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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이 밝은 이유 두 가지

[차갑던 코인에도 봄은 오는가] ④
비트코인은 금과 달라…상승 여력 많은 신생 자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더리움 등 다른 자산 ETF도 물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2024년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 전망은 밝다.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변화’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라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 이유들을 자산 가격 움직임의 원리, 네트워크 효과, 화폐 현상, 그리고 자산운용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자산 가격 상승의 요인은 크게 ▲인플레이션 효과 ▲내재 가치 상승 등 두 가지다. 먼저 인플레이션 효과란 자산 가격을 표기하는 회계 단위 확장에 의한 가격 상승이다.

전 세계 주요 자산의 가치 측정에 사용되는 회계 단위는 미국 달러다. 따라서 미 달러 공급량이 늘면 동일 조건에서 자산 가격은 상승한다. 자산 대비 미 달러의 상대적 가치 하락에 의한 일종의 착시 현상인 셈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완화는 곧 미 달러의 공급 증가를 뜻하며, 달러로 표시되는 모든 물가 상승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반면 내재 가치 상승은 회계 단위의 팽창 여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자체적인 가치의 상승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의 경우 현금 흐름이 내재 가치다. 회사나 부동산의 미래 현금 흐름 기대가 높아지면 주식, 채권, 부동산의 내재 가치는 상승한다.

그렇다면 현금 흐름이 없는 자산들은 내재 가치가 있을까. 예를 들어 공업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금은 자산으로서의 내재 가치 덕분에 현재 시가총액이 무려 14조 달러(약 1경8312조원)에 달한다. 반면 금보다 공업용으로 몇만 배나 더 많은 양이 사용되는 구리의 시가총액은 금의 8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구리는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장이 부여한 금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통화자산으로서의 프리미엄이다. 과거 5000년간 금의 주된 쓰임새는 통화 자산(monetary asset)이었다. 통화자산 프리미엄은 네트워크 효과로 결정된다.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 수 증가에 비례해 가치가 상승한다는 법칙을 따른다. 통화자산이란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춘 자산이다.

화폐의 3가지 기능이라고 불리는 ▲가치 저장 ▲교환 매개 ▲회계 단위의 역할을 하나씩 차례대로 습득해 나가는 과정을 화폐 현상이라고 부른다.

자산 가격 상승의 원리,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화폐 현상 이론을 금에 적용하면 금의 추가적인 내재 가치 상승 여지는 제한적이다. 금은 수천 년간 인류 대다수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완료하고 한동안 교환 매개 수단 및 회계 단위로까지 사용되다가 물리적 한계 때문에 과거 100년간 서서히 교환 매개 및 회계 단위의 기능을 상실했다.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그 기능을 미 달러에 완전히 넘겨줬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금의 내재 가치 상승 또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금본위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한 20세기 초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의 금 가격 상승은 모두 인플레이션 효과에 의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가치상승 여력 많은 비트코인…현물 ETF로 도약 

하지만 비트코인은 다르다. 생긴 지 15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자산이며 이제 겨우 화폐 현상의 첫 번째 단계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저변을 넓히기 시작했다.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거의 터치되지 않아 네트워크 효과의 업사이드(상승 여력)도 남아있다. 몇몇 개발자들 사이에서 ‘디지털 소장품’처럼 거래되며 시작한 것이 리테일(소매) 투자자들 주도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지난 15년간 시총 1조 달러(약 1307조5000억원)의 자산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해 온 비트코인에 2024년, 엄청난 도약의 기회가 왔다. 바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미국 증시 상장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큰 축을 형성하고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는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가 상장한다는 건 제도권 자금이 비트코인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 생김을 뜻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의 쓰임새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확대된다는 얘기다.

현물 ETF 상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상장 직후 비트코인 가격의 ‘떡상’(급등)을 기대해서가 아니다. 제도권 자금 유입이 가능한 영구적인 경로를 확보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중장기적인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원천을 확보한 셈이다. 그 효과는 앞으로 수년에 거처 나타날 전망이다.

가상자산 시장 기관투자 유입 의심 말라

혹자는 비트코인처럼 변동성이 높은 자산에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제도권 자금이 투자될지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자산운용의 기본적인 원칙과 선관의무에 충실한 자산운용사라면 자산의 변동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40년간 자산운용업계를 지배한 원칙인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를 뿐이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투자 포트폴리오 대비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자산을 편입할수록 리스크는 높이지 않으면서 기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해리 마코비츠는 “자산 다각화만이 유일하게 리스크 없이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diversification is the only free lunch)”이라고 표현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현물 ETF라는 유용한 도구를 통해 공짜 점심이 제공됐는데 이를 취하지 않는 것은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로서의 선관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예일대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 기금이 5년 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 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2024년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경기 과열이 재발생해 연준이 다시 매파적(긴축 강화) 기조로 전환하는 경우다. 하지만 연준은 최근 기준금리 동결 발표 이후 긴축 통화정책 종료 및 2024년 하반기에 정책 완화를 암시했다. 이제 위험자산 가격에 유리한 매크로 순풍에 업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이 이뤄졌다. 비트코인의 상대적 가치(달러 대비)와 실질적 가치는 함께 상승할 일만 남았다. 나아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에 이어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현물 ETF 상장도 기대해봄 직하다.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_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이후 골드만삭스, UBS, 크레디트 스위스, 노무라증권 등을 거치며 아시아 주식 법인 영업을 주도했다. 2018년 9월에 코빗에 합류해 사업개발팀을 거쳐 현재는 리서치센터장에 역임 중이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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