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론 부족했던 ‘애플 그림자’ 탈출…삼성 ‘세계 첫 AI폰’ 다를까
[삼성과 AI]①
스마트폰 시장 연 애플…시장 1위에도 ‘패스트 팔로워’ 삼성
폴더블 카테고리 열고 5년 ‘점유율 1.3%’…더딘 대중화 숙제
“갤럭시 AI가 온다”…‘온 디바이스’ 내건 S24 시리즈에 쏠린 눈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는 모바일 시장에서 오랜 시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새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기업)란 오명을 받아왔다. 스마트폰 시장 세계 점유율 1위에 등극해도 이 수식어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새 분야를 개척한 기업) 애플의 그림자 때문이다.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을 좇으며 성과를 올리는 기업이란 인식이 강했다.
삼성전자의 두 번째 혁신은 그래서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변화의 키워드가 ‘접음’(폴더블·Foldable)이었다면 이번엔 ‘장착’(온 디바이스·On-Device)이 핵심이다. 인공지능(AI)을 사용자 손안으로 가져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단 취지다. 2019년 반쪽에 그친 ‘퍼스트 무버’ 등극을 2024년엔 온전히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절치부심도 엿보인다.
대중화 미진한 ‘접는 스마트폰’
삼성전자는 오는 1월 1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월 18일 오전 3시) 미국 새너제이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 개최를 예고했다. 으레 그랬듯 삼성전자는 신규 갤럭시 성능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소비자의 흥미’를 끌만 한 힌트만 초대장에 넣었다. “모바일 AI 경험과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한 삼성전자의 혁신을 직접 만나보길 바란다”는 정도로 갈음했다. 세계 13개국 주요 랜드마크에서 진행 중인 ‘언팩 2024’ 디지털 옥외광고도 마찬가지다. 갤럭시 언팩을 상징하는 정육면체의 메탈릭 큐브가 별 모양으로 변하면서 ‘갤럭시 AI가 온다’(Galaxy AI is coming)는 메시지만 전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 역시 키워드로 ‘AI’를 꼽았을 뿐 별다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선 여태 그랬듯 다양한 소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주력 스마트폰 모델 ‘갤럭시 S24’ 시리즈가 언팩을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이 기기는 ‘세계 첫 AI 스마트폰’을 표방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세계 최초. 신제품 효과가 두드러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비교적 흔하게 등장하는 수식어지만 이번엔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미국 기업 오픈AI(Open AI)가 한국시간으로 2022년 12월 1일 챗GPT(Chat GPT)를 내놓은 뒤로 세계 빅테크간 치열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그간 온라인으로 제공되던 AI 서비스를 기기로 끌어오는 ‘온 디바이스’의 첫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모처럼 ‘갤럭시 S24’ 시리즈로 세계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01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접는’ 스마트폰의 상용화에 성공을 예고했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관심이 지금 쏟아지고 있단 의미다. ‘갤럭시 폴드’(Galaxy Fold)로 스마트폰의 새로운 범주(카테고리)를 열자 삼성전자 앞엔 자연스럽게 ‘퍼스트 무버’란 수식어가 붙었다.
5년이 지났다. 제품은 가로로 접는 ‘갤럭시 Z 폴드’와 세로로 접는 ‘갤럭시 Z 플립’으로 다각화됐다. 5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이 시중에 나와 있고, 이 과정에서 성능은 순차 개선됐다. 그러나 5년 전 받았던 ‘퍼스트 무버’란 평가는 현재 퇴색된 모습이다. “디스플레이가 부드럽게 펼쳐지듯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란 삼성전자의 자신감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시장 안착에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폴더블에 ‘반쪽 혁신’이란 오명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폴더블 스마트폰의 2023년 판매량은 약 1600만대 수준이다. 이 기간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12억대로 집계됐다. 폴더블 스마트폰 점유율은 고작 1.3%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연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는 물론 모토로라·구글 등도 합류했지만 여전히 대중화는 요원하다. 시장에선 지난해 판매된 폴더블 스마트폰 1600만대 중 1000만대 안팎을 삼성전자가 담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 상당수가 국내에서 유통됐다.
삼성전자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은 5년째 ‘폴더블 합류’ 소문만 무성할 뿐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애플이 아이폰(스마트폰)·아이패드(태블릿PC)·애플 워치(스마트워치)·에어팟(무선 이어폰)을 내놓자, 삼성전자가 곧장 경쟁 제품을 출시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 또 애플은 신규 제품군을 출시 1~2년 내 대중화에 성공하며 혁신성을 증명해 왔다.
‘퍼스트 무버’ 등극 여부 관심
온 디바이스 AI는 오랜 시간 IT업계에서 주목받은 기술이다. 챗GPT는 물론 구글의 ‘바드’나 네이버의 ‘클로바X’ 등 최근 생성형 AI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챗봇은 온라인을 전제로 한다. 모바일·PC 등에서 수집된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해 분석하고, 다시 기기로 보내는 식이다.
온 디바이스 AI는 정보를 서버로 보내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단말 내부에서 정보를 처리해 저지연 작업에 유리하단 의미다. 또 정보 이동이 없어 보안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실시간 번역’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기술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언팩을 통해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세계 첫 AI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할 것이라고 본다. 온라인 서비스는 물론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다양한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갤럭시 AI’ 공개를 예고한 바 있다. 핵심 서비스론 ‘실시간 통역 통화’(AI Live Translate Call) 탑재를 꼽았다. 회사 측은 “새롭게 선보일 갤럭시 ‘온디바이스 AI’는 개인 통역사를 둔 것과 같이 실시간으로 매끄러운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상대방이 삼성 단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언어로 통역해 전달하는 기능이 갤럭시 S24 시리즈에 구현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또 “갤럭시가 그리는 미래의 일부이자 앞으로 선보일 변화의 ‘맛보기’일 뿐”이라며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AI 포럼을 통해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온 디바이스 AI 통역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외부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없이도 서비스 제공을 자신한 이유다.
이런 기능의 구현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성능에 달려있다. 시장에선 갤럭시 S24 시리즈에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포 갤럭시’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엑시노스 2400’을 병행 채택할 것으로 본다. 이를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진 편집·문서 요약 기능 등도 다수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과의 AI 협업도 강화도 예고돼 있다. 언팩 초대장엔 현존 최고 AI 모델로 불리는 구글의 ‘제미나이’ 로고가 들어가 있다. 자체 AI 모델 ‘삼성 가우스’는 물론 ▲오픈AI ‘GPT-4’ ▲마이크로소프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AOS)용 ‘코파일럿’ 등의 탑재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세계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에만 1억대를 넘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27년까지 연평균 83%의 시장 성장률을 보이며 연간 출하량은 5억22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2년 안에 세계 AI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절반 정도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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