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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성장기 진입한 크리에이터 시장, 커머스에서 새로운 기회 올 것” [이코노 인터뷰]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향후 커머스와 결합해 폭발적 성장 전망”…해외 시장 공략 나선다

송재룡 대표가 트레져헌터 캐릭터 ‘쿼카씨’를 소개하며 웃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대담=최은영 이코노미스트 국장·정리 원태영 이코노미스트 기자] 과거 TV 속 스타가 10대와 20대들에게 우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유명 배우나 가수 등은 여전히 스타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10대와 20대들에게 TV 속 스타 못지않은 우상이 있다. 바로 ‘크리에이터’(창작자)다. 

과거 활동 플랫폼에 따라 BJ·스트리머·유튜버 등 다양한 용어로 불렸던 이들은 최근 크리에이터로 주로 불리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크리에이터가 자기 창작물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또는 산업 전반을 뜻한다. 미국 금융사 골드만삭스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3년 기준 2500억 달러에서 오는 2027년 48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크리에이터가 각광받으면서 함께 주목받는 산업이 있다. 바로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 산업이다. MCN은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가 많은 1인 혹은 중소 창작자의 ▲콘텐츠 유통·판매 ▲저작권 관리 ▲광고 유치 ▲자금 지원 등에 도움을 주고 콘텐츠로부터 나온 수익을 창작자와 나눠 갖는 미디어 사업을 말한다. 연예기획사가 연예인을 관리하듯, MCN 사업자는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MCN 산업과 관련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MCN 산업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를 만나 크리에이터 및 MCN 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MCN 산업 뼈대 만든 송재룡 대표 

트레져헌터는 그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트레져헌터 설립 전인 지난 2013년 송 대표는 CJ ENM에서 신규사업팀 팀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CJ ENM은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미디어 회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내부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당시 팀장이었던 송 대표는 미국의 유튜브 MCN 사업을 눈여겨봤고 이를 회사에 제시했다. 이렇게 탄생한 국내 최초 MCN인 다이아TV는 그가 CJ ENM 시절 만들어낸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송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창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의미다. 그는 “원래 창업도 모르고 주식도 모르고 책 보고 글만 쓰던 사람이었다”며 “불현듯 창업하게 됐다. 좋게 말하면 운명처럼 하게 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벼락 맞은 것처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창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그가 트레져헌터를 창업한 것은 MCN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2015년 1월 MCN 전문 회사인 트레져헌터를 설립했다. 송 대표가 설립한 트레져헌터는 ‘콘텐츠라는 보물을 찾는 사람들’을 뜻한다. 

MCN 사업에 빠삭한 송 대표가 회사를 설립하자, 수많은 곳에서 투자 제안이 왔다. 실제로 트레져헌터는 2015년 한해에만 15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았다. 네시삼십삼분 외 3개사가 67억원을, DSC인베스트먼트가 40억원을, SK텔레콤이 50억원을 각각 트레져헌터에 투자했다.

그는 “이 일과 사랑에 빠지다 보니, 어느 순간 대표가 돼 있었고 직원을 뽑게 됐다”며 “감사하게도 창업 당시 인터뷰도 제의도 많이 오고 투자 제안도 많이 받았다”고 당시 감회를 밝혔다.

트레져헌터는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다. 2017년 6월에는 말레이시아 기반 투자사인 링크투 인포테인먼트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투자 유치했고, 같은 해 10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트레져헌터 SEA’를 설립했다. 이후 2017년 12월에는 중국 및 홍콩 사업을 위한 ‘트레져헌터 글로벌’도 설립했다.

트레져헌터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2022 아시아 태평양 고성장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매년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인 스태티스타와 함께 기업의 연도별 수익·비즈니스 모델·연평균 성장률 등 다양한 선정 기준을 마련해 대륙별 500대 기업을 선정한다. 2022년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1만5000개 회사를 대상으로 2017년부터 2020년의 사업 실적을 심사 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선정 대상은 한국을 비롯해 호주·인도·일본·인도네시아·싱가포르·대만 등 11개 국가 기업이다. 한국 기업은 트레져헌터를 포함해 총 52개 기업이 꼽혔다. 트레져헌터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디어 분야에서 8위에 선정되며 국내 1세대 MCN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받았다.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크리에이터 영입 비결은 ‘직감’

