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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 넓히는 행동주의 펀드…“기업 성과, 주주들에 돌려줘야”

[목소리 커진 행동주의 펀드] ③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국내 다수 상장사엔 이사회 100% 장악한 ‘지배주주’ 건재”
“주주환원은 자본의 효율적 활용 방법”
“이사회의 적극적인 견제 역할,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 의의”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사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장(국내 증권시장)엔 답이 없다.”

한국 증권 시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쉽게 외면받았다. 기업이 이익을 늘려도 주주에게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을 하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도 갈수록 심해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그 결과물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과 일본 증권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을 낸 코스피 지수는 이를 잘 반영한다. 

국내 증시가 자꾸 가라앉자 올해 윤석열 대통령부터 이를 해결하고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을 붙들고, 해외 투자자들에겐 국내 증권 시장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민간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하며 주주환원 확대 필요성을 이야기해 왔다. 이들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와 나눈다’라는 기본적인 자본주의 개념이 ‘기업을 힘들게 한다’라는 평가로 국내에서 오해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각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투자가 유치된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행동주의 펀드 활동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법을 물었다. 

Q.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을 설명한다면?

A. 기업 거버넌스나 비효율적 기업 운영 등으로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한 후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서한 발송, 주주권 행사 등 저평가 요인을 개선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삼는 펀드를 행동주의 펀드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장기간에 걸쳐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투자 수익률을 창출하는 것을 주요 운용 전략으로 삼는다. 

Q.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떻게 보는지.

A.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국내 시장에 특이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상장기업에 20% 이상의 의결권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이사회를 100% 장악한 ‘지배주주’ 그룹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는 미국, 일본에 비해 일반주주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이 만들어 진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일반주주들의 권리 보호가 취약해지고, 주가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타난다.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배당과 주가 상승을 합해 나오는 연이율)은 연 5%로 전세계 최하위권이다. 행동주의 전문 운용사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독립 자산운용사들이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일정 정도의 ‘젠틀한’ 행동주의를 채택한다는 점이 안타까운 상황이자 한국 자본시장의 현실이다. 


Q. 행동주의 펀드의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고 평가된다.


A.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안건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는 기업 거버넌스와 경영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주주제안 안건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지배주주 및 경영진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많은 주주가치 제고 조치들을 약속하게 된다. 이에 따라 거버넌스가 개선되고 주주가치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성공 사례도 존재하는데 ▲맥쿼리인프라의 수수료 인하(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에스엠의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얼라인파트너스)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중단(트러스톤자산운용) ▲남양유업의 심혜섭 감사 선임(차파트너스) 등이다. 

Q.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이익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있다.

A. 기업들이 딱히 좋은 투자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을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놓거나 저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국내 상장사들의 자본이익률(ROE)은 미국 등 주요국 대비 크게 낮다.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지는 주요 요인이다. 

“단기 이익에 치중한다”, “회사 장기 성장을 훼손한다”라는 비판이 있지만 주주가치나 국가 경제가 한정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 같은 이유로 도쿄증권거래소는 PBR1 이하 기업에 요구하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주주 요구수익률(통상 연 10% 이상)을 고려한 ROE 증대 방안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Q. 기관투자자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대한 견해는.

A. 행동주의 펀드 역시 기관투자자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방향성은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이 실제 주주총회 표 대결 상황에서 회사 측 안건에 찬성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 원칙상 아주 명백하지 않으면 회사의 기존 이사회 및 경영진 견해를 신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 및 경영진을 상대로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기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캠페인을 벌이고 주총 표 대결을 하는 이유는 이런 과정에서 기업이 주주들과 대화하기 시작하고, 이사회 내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일어나는 등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Q. 올해 행동주의 펀드 전망은?

A.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건수 등은 지난해 대비 정체되거나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여 캠페인을 하는 이유는 충분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노력 대비 충분한 성과를 얻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전개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은 사그라들 수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 충분히 증명되었듯, 기관투자자로서 적극적인 견제 역할을 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 의의는 자본시장 참가자 입장에서 매우 크다. 일반주주 권리 보호가 취약해 심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면 외국인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차라리 미국 주식 하자”라는 생각을 굳힌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행동주의 펀드들이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더 빠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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