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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논란 확대…금감원 칼날 ‘은행권’ 향하나

KB국민은행·한국투자증권 현장조사 시작
금감원, 홍콩H지수 판매사 ‘관리체계’ 문제 짚어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ATM기기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4년 전 발생한 라임·옵티머스 불완전판매 사태를 떠올린다. 법률 위반에 따른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질 경우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사태가 번질 수 있어서다. 

금감원, 국민銀·한투證 등 12개사 조사 돌입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12월 홍콩H지수 ELS의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한 판매 실태를 확인하는 현장 및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1월 8일부터는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이들 금융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섰다. 

12개 판매사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7개 증권사다. 금감원은 앞서 이들 금융사 조사를 마치고 “일부 금융사의 판매 한도관리 미흡과 계약서류 미보관 등 법규위반 소지가 발견됐다”며 “전반적인 판매 관리체계상 적지 않은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했다. 여기에서 금융사들이 긴장한 이유는 ‘관리체계’의 문제를 금감원이 짚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발견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보면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이 꼽힌다. 한 은행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의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가시화된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이런 문제들를 실제로 발견했다면 관리 미흡에 따라 기관 제재만 아니라 CEO 제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2021년초부터 홍콩 증시 위기 상황이 예상됐지만, 금융사들이 수수료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판매 자체 기준을 어겨가면서까지 판매를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사가 KPI(고객 수익률 항목 등) 배점에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ELS 상품’을 포함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직원들의 ELS 판매를 확대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은 “‘고객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로 촉발된 위법사항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도 경고했다. 결국 홍콩H지수 ELS 사태는 내부통제 미흡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부통제 운영 최종 책임자는 CEO”


금융당국은 이전부터 금융사고에 대한 CEO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하려고 했다. CEO가 금융사고 발생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를 마련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망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법은 올 6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 핵심은 ‘금융사고 책임자는 CEO’라는 것에 있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금융사 CEO는 책무구조도를 중복·공백·누락 없이 마련하고, 작성된 책무구조도는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특히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이렇게 CEO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때 당국이 CEO에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어도 CEO들이 이에 불복하고 법정 다툼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CEO들은 법률에 따라 내부통제 ‘마련의무’만 지킬 필요가 있다고 봤던 것이다. 내부통제 ‘준수의무’는 법률의무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당국과 의견이 대립됐다. 

실제로 2022년 12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미비에 대한 당국의 중징계에 대해 대법원 징계취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국이 계속해서 CEO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면서 결국 손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연임을 포기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도 같은 시기에 라임과 관련해 경징계인 ‘주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와 관련해 총괄적인 책임을 질 필요성을 밝히며 용퇴를 결정했다. 

은행권, 당국 사정권 안으로

내부통제 미비가 실제로 나타날 경우 은행권은 당국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H지수 ELS의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은행에서만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이 팔렸다. 65세 이상 고령투자자 계좌는 8만6000좌로, 규모는 5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4조6000억원이 은행에서 판매됐고, 판매액의 90.5%가 대면(오프라인) 판매에 해당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홍콩H지수 ELS 은행별 잔액은 KB국민은행이 7조845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2조3701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순이다.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한 규모는 5조438억원이다. 5조원가량이 KB국민은행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 실적과 관련해 5대 은행이 90대 이상 고객에게 판매한 홍콩H지수 ELS 편입 주가연계신탁(ELT)·주가연계펀드(ELF) 잔액은 90억8000만원이다. 이 중 하나은행이 90대 이상 고객 11명에게 21건의 ELT 상품을 74억1000만원 규모로 판매했다. NH농협은행이 6명(9억3000만원), KB국민은행 3명(6억6000만원), 신한은행 2명(8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은행에서 ELS를 산 어르신들은 (상품의)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가 많으면 문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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