송 대표에게 크리에이터 영입 노하우에 대해 물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영입을 위한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직감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각각의 크리에이터가 가지고 있는 외모, 목소리, 콘텐츠 등이 모두 다르다”며 “회사에서 나름대로 구축한 데이터를 통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크리에이터를 찾는 작업을 먼저 진행한 뒤 직접 만나보고 계약을 진행한다”며 “어떤 크리에이터가 급성장할지는 객관화해서 말하기 조금 어렵다. 그동안 쌓인 시장 경험과 더불어 직감이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트레져헌터는 크리에이터의 구독자 수 등을 지표로 삼아 생애주기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초창기 구독자 10만명까지, 10만명부터 50만명까지, 이후 100만명을 넘어섰을 때 등등 크리에이터 생애주기별 필요한 부분이 각각 다른 경우가 많다”며 “해당 생애주기별 밸류를 제공하고 계약 유형을 바꾼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수익에 대한 체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며 “점점 표준화돼 가고 있는 단계다. 크리에이터와 굉장히 합리적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레져헌터는 올해로 설립 10년 차를 맞이했다. 송 대표는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를 하는 법인이 많이 늘어났고 요즘은 다 유튜브를 하는 세상이 됐다”며 “10년 전이 국도였다면 이제는 10년 만에 고속도로가 다 개통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장비 등 제반 환경이 좋아졌고 유튜브 채널 관련 책도 많이 나왔다”며 “예전에 이런 책들이 없을 때는 유튜브 채널을 어떻게 만드는지, 광고는 어떻게 붙이는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다들 쉽게 학습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현재 크리에이터 시장이 고도성장기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커머스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에 온라인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사던 것이 이제는 라이브 커머스나 유튜브 쇼핑 등 콘텐츠를 보고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시장으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이 콘텐츠 광고 수익 등으로 시장이 형성돼 왔다면, 앞으로 10년은 크리에이터 채널 기반의 쇼핑 커머스 마케팅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변곡점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글로벌 시장 성공 가능성도 높게 봤다. 그는 “이미 뷰티·먹방·게임 등은 해외 팬들이 많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최근 여러 국내 크리에이터들이 출연하는 인플루언서 생존 서바이벌 ‘더 인플루언서’ 방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송 대표는 해당 방송에서 글로벌 스타가 탄생한다면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위상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 대표는 이렇게 높아진 K-브랜드의 위상을 커머스와 연결해 MCN 사업을 재편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트레져헌터는 2023년 6월 글로벌 마켓에서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K팝 아티스트들의 앨범과 굿즈 등을 각종 이벤트와 연계해 판매하는 전문몰 ‘보물샵’을 론칭하기도 했다. 첫 타깃은 중국어권 시장이다.  

국내 크리에이터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은?

현재 트레져헌터는 크리에이터 지원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직접 브랜드 채널을 운영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기업 요청을 다 받는 것은 아니다. 성인용품이나 검증이 안 된 제품들은 받지 않고 있다. 

2023년 12월에는 이데일리M과 뉴미디어 전략 확보를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콘텐츠 협력·대외 행사 프로그램 협업·마케팅 연계를 위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상호 협력할 방침이다.

송 대표는 “뉴미디어의 트레져헌터와 미디어그룹인 이데일리M은 각 분야의 전문 기업들로 향후 양사의 콘텐츠 제작, 마케팅, 네트워크가 더 폭넓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양사의 협력으로 서로 윈윈이 되는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특히 당분간은 ‘K포럼’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트레져헌터는 최근 에이전트 중심의 MCN 모델에서 탈피,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차세대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존 MCN 업무인 ▲매니지먼트 ▲콘텐츠 제작 ▲장비·시설 지원 ▲법무·세무 지원에 이어 크리에이터와 관련한 신규 IT기술 ▲비즈니스 모델 ▲커뮤니티 플랫폼 ▲기타 서비스 등을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크리에이터 상품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브랜드 상품 개발·판매 협력 등 크리에이터 고유의 수익모델 개발 및 고도화를 지원하고 법인 설립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법인인 ‘트레져헌터 글로벌’을 통해 브랜드 현지화 지원, 신규 판로 개척, 글로벌 마케팅, 해외 네트워크 개발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송 대표는 “누군가는 광고를 원할 것이고, 누군가는 굿즈 생산을, 누군가는 해외 진출을 원하는 등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다”며 “생애주기별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령 이제 막 광고를 받는 단계라면, 안정적으로 광고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채널이 더 성장해서 구독자 100만명·200만명이 넘어가면 채널 지분 매각 및 투자 등을 함께 검토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종단계에서 채널이 기업화되면, 크리에이터와의 협상을 통해 해당 채널을 트레져헌터 그룹사로 편입시켜, 그룹 전체 매출을 늘리고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최소 20%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내부에서는 이를 ‘헌터 패밀리’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올해 매출 목표 1000억원…향후 IPO 재도전

트레져헌터는 향후 기업공개(IPO)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레져헌터는 2021년 11월 한국거래소에 사업 모델 특례 상장을 기반으로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해 ‘MCN 상장 1호’ 후보로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2022년 5월 상장 예비 심사 철회 의사를 밝혔다.

송 대표는 “올해부터 실적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이익을 확실히 내고 올 연말까지 연결 매출 1000억원 정도를 만들어놓고 내년 초 상장을 생각하고 있다”며 “회사 창업 첫해는 매출 20억원 정도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 700억원 정도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레페리 등을 포함해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700억원에 흑자 10~20억원 정도를 예상한다”며 “앞으로 커머스쪽에서 폭발적인 매출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못됐다’ 소리를 듣더라도 돈을 벌 계획”이라며 “2023년에 700억정도 했으니 올해는 매출 1000억원을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올해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그는 “현재 상하이에 법인이 있는 중국 시장을 비롯해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의 시장 진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송 대표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CJ ENM 재직 당시 크리에이터를 바라보는 불신의 시선 속에서 그는 성공을 확신했다고 했다. 평소 성격이 내향적이라 사업은 생각하지도 않았다던 그는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일을 사랑하게 됐고, 일을 사랑하다 보니 어느 순간 회사를 설립하고 대표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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