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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 뚫고 더욱 단단해진다”...현대차·기아 품질 향상의 비밀[가봤어요]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535만평 규모...여의도 면적 2배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오프로드 시험으로 빠르게 진화
전 세계 올해의 차 호평..혹독한 환경 주행시험장 기여

구배(경사도) 20%로 알프스보다 더 악조건이라는 호스 슈(말발굽로). 이 구간에서 제네시스 GV70 4WD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이지완 기자]
[캘리포니아(미국)=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2000년대 초반 현대자동차·기아는 미국에서 ‘값싼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다. 저렴해서 타는 차라는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글로벌 톱 티어 브랜드로 우뚝 선 현대차·기아다. 경쟁력 있는 품질과 상품성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적극적인 국내·외 연구개발(R&D) 시설 투자를 통한 품질 향상 노력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California Proving Ground)이다. 미국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위치해 모하비 주행시험장으로도 불린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남서쪽으로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 58번 고속도로를 통해 서쪽으로 한 시간 더 모하비 사막을 달리니 캘리포니아 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주행시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05년 완공된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약 1770만㎡(약 535만평)로 영암 F1 서킷 면적의 9.5배,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한다. 사막 위에 자리한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라 인공위성을 통해서도 쉽게 식별된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주행시험장은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도요타만 보유하고 있다.
불규칙한 노면 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 신형 싼타페. [사진 이지완 기자]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미국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건조한 사막 날씨의 기후적 특성을 갖춰 ▲‘현지 적합성 시험’(승차감·제동·소음·진동 등 평가) ▲‘북미 법규 시험’(차량전복·제동거리·사고회피속도 등 미국 법규 만족 평가) ▲‘내구 시험’(다양한 노면 상태에서 차량 상태 평가) ▲‘재료 환경 시험’(혹서 환경에서 부품 파손 정도 측정)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는 ‘고속주회로’, ‘장등판 시험로’, ‘범용 시험로’, ‘고속 조종안전성 시험로’, ‘승차감/소음 시험로’, ‘LA 프리웨이’, 오프로드/구동력 제어(TCS) 시험로, ‘염수 부식 시험로’ 등 총 12개 시험로가 있다. 모든 시험로를 연장한 길이는 61km에 달한다.

모하비 주행시험장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게 고속주회로다. 총 길이 10.3km, 타원형 3차로 트랙으로 구성된 이 시험로는 남양연구소보다 2배 이상 크다. 현대차·기아는 이곳에서 전기차의 고속 주행 안정성과 동력 성능, 풍절음, 노면 마찰음 등을 평가한다. 차량 1대당 약 3만 마일(약 4만8300km), 4000바퀴 이상을 문제 없이 달려야 통과할 수 있다. 현장에 있던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고속주회로 테스트 시 차선을 3개로 제한하고 최대 120마일(시속 193km) 이상의 속도로 테스트한다”면서 “이 구간은 2~3분 정도로 한 바퀴를 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신형 싼타페가 록 게이트를 넘어가는 모습. [사진 이지완 기자]
이날 현장에서는 트레일러 차량 주행, 전기차 고속도로 주행, 레저용 차량(RV) 오프로드 주행 등을 체험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프로드 체험이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를 타고 사막 환경을 100% 활용했다는 모하비 주행시험장 오프로드 시험로를 주행했다. 미국은 오프로드라도 길이 제한적인 한국과 달리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라고 할 정도로 자유롭다. 그만큼 극한의 악조건 속에서도 전방을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거침이 없었다. 노면, 경사 등을 고려해 만든 모하비 주행시험장 내 오프로드 노면을 신속하게 돌파했다.

주행 막바지에는 현대차·기아 관계자가 록 게이트(Rock gate)에서 신형 싼타페의 오프로드 성능을 테스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싼타페는 울퉁불퉁한 노면 위를 여유롭게 넘어가며 우수한 주행 성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매일 매일이 뜨겁다. 이 곳에서는 연간 300대 이상의 시험 차량이 테스트된다. 차량별로 내구, 성능 시험을 포함 평균 12.5만 마일(약 20만km)을 시험장뿐 아니라 미국 각지에서 주행하며 테스트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남양연구소에 시험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넘어온다”면서 “미국뿐 아니라 타 국가 출시 모델도 이곳에서 테스트를 받는다”고 말했다.

애런 브룩스(Aaron brooks) 미국기술연구소 총합시험팀 파트장은 “개발차는 프로토 단계에도 있고 파이롯트 단계에도 있어서 1년에 수백 대에 이르는 차들을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차량 개발은 못해도 2년 이상 걸리는 긴 여정이다. 하나의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천 마일 이상을 주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이 같은 노력은 미국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로 결실을 맺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20년대 들어 10% 내외의 미국 신차 판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2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에서의 성장은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0년 글로벌 톱 5를 기록한 이후 12년 만인 2022년 세계 판매 3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2023년 역시 3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확실시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질주는 각종 수상 실적과 호평으로도 증명됐다. 아이오닉 5, EV6, GV60, 아이오닉 6, EV9 등 E-GMP를 적용한 현대차그룹의 매력적인 전용 전기차 모델은 세계 올해의 차(WCOTY), 북미 올해의 차(NACOTY), 유럽 올해의 차(ECOTY) 등 각 국의 주요 상을 휩쓸며 전 세계 유력 매체의 호평을 받았다.
기아 텔루라이드가 오프로드 노면에서 테스트 중인 모습. [사진 현대차·기아]

아이오닉 5 N 등 전기차가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테스트 중인 모습. [사진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12개 시험로. [사진 현대차·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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