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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예람 중사 사건’ 은폐시도 대대장 1심서 무죄…유가족 실신

모친, 선고 듣다 정신 잃어…부친 통곡하기도
'2차 가해' 중대장·'허위 보고' 군검사는 실형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어머니 박순정 씨가 기자회견 중 이 씨의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공군 직속상관과 군검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15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제20전투비행단 중대장이었던 김모(31)씨와 군 검사였던 박모(31)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중대장은 2022년 3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해 전입하기로 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속 대상 부대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20비행단과 관련한 사소한 사항이라도 언급하면 무분별하게 고소하는 사람’이라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이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한다”며 “군대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 정보는 광범위하게 전파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중사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전속 간 부대에서조차 근무자들이 냉랭하게 대하는 반응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며 “이 범행은 일반적 명예훼손 범죄와 죄질의 무게감이 다른데도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질책했다.

이 중사 강제추행 피해 사건의 담당자였던 박 전 검사는 사건의 처리가 지연된 책임을 면하고자 윗선에 허위보고를 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 전 검사는 사건을 송치받은 후에 한 달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고 개인적 편의를 위해 조사 일정을 연기하기까지 했다”며 “이 중사 사망 이후 사건처리 지연이 문제되자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피해자 측 요구로 조사일정을 변경했다’고 거짓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박 전 검사가 피해자 조사를 수차례 연기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당시 조사가 미뤄진 데에는 이 중사 측 사정도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박 전 검사가 근무 태만을 넘어 직무를 의도적으로 방임·포기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검사는 이 중사의 사생활과 관련한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부는 공소를 제기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관련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이 중사에 대한 2차가해 차단 조치를 하지 않아 지휘관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모(46) 전 대대장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할 의무는 인정되나 그 이행 방법은 자신이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반드시 당시 중대장 등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하도록 지시해야 할 구체적 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중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 소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치한 점을 보면 피고인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선고를 듣던 이 중사 모친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선고가 4분가량 중단됐다. 선고 직후에는 이 중사 부친이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대대장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통곡하기도 했다. 

이 중사 유족 측은 선고 후 기자들에게 “재판부가 직무유기의 범위를 아주 협소하게 인정한 판례에 근거해 판단해 아쉽다”며 “항소심에선 반드시 유죄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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