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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일갈 후 떠나는 트위치, 네이버·아프리카TV 수혜…스트리머 확보 ‘관건’

[막오른 게임 스트리밍 전쟁]①
망 사용료 명분 내세웠지만 원인은 수익성 악화…트위치 한국 사업 철수
주인 사라진 스트리밍 플랫폼 1위 자리…아프리카TV 막아선 네이버 ‘경쟁’

네이버의 ‘치지직’ 로고(왼쪽)와 아프리카TV 로고. [제공 각 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가장 높은 산의 주인이 사라졌다. 네이버·아프리카TV가 이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방송을 켤 때마다 1만~2만명의 이용자를 동원할 수 있는 대형 스트리머 확보가 등반의 속도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1위 스트리밍 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가 철수를 결정하면서 670만명 규모의 이용자가 플랫폼 이동을 앞두고 있다. 이들을 끌어안기 위한 스트리밍 플랫폼 전쟁이 치열하다.

‘한국 1위’ 스트리밍 플랫폼 철수…왜?

트위치는 아마존 자회사가 운영하는 외산 스트리밍 방송 플랫폼이다. 게임 스트리머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면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게임 특화’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스트리머에게 ‘활동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트위치는 2017년 7월 국내에 상륙했다. 시장조사기관 월드포퓰레이션리뷰가 추산한 트위치의 2023년 12월 국내 이용자 수는 약 670만명이다. 트위치 전체 이용자 중 국내 비중은 2.61%에 불과하지만, 한국어 방송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의 6% 수준에 달한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조사에서도 트위치 애플리케이션(앱)의 2022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평균은 232만명을 기록했다. 한국 철수를 공식화한 2023년 12월에도 MAU 216만명을 써내며 국내 스트리밍 앱 1위를 유지했다.

트위치는 그런데도 지난해 12월 6일 국내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국내 서비스 운영 기간도 2월 27일까지로 못 박았다. 표면적 이유로는 한국의 과도한 망 사용료를 꼽았다. 회사는 당시 공지를 통해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망 사용료로 사업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댄 클랜시 트위치 최고경영자(CEO)도 실시간 방송 켜고 “한국 시장이 성장하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더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해외서 서비스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지연시간이 늘어나 적절하지 않고 규제 문제도 있다”고 토로했다.

망 사용료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대가로 내는 비용을 말한다. 트위치·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아프리카TV와 같은 기업이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때,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가 마련한 인터넷망을 거치기에 내는 비용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통상 콘텐츠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양을 기준으로 각 기업의 비용이 책정된다. 그러나 정확한 금액은 CP-ISP 간 기밀유지협약(NDA) 체결 때문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트위치는 국내 망 사용료를 이유로 2022년 9월 최대 영상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축소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주문형비디오(VOD)도 중단한 바 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여전히 망 사용료는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에 한국 사업이 어려워져 발을 빼겠다는 게 트위치의 주된 논리다.

트위치가 철수의 주된 원인 제공자로 국내 ISP 3사를 거론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트위치 이용자는 물론 스트리머들도 ISP 3사에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ISP 기업들은 트위치의 ‘10배 망 사용료’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하소연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해외 CP의 망 사용료 단가는 국내 CP보다 15% 안팎 낮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트위치는 어느 국가를 기준으로 망 사용료 10배를 산정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한국 철수 배경으로 ‘트위치 자체 문제’를 꼽는다. 트위치의 헐거운 사업 모델에 따른 경영 위기가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는 견해다. 트위치의 주된 수익원은 스트리머 후원 수수료와 광고 수익이다. 다른 외부 업체(서드파티)를 통한 스트리머 후원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고, 광고의 경우 국내에선 유튜브·아프리카TV 존재 때문에 수요가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트위치가 명분으로 내세운 망 사용료의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만, 주된 이유가 되지는 않았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트위치가 한국 철수 발표 한 달 만에 ‘규모 적정화’를 이유로 500명 넘는 인력 감축을 직원들에게 통보하면서 ‘망 사용료는 핑계’란 해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대형 스트리머 영입 경쟁 치열

