산원장 검증 ▲토큰증권 정책 공동 대응 및 업계 표준 정립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서비스 시너지 사업 모델 발굴 등을 상호 협력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와 토큰증권 상품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9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토스뱅크, 기술 파트너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업계 최초로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범 발행까지 완료했다.

또한 각각의 분야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조각투자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PIECE)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 문화 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 토지·건물 거래 플랫폼 ‘밸류맵’, 그리고 비상장 주식 거래에 특화된 ‘서울거래’ 등의 기업들이 참여 중이다.

교보증권도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 STO 사업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협약으로 교보증권은 테사와 블루칩 스테디셀러 작품 기반 투자 상품 출시, 비대면 계좌개설 프로세스 구축 및 서비스 연동, 공동 마케팅 제휴 및 미술품 투자 교육 프로그램 개설을 진행한다. 이밖에 NH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뮤직카우, 스탁키퍼, 투게더아트, 테사, 펀블 등 5개 STO 기업과 미팅을 진행하고 STO 수익모델, 투자계약증권 준비상황, 사업안정성 여부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TO가 실물자산 기반의 안정화된 증권 형태로 근본이 있는 대체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TO가 펀드나 기존 상품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봐서 게임 체인저로 생각하기도 한다”며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는 것은 기존 수탁 등 문제가 됐던 부분들이 다 없어진다는 얘기다. 위변조가 불가하게 어떤 자산이 늘고, 어떻게 움직였는지 전부 다 블록체인으로 관리가 되는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각 사들이 새로운 영역이라 생각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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