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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못 봤던 ‘실세 금감원장’ 이복현…‘新관치’ 열었다[피플&피플]

[금융수장 3인 리더십 비교] ③
대통령 측근 금감원장, 업계에선 ‘금융 저승사자’
CEO 내부통제 책임 강조…세대교체 기폭제 만들어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역대 최연소’, ‘첫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년 전 취임할 당시 금융권은 그에게 이 같은 별칭을 붙였다. 그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인정받았고, 지금도 ‘실세 금감원장’으로 불린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에선 감독당국 수장의 힘이 전임 원장들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본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빠르게 전달되고 실행되는 현상도 같은 이유에서 찾는다. 

이 원장 취임 후 5명 금융그룹 회장 바뀌어 

이 원장은 검사 시절부터 ‘정치권 및 재계 저승사자’ 계보를 잇는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른바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 파견돼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했다. 특히 2016년 12월엔 박영수 특검팀에도 파견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당시 정부 주요 인물들의 구속에 실력을 발휘했다. 

이런 이유로 이 원장이 2022년 6월 7일 감독당국 수장에 올랐을 때 공인회계사라는 점은 전혀 부각될 수 없었다. 이 원장은 시장의 예상보다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연임을 앞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거취에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 회장들이 단기간에 대거 교체되는 기폭제가 됐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실적만 나쁘지 않으면 회장과 행장의 연임이 당연시 되던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일”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이 이후 ‘금융권 저승사자’로 인식됐다. 

이 원장 취임 후 금융그룹 회장이 교체된 사례를 보면, 먼저 지방금융에서 BNK금융그룹의 김지완 전 행장이 물러나고 지난해 초 빈대인 현 회장이 취임했다. 이후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각각 진옥동, 임종룡 회장으로 교체됐다. 농협금융그룹에서는 지난해 초 내부 출신이던 손병환 전 회장 임기가 연장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농협금융 회장에 낙점됐다. 

이 회장이 농협금융 회장에 선임되고, 임 회장이 우리금융에 선임되는 과정에서 ‘관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에 내부 출신이 아닌 금융위원장 출신 임 회장이 왔기 때문에 논란이 컸다. 업계에선 전직 관료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민간 금융사에 들어왔다고 봤다.

금융노조도 금융기관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임 전 금융위원장을 우리금융 회장으로, 이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NH농협금융 회장으로 앉히는 낙하산 인사는 대한민국이 금융후진국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그룹 회장 교체는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말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을 끝으로 양종희 현 KB금융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이 원장 취임 후 1년 반 만에 5명의 회장이 바뀌었다. 

회장 거취에 직설적 발언…‘질서 확립’ 평가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월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CEO 대거 교체로 금융권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조 전 신한금융 회장과 손 전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최대 실적과 경영 연속성을 이유로 당연히 3연임이 예상됐다. 하지만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원장은 법원에서 나온 무죄 판결과 상관없이 금융사 관리감독 부실 책임은 CEO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 원장은 라임펀드 사태로 ‘문책 경고’ 중징계가 확정된 손 전 회장으로부터 연임과 관련한 입장이 나오지 않자 2022년 12월 “(손 전 회장의 중징계는) 개인의 사법적 쟁송 가능성과는 별개로 금융당국의 최종 입장”이라고 압박했고, 더 나아가 손 전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용퇴에 대해선 “존경한다”고 했다. 사실상 손 전 회장의 연임 시도 중단을 압박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원장의 직설적 발언으로 금융권 외풍이 심각해졌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 원장은 다르게 봤다. 매번 반복하는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선 CEO 경영책임을 강화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손 전 회장은 용퇴를 결정했고, 이후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승계 절차의 투명성 ▲이사회의 독립성 ▲기준 있는 자율성을 강조했다. 

횡재세엔 “거위 배 가르자는 것” 비판으로 균형 잡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감독당국의 힘이 세지면서 은행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 원장에 대한 비판으로 작용한다. 이 원장은 지난해 1월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금리 산정에 직접적으로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상생금융도 비슷한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2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놨다. 이자 자체를 돌려주는 방안이다. 다만 지난해 7월 은행연합회는 ‘상생금융 관련 주요 추진방안’에 따라 지난해 8월 말까지 은행권이 금리 인하, 원금 상환 지원, 연체 이자율 감면 등으로 4700억원을 지원했고, 향후에도 1조1479억원을 더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와중에 ‘2조원+α 규모’ 상생금융이 또 나온 것이다. 당국 입김에 은행들이 알아서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 돈으로 대손충당금을 더 적립하는 게 맞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고금리 시대에서 무분별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차) 확대가 오히려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이 원장이 시장 안정을 위해 시기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횡재세에 대해 이 원장은 “거위 배를 가르자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금융권 혼란을 줄였다. 지난해 6월엔 금감원장으로는 처음으로 금융그룹 회장들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돌며 투자자들에게 ‘K-금융’ 홍보에 나서 금융권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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