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 평일 변경…마트·시장 ‘윈윈 효과’ 있을까 [‘평일에 문닫는’ 대형마트] ②
‘일요일 강제 휴무’ 유통 규제 완화 가시화
‘평일 휴업’ 대구 소매업 매출 늘어
“마트와 시장 대결구도보다 업태 변화 고려해야”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경기 광명에 사는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집 근처 대형마트에 들렀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공교롭게도 2023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대
형마트 의무휴업일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마트 주차장 입구에서도 발길을 돌리는 차량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박씨는 “장을 볼 시간이 없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트를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며 “대목이라 당연히 문이 열려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식사 재료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업계는 볼멘소리를 냈다. 통상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홈파티 등을 위해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려는 수요가 높아 매출이 더 높지만, 2023년에 정작 이브날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에선 이마트 노브랜드와 이마트 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등 총 158곳의 기업형슈퍼마켓(SSM)도 의무휴업 규제로 문을 닫았다. 이들 SSM까지 합하면 서울 시내에선 총 228곳의 대형마트와 SSM이 영업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사흘 연속으로 백화점, 마트 입장에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며 “하지만 먹거리를 판매할 수 있는 하루를 통으로 날려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대형마트의 주말 매출이 평일의 1.5배 정도로 높은 편이다.
올해부터는 이런 불편을 겪는 지역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구·청주에 이어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서초구가 1월 중순부터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방침이다. 서울 동대문구도 서초구의 뒤를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했다. 서초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와 SSM 36곳은 일요일마다 문을 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대형마트 휴무일 평일 전환…마트·시장 상생 가능할까
현재 전국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부터 월 2회 공휴일 휴업, 밤 12시~오전 10시 영업 제한 등의 영업 규제를 받고 있다. 규제 도입 당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려는 조치였다. 휴업일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정할 수 있는데,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둘째·넷째 일요일을 휴무일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 연중무휴 영업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대형마트의 대항마로 크게 성장하면서 유통업 판도가 달라졌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15조3000억원 가운데 온라인 비중이 51.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백화점이 17.5%, 편의점이 17.1%를 차지했고, 대형마트는 이보다 훨씬 낮은 10.9%에 머물렀다. 최근 5년 사이엔 대형마트 매장 수가 30개가 넘게 줄기도 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결과도 ‘일요일 의무휴업 폐지’ 목소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대구시는 지난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달 둘째·넷째 월요일로 변경했다. 대구시가 지난 2월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이후 6개월간 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와 SSM의 매출은 6.6%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8% 늘어나면서 상권 살리기 효과도 봤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에 유통업계에서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매출 증대 및 전반적으로 실적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아울러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단순한 대결 구도로 보기보다는 온라인과의 경쟁 속에서 손잡아야 할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마트와 시장 각각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면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년 만의 규제 개선으로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중소유통업계 등 주변 상권 매출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서 대구와 청주에서 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바꾼 뒤 골목시장 매출이 오히려 늘어난 바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를 잠식하는 대결 상대가 아닌, 상호 윈윈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향후 각 지자체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시작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서울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이고 제도의 효과 여부와 관련해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추후 확대될 시 실효성 부분과 관련해 문제점이 발생하면 다시 폐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일 휴업 전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소상공인들의 수익이 함께 향상될 수 있는 모델을 먼저 구축하고 규제와 관련한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못가게 막는 규제는 이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며 “시장과 마트의 ‘상생’ 개념을 말하기보다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중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트와 중소상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실효성있는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서로 활성화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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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마트 의무휴업일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마트 주차장 입구에서도 발길을 돌리는 차량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박씨는 “장을 볼 시간이 없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트를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며 “대목이라 당연히 문이 열려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식사 재료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업계는 볼멘소리를 냈다. 통상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홈파티 등을 위해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려는 수요가 높아 매출이 더 높지만, 2023년에 정작 이브날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에선 이마트 노브랜드와 이마트 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등 총 158곳의 기업형슈퍼마켓(SSM)도 의무휴업 규제로 문을 닫았다. 이들 SSM까지 합하면 서울 시내에선 총 228곳의 대형마트와 SSM이 영업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사흘 연속으로 백화점, 마트 입장에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며 “하지만 먹거리를 판매할 수 있는 하루를 통으로 날려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대형마트의 주말 매출이 평일의 1.5배 정도로 높은 편이다.
올해부터는 이런 불편을 겪는 지역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구·청주에 이어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서초구가 1월 중순부터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방침이다. 서울 동대문구도 서초구의 뒤를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했다. 서초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와 SSM 36곳은 일요일마다 문을 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대형마트 휴무일 평일 전환…마트·시장 상생 가능할까
현재 전국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부터 월 2회 공휴일 휴업, 밤 12시~오전 10시 영업 제한 등의 영업 규제를 받고 있다. 규제 도입 당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려는 조치였다. 휴업일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정할 수 있는데,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둘째·넷째 일요일을 휴무일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 연중무휴 영업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대형마트의 대항마로 크게 성장하면서 유통업 판도가 달라졌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15조3000억원 가운데 온라인 비중이 51.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백화점이 17.5%, 편의점이 17.1%를 차지했고, 대형마트는 이보다 훨씬 낮은 10.9%에 머물렀다. 최근 5년 사이엔 대형마트 매장 수가 30개가 넘게 줄기도 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결과도 ‘일요일 의무휴업 폐지’ 목소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대구시는 지난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달 둘째·넷째 월요일로 변경했다. 대구시가 지난 2월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이후 6개월간 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와 SSM의 매출은 6.6%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8% 늘어나면서 상권 살리기 효과도 봤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에 유통업계에서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매출 증대 및 전반적으로 실적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아울러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단순한 대결 구도로 보기보다는 온라인과의 경쟁 속에서 손잡아야 할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마트와 시장 각각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면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년 만의 규제 개선으로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중소유통업계 등 주변 상권 매출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서 대구와 청주에서 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바꾼 뒤 골목시장 매출이 오히려 늘어난 바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를 잠식하는 대결 상대가 아닌, 상호 윈윈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향후 각 지자체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시작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서울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이고 제도의 효과 여부와 관련해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추후 확대될 시 실효성 부분과 관련해 문제점이 발생하면 다시 폐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일 휴업 전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소상공인들의 수익이 함께 향상될 수 있는 모델을 먼저 구축하고 규제와 관련한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못가게 막는 규제는 이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며 “시장과 마트의 ‘상생’ 개념을 말하기보다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중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트와 중소상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실효성있는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서로 활성화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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