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 낳는 거위였는데…증권사 IB조직 축소 잰걸음
[계속되는 PF 공포] ⑤
메리츠, 조직 3곳 통폐합…하이투자는 징계성 인사
‘선택과 집중’ 하나‧한화, 전통 IB‧IPO 강화 나서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자본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증권사들의 투자은행(IB) 부문 축소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자산 버블이 꺼지며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증권사들이 소위 ‘돈 안 되는’ IB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PF 위기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증권사들의 IB 부문 구조조정 행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PF 위기와 대체투자, 인수합병(M&A) 등 IB 수요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관련 조직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부 임직원들의 전환사채(CB) 불공정거래로 홍역을 치른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20일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하는 임원 인사와 함께 IB 부서 3곳을 통폐합해 단일 본부 체제로 전환했다.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 PF로 구분했던 기존 IB 3본부가 1사업본부에 통합됐다. 이에 1본부장을 겸임했던 이세훈 부사장이 IB사업총괄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총괄본부가 IB사업과 리스크를 총괄하게 되면서 2본부와 3본부의 규모도 사업팀 수준으로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PF 시장 한파로 3본부의 신규 딜이 감소한 것이 통폐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향후 부동산 PF 등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 강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은 PF 관련 징계성 인사를 단행하는 등 IB부문 개편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연봉킹’으로 유명했던 김진영 전 투자금융총괄사장 등 2명을 면직 처분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관련 조직은 총괄, 본부장 조직이 사라지고 실 4개 체제에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됐다. 해당 자리에 진태우 프로젝트금융실장, 홍원표 구조화금융실장, 함재두 부동산금융실장, 민재훈 투자금융실장 등이 신규 선임됐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지난해 11월 7개로 나뉘었던 부동산PF 사업부를 4개로 축소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 달 뒤인 12월에는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 PF 등 3곳으로 분리해 운영했던 IB부서를 단일 본부 체제로 통합했다. SK증권도 조직개편을 통해 대체투자사업부 및 산하 본부를 폐쇄하고 구조화1·2본부와 통합, ‘구조화본부’로 일원화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IB조직을 무조건 통폐합하기보다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역점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실제 하나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등 전통 IB 부문은 강화하는 한편 PF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부동산 부문은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하나증권은 IB부문의 균형 성장과 수익 정상화를 목적으로 IB1부문과 2부문을 신설했다. IB1부문은 전통IB 강화를 목적으로 기업금융 조직을 확대하고, ECM본부 등을 신설해 수익력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박병기 IB1부문장을 선임했다. IB2부문은 부동산금융 조직 정비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해 조직을 재편할 예정이다.
IB본부를 IB1부문과 IB2부문으로 나눈 한화투자증권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IB2부문에 전사적으로 힘을 실어왔던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긴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티이엠씨와 한화플러스제4호스팩을 상장시킨 데 이어 내년에도 관련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상장 추진 역량을 쌓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IB 한파 올해 말까지 지속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의 IB 조직 축소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PF 위기가 올해부터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 따라 증권사들도 몸을 움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융업권 부동산PF 리스크 점검’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의 PF 익스포저 가운데 올해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채권 및 채무보증 규모가 약 12조원에 육박한다. 전체 익스포저의 50%에 달하는 규모다.
한기평은 특히 브릿지론 규모를 7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지난해 말 컨퍼런스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 규모가 14조원이며 그 중 58.4%가 브릿지론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신평도 입지가 취약한 지방 익스포저 규모가 큰 증권사의 경우 손실위험에 먼저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부실 PF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지 않을 경우 타업종으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단기자금 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효섭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증권사의 PF 익스포저가 발생한 것은 보증능력에 대한 의심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대응력 저하가되기 시작하면 PF 전반에 유동화 의심이 퍼져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하나의 시그널로 작용해 다른 업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본다”며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자금경색이 재현되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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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PF 위기와 대체투자, 인수합병(M&A) 등 IB 수요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관련 조직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부 임직원들의 전환사채(CB) 불공정거래로 홍역을 치른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20일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하는 임원 인사와 함께 IB 부서 3곳을 통폐합해 단일 본부 체제로 전환했다.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 PF로 구분했던 기존 IB 3본부가 1사업본부에 통합됐다. 이에 1본부장을 겸임했던 이세훈 부사장이 IB사업총괄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총괄본부가 IB사업과 리스크를 총괄하게 되면서 2본부와 3본부의 규모도 사업팀 수준으로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PF 시장 한파로 3본부의 신규 딜이 감소한 것이 통폐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향후 부동산 PF 등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 강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은 PF 관련 징계성 인사를 단행하는 등 IB부문 개편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연봉킹’으로 유명했던 김진영 전 투자금융총괄사장 등 2명을 면직 처분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관련 조직은 총괄, 본부장 조직이 사라지고 실 4개 체제에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됐다. 해당 자리에 진태우 프로젝트금융실장, 홍원표 구조화금융실장, 함재두 부동산금융실장, 민재훈 투자금융실장 등이 신규 선임됐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지난해 11월 7개로 나뉘었던 부동산PF 사업부를 4개로 축소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 달 뒤인 12월에는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 PF 등 3곳으로 분리해 운영했던 IB부서를 단일 본부 체제로 통합했다. SK증권도 조직개편을 통해 대체투자사업부 및 산하 본부를 폐쇄하고 구조화1·2본부와 통합, ‘구조화본부’로 일원화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IB조직을 무조건 통폐합하기보다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역점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실제 하나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등 전통 IB 부문은 강화하는 한편 PF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부동산 부문은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하나증권은 IB부문의 균형 성장과 수익 정상화를 목적으로 IB1부문과 2부문을 신설했다. IB1부문은 전통IB 강화를 목적으로 기업금융 조직을 확대하고, ECM본부 등을 신설해 수익력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박병기 IB1부문장을 선임했다. IB2부문은 부동산금융 조직 정비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해 조직을 재편할 예정이다.
IB본부를 IB1부문과 IB2부문으로 나눈 한화투자증권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IB2부문에 전사적으로 힘을 실어왔던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긴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티이엠씨와 한화플러스제4호스팩을 상장시킨 데 이어 내년에도 관련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상장 추진 역량을 쌓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IB 한파 올해 말까지 지속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의 IB 조직 축소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PF 위기가 올해부터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 따라 증권사들도 몸을 움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융업권 부동산PF 리스크 점검’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의 PF 익스포저 가운데 올해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채권 및 채무보증 규모가 약 12조원에 육박한다. 전체 익스포저의 50%에 달하는 규모다.
한기평은 특히 브릿지론 규모를 7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지난해 말 컨퍼런스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 규모가 14조원이며 그 중 58.4%가 브릿지론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신평도 입지가 취약한 지방 익스포저 규모가 큰 증권사의 경우 손실위험에 먼저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부실 PF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지 않을 경우 타업종으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단기자금 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효섭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증권사의 PF 익스포저가 발생한 것은 보증능력에 대한 의심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대응력 저하가되기 시작하면 PF 전반에 유동화 의심이 퍼져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하나의 시그널로 작용해 다른 업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본다”며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자금경색이 재현되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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