이유야 어찌 됐든 외산 플랫폼 트위치는 오는 2월 한국을 뜬다. 이에 따라 토종 플랫폼 아프리카TV가 곧장 수혜기업으로 꼽혔다. 양사의 앱 기준 MAU 차이는 약 17만명(2022년 1월~2023년 11월 평균치)에 불과하다. 트위치와 차이가 크지 않은 2위 기업이라 이용자 유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 아프리카TV 상황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누워서 떡’을 먹을 수 있었던 아프리카TV의 입을 네이버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19일 베타(시험) 버전으로 ‘치지직’(CHZZK)을 내놓으면서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플랫폼 성격도 ‘게임 특화’를 내걸며 트위치 공백을 노리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아프리카TV 수혜는 치지직의 등장으로 요원해졌다. 실제로 아프리카TV 앱 MAU는 2023년 12월 기준 189만명으로, 평균치(215만명)보다 되레 줄었다. 치지직 앱은 이 기간 99만명을 기록했다.

신규 먹거리 마련에 나선 네이버와 시장 확대를 노리는 아프리카TV의 격돌은 현재 진행형이다. 양사 모두 스트리머와 시청자 구독 정보를 이어받는 트위치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이용자 유입의 가장 중요한 지점인 스트리머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물밑에서 대형 스트리머 영입 협상을 진행 중인 양사의 성과가 속속 공개되면서 이용자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양새다.
치지직과 아프리카TV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자, 트위치에서 활동 중인 대형 스트리머 이적 동향에도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침착맨 유튜브 로고(왼쪽)와 우왁굳 캐릭터. [사진 유튜브 캡처]

이에 따라 팬심M·스테리가 공동으로 개발한 ‘어디가’와 같은 트위치 스트리머 이적 정리 커뮤니티도 등장했다. 해당 사이트에 따르면 트위치에서 활동 중인 스트리머의 이적 플랫폼(동시 송출 포함 복수 집계)의 선택 수는 1월 24일 기준 ▲치지직 979명 ▲유튜브 327명 ▲아프리카TV 320명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TV의 최대 성과로는 ‘우왁굳’ 영입이 꼽힌다. 트위치 팔로워 104만명을 거느린 대형 스트리머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선수 ‘페이커’(Faker) 이상혁을 제외하면 국내 트위치 스트리머 중 팔로워 수가 가장 많다. 우왁굳이 기획·발굴한 이세돌(이세계 아이돌) 멤버 6명의 방송과 왁타버스(메타버스 중심 콘텐츠)의 실시간 송출도 아프리카TV에서 이뤄진다. 이들의 평균 시청자 수 단순 합산치는 15만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악어 ▲꽈뚜룹 ▲뽀구미 ▲고라니율 ▲박틸다 ▲우정우정우정우정 ▲윤개굴이 ▲하루짱 ▲코뚱잉 ▲끠끼 등 유명 스트리머가 아프리카TV를 택했다.

치지직의 확장도 만만찮다. ▲서새봄냥(68만명·이하 트위치 팔로워) ▲한동숙(66만명) ▲풍월량(62만명) 등이 대형 스트리머가 치지직행을 발표했다. 치지직은 이 밖에도 ▲옥냥이 ▲탬탬버린 ▲김도 ▲공혁준 ▲쌍베 ▲녹두로 ▲울프 ▲레바 등을 품었다. 네이버는 특히 농심 레드포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소속 LCK 선수단을 포함해 팀 전속 스트리머 ▲얏따 ▲농관전 등도 확보했다.

치지직과 아프리카TV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때부터 대중의 관심이 쏠렸던 ‘트위치 최대어’ ▲침착맨(유튜브 구독자 231만명) ▲슈카(유튜브 구독자 298만명)는 일단 두 플랫폼의 동시 송출을 결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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