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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시장 이끄는 노보 노디스크...K-바이오의 추격

[비만 정복, 새 물결 인다]③
투약 기간 늘리고, 제형 바꾸고
韓 업체들, 비만 치료제 개발 박차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노보 노디스크 북미 본사.[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의약품 시장은 후발주자가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다. 기존 치료제보다 좋은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하고, 의료진과 환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질환의 특징에 따라 선택받는 약물이 다르기도 하다.

환자들이 특정 질환에 걸렸을 때, 생존율이 높지 않은 경우라면 약물 치료 효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자주 맞아야 하거나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물은 환자가 얼마나 쉽고 편하게 약물을 투약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의약품의 가격 또한 해당 약물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비만 치료제 시장은 관련 의약품을 가장 먼저 내놓은 덴마크 다국적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사실상 이끌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수년 전 미국에서 자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를 출시했고 이후 또 다른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내놨다. 노보노디스크는 삭센다와 위고비, 두 의약품 인기에 힘입어 한때 유럽 기업 중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와 몇몇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뒤를 바짝 쫓는 기업은 일라이 릴리 외에도 많지만, 결국 시장에서 소수 기업의 비만 치료제만 살아남아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후발주자들의 고민…어떻게 차별화할까

비만 치료제를 뒤늦게 개발 중인 후발주자 기업들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개발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가격과 유통 등에서도 효과적인 전략을 구상해야 해서다.

실제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은 기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와 위고비 등과 다른 연구개발(R&D) 전략을 꾀하는 모습이다. 우선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호르몬을 추가로 탐색하고 있다.

당장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도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인 삭센다, 위고비와 달리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 작용제(GIP RA)를 추가로 활용해 체중 감량 효과를 높였다.

비만 치료제 투여 빈도도 줄여 환자의 투약 편의성도 높였다. 삭센다는 매일 투여해야 했지만,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면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전략을 선택한 모습이다. 우선 한미약품은 자사의 약물 투여 기술 플랫폼 랩스커버리를 활용해 일주일 1회 투약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이 약물을 빅파마인 사노피에 넘겼는데, 사노피가 당시 이 물질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약물을 투여한 환자들의 혈당과 혈압, 체중이 줄어드는 점을 확인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미약품은 이 물질이 투여 환자의 체중을 줄인다는 점에 주목해 지난해 중순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추진하기 위한 계획도 승인받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GLP-1과 같은 인크레틴 호르몬을 15년 이상 연구한 기업”이라며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R&D와 사업개발(BD) 역량은 이미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일동제약과 LG화학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일동제약은 GLP-1 RA인 비만 치료제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이 약물은 현재 임상 1상 단계로 한미약품이나 다른 국내 기업과 비교해 개발 속도는 늦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개발 진행 상황에 따라 당뇨병과 비만 등 대사질환에 초점을 맞춰 약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LG화학은 개발하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LB54640을 해외 기업에 수출했다. 이 약물은 희귀비만증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삭센다와 위고비 등 기존 비만 치료제와는 작동 방식이 다르다. 앞서 LG화학이 비만 환자 96명을 대상으로 LB54640를 4주간 투약했더니 이들 환자의 체중은 최고 용량을 투여했을 때 최대 3% 줄어들었다. 이 물질을 넘겨 받은 신약 개발 기업은 올해 상반기 내 임상 참여 환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약물 투여 제형을 더 편하게 바꿔 시장 공략에 나서는 기업도 많다. 대원제약은 국내 바이오 기업인 라파스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를 패치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패치에 붙은 미세 바늘을 통해 약물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식이다. 기존 비만 치료제는 자가 주사 형태라 환자가 거부감을 느낄 수 있고, 때로 염증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패치 형태는 투약이 간편하고 약물 전달 지속성이 높은 데다 통증도 적다.

펩트론은 GLP-1 계열의 약물이 약효를 오래 유지하도록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생분해성 고분자로 펩타이드를 감싸, 펩타이드가 우리 몸으로 천천히 방출되는 원리다. 비만 치료제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환자들이 비만 치료제를 더 낮은 빈도로 투여할 수 있다. 펩트론은 위고비를 비롯한 기존 비만 치료제에 이 기술을 적용해서 한 달에 한 번 투여해도 되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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