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납부자만 바보” vs “연체 탈출 기회” 신용사면 명암은?[부채도사]
정부, 연체 이력을 없애주는 ‘신용사면’ 시행키로
“대출 2000만원 이하 연체자 290만명 연체기록 삭제”
대출 건전성 개선 효과 있지만, 원리금 성실 납부자 ‘역차별’ 논란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2000만원까지 빚을 진 사람들에게 연체 삭제의 기회가 생겼다.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채무를 진 개인과 소상공인이 오는 5월까지 대출을 전액 상환하면 연체 이력을 없애주는 이른바 ‘신용사면’을 시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코로나 당시 대출로 버틴 개인 회복 기회 맞아
금융위원회는 1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 등 전 금융업권 협회와 농협중앙회 등 상호금융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및 12개 신용정보회사가 모여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개인 및 개인사업자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발생한 2000만원 이하의 채무 갖고 있으면서 연체까지 발생했을 경우, 오는 5월까지 대출을 전액 상환하면 금융사의 연체 이력 정보 공유·활용에서 자유롭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저금리에 대출을 끌어다 생활자금 및 사업장 운영에 사용한 개인과 소상공인들은 2022년부터 발생한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을 느껴야 했다. 이로 인해 연체가 발생하고 금리가 추가로 높아지면서 신용도까지 하락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는데,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의견이다.
보통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하면 신용정보원은 최장 1년간 연체기록을 보존하고, 금융기관과 신용평가사에 이를 공유해 최장 5년간 활용한다. 개인 입장에서는 이 정보에 따라 추가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데 있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서 채무의 짐을 지며 개인들과 소상공인들이 경제 버팀목이 된 만큼 연체기록 삭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2000만원 이하 대출에 대해서만 이런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는데,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정부는 2021년 9월∼올해 1월 연체자의 98%가 2000만원 이하 연체자인 만큼 2000만원으로 설정 시 연체자 대부분을 포괄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오는 5월까지 대출을 모두 갚아야 신용사면 기회를 얻게 되는데, 갚을 수 있는 대출금을 생각하면 2000만원이 가장 현실적이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정부가 이번 신용사면에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역차별 논란 커지자 당국 “대출 다 갚아야 혜택 본다”
이번 정책이 따라 2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자로 추산되는 290만명은 연체기록 삭제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 중 250만명은 신용점수(신용평가사 나이스 기준)가 평균 39점 올라갈 예정이다. 이로 인해 25만명이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나이스 기준 863점)를 넘게 되면서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15만명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은행과 비은행 등 금융사 입장에서도 관리하기 어려웠던 비우량 대출 채권이 대출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됐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겠지만 연체율이 높게 설정된 대출이 사라지면서 다른 대출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이 생긴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정책의 부작용도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연체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원리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들이 역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소비는 줄여도 연체는 피한다’라는 식의 철저한 대출 관리 필요성이 대출자들에게서 다소 사라질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신용회복 정책이 나온 것에 대해 4월 총선에 대비해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올해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인데 연체가 새롭게 생긴 고객들도 같은 혜택을 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에서는 2000만원 이하까지는 모두 갚아야 신용회복의 기회를 보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하는 ‘도덕적 해이’나 ‘역차별’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비정상적인 외부 환경으로 불가피한 연체에 빠진 분들에게는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신용회복은 전액 상환한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채무 변제를 독려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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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까지 빚을 진 사람들에게 연체 삭제의 기회가 생겼다.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채무를 진 개인과 소상공인이 오는 5월까지 대출을 전액 상환하면 연체 이력을 없애주는 이른바 ‘신용사면’을 시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코로나 당시 대출로 버틴 개인 회복 기회 맞아
금융위원회는 1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 등 전 금융업권 협회와 농협중앙회 등 상호금융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및 12개 신용정보회사가 모여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개인 및 개인사업자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발생한 2000만원 이하의 채무 갖고 있으면서 연체까지 발생했을 경우, 오는 5월까지 대출을 전액 상환하면 금융사의 연체 이력 정보 공유·활용에서 자유롭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저금리에 대출을 끌어다 생활자금 및 사업장 운영에 사용한 개인과 소상공인들은 2022년부터 발생한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을 느껴야 했다. 이로 인해 연체가 발생하고 금리가 추가로 높아지면서 신용도까지 하락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는데,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의견이다.
보통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하면 신용정보원은 최장 1년간 연체기록을 보존하고, 금융기관과 신용평가사에 이를 공유해 최장 5년간 활용한다. 개인 입장에서는 이 정보에 따라 추가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데 있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서 채무의 짐을 지며 개인들과 소상공인들이 경제 버팀목이 된 만큼 연체기록 삭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2000만원 이하 대출에 대해서만 이런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는데,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정부는 2021년 9월∼올해 1월 연체자의 98%가 2000만원 이하 연체자인 만큼 2000만원으로 설정 시 연체자 대부분을 포괄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오는 5월까지 대출을 모두 갚아야 신용사면 기회를 얻게 되는데, 갚을 수 있는 대출금을 생각하면 2000만원이 가장 현실적이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정부가 이번 신용사면에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역차별 논란 커지자 당국 “대출 다 갚아야 혜택 본다”
이번 정책이 따라 2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자로 추산되는 290만명은 연체기록 삭제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 중 250만명은 신용점수(신용평가사 나이스 기준)가 평균 39점 올라갈 예정이다. 이로 인해 25만명이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나이스 기준 863점)를 넘게 되면서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15만명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은행과 비은행 등 금융사 입장에서도 관리하기 어려웠던 비우량 대출 채권이 대출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됐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겠지만 연체율이 높게 설정된 대출이 사라지면서 다른 대출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이 생긴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정책의 부작용도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연체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원리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들이 역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소비는 줄여도 연체는 피한다’라는 식의 철저한 대출 관리 필요성이 대출자들에게서 다소 사라질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신용회복 정책이 나온 것에 대해 4월 총선에 대비해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올해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인데 연체가 새롭게 생긴 고객들도 같은 혜택을 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에서는 2000만원 이하까지는 모두 갚아야 신용회복의 기회를 보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하는 ‘도덕적 해이’나 ‘역차별’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비정상적인 외부 환경으로 불가피한 연체에 빠진 분들에게는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신용회복은 전액 상환한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채무 변제를 독려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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