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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자격증’에 8억 모은 토스, 상설 기부 플랫폼 만든다 [이코노 인터뷰]

2022년 ‘눈사람 만들기’로 기부 시작…매회 기부액 점증
연내 플랫폼 상설화로 개발 속도 높이고 유저 확장 계획

움직이는 산타. [제공 토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지난해 12월 중순, 금융 앱 토스에 난데없이 산타클로스가 등장했다. 귀여운 외모의 3차원(3D) 캐릭터 산타는 이용자들에게 산타가 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산타가 되기로 마음먹으면 ‘숨은그림찾기’로 자격 테스트를 한다. 테스트에 통과하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따뜻함을 선물해 보지 않겠나?’라는 문장이 등장하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를 유도한다. 기부가 완료되면 비로소 ‘산타 자격증’이 발급된다.

토스는 이처럼 기부를 재밌게 풀어내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끌어냈다. 19일 동안 모인 금액만 8억원이 넘었다. 실제 기부에 참여해 산타가 된(?) 프리랜서 장종훈(30)씨는 “기부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간편한 데다가 재미까지 있다”며 “여기에 소액만 전해도 된다고 해서 기부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런 톡톡 튀는 기부 이벤트를 탄생시킨 건 토스 사내 조직 ‘기부 길드’다. 길드는 정식 팀이 아니지만,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마음이 맞는 토스 구성원 누구든 모여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소규모 조직이다. 기부 길드는 김유라 브랜드 디자이너를 필두로 마음이 맞는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등이 모여 드림팀으로 꾸려졌다.

김 디자이너는 “막상 기부를 시작하려 해도 정기적으로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인식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기부를 ‘토스 식으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토스 기부 길드 4인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아크플레이스 4층 토스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라 브랜드 디자이너, 임지훈 프론트엔드 UX 엔지니어, 이현정 프로덕트 매니저(PM), 박은식 프론트엔드 UX 엔지니어. [사진 신인섭 기자]
그렇게 2022년 12월 ‘나만의 눈사람 만들기’로 토스만의 간편하고 귀여운 기부 이벤트는 처음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8월 ‘소원 송편 만들기’, 12월 ‘도전! 산타 선발 대회’까지 이어졌다. 기부액은 5억원, 6억원, 8억3000만원으로 갈수록 늘어났고, 기부 참여자 수도 29만명에서 39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놀라운 건 39만명 중 4만8000명이 ‘의견 보내기’(피드백)를 했다는 점이다. 대다수 이벤트에서는 참여자의 1~2%의 피드백만 와도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타 선발 대회는 무려 12%를 웃돌았다. 이현정 프로덕트 매니저(PM)는 “의견을 보내준 이용자 수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피드백도 지난 기부 이벤트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던 개발 과정

다만 이런 흥행 뒤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보기에 간단해 보여도 기존의 토스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시도였기 때문이다. 김 디자이너는 “기존 토스 디자인 시스템(TDS)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인터랙션 디자인이나 그래픽을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였다”며 “이번 숨은그림찾기도 기존 토스 제품과 다른 형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12월 진행된 '나만의 눈사람 만들기' 기부 이벤트. [제공 토스]
박은식 프론트엔드 사용자경험(UX) 엔지니어는 “이용자의 기기가 작거나 텍스트 크기가 커지면 화면(퍼널)이 잘리는 문제가 생기고, 인터랙션 디자인까지 들어가면 들쑥날쑥해져 복잡해진다”며 “길드원들이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실제로 구해오고, 기기별로 디자인을 따로 잡아주는 등 활발한 제품 검증(QA)을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또 기부 이벤트가 ‘추석’, ‘연말’ 등 시즌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빠르게 완성해 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이 PM은 “다들 담당하고 있는 팀이나 조직이 따로 있어 촉박하게 진행해 왔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개발자들이 이미 QA 전에 수정할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잘 도와줬다”고 했다.

연내 기부 플랫폼 상설화…재미는 UP

하지만 이런 난관도 이제 대폭 해소될 전망이다. 토스가 기부 서비스를 지금까지의 시즌 이벤트가 아닌 상설화하기로 해서다. 임지훈 프론트엑스 UX 엔지니어는 “기부가 유쾌하고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어느 정도 (토스 길드가) 심어놨다고 생각한다”며 “좀 더 효율적으로 기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의 플랫폼화를 통해 개발 속도를 극단적으로 단축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 PM은 “기부 이벤트를 플랫폼화해서 언제든 기부할 수 있게끔, 재미있는 형식으로 진행해볼 계획”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은 논의 중이며 개시일은 미정이나 최대한 올해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설화로 산타 자격증 등 발급되는 아이템들이 휘발되지 않고 수집이 가능해져 이용자들의 재미와 뿌듯함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토스 기부 길드 4인. (왼쪽부터) 임지훈 프론트엔드 UX 엔지니어, 박은식 프론트엔드 UX 엔지니어, 김유라 브랜드 디자이너, 이현정 프로덕트 매니저(PM). [사진 신인섭 기자]
끝으로 기부 길드 구성원은 모두 ‘감사함’을 입에 담았다. 임 엔지니어는 “토스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기부 길드에 합류했다”며 “결국 그 가치를 이룰 수 있게 돼 행복하고 이용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엔지니어는 “기부 서비스는 토스에서도 이용자 피드백을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제품”이라며 “저희가 피드백들을 실시간으로 다 보는데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디자이너는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산타로 만들어줘서 고맙다’ 등 의견을 보고 뿌듯했다”고 했고, 이 PM은 “이벤트가 잘 노출될 수 있도록 전사적으로 도움을 줘서 고맙다. 상설화하는 기부 플랫폼에서도 이용자들이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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