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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항소’ 의식?…이재용, 승계 핵심 삼바 찾아 “도전 과감히”

이재용, 1심 무죄 선고 후 국내 첫 행보…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장 방문
검찰 “기업 가치 4.5조원 부풀려”…삼바 ‘최대 실적’에 힘 빠진 논리
“사업보국 실천”…7년 만에 매출 12배 상승, 고용 창출 효과 ‘톡톡’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아 5공장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 합병·회계 부정’ 등의 혐의에 핵심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16일 찾았다. 1심 선고 후 국내 첫 행보다. 앞서 법원은 지난 5일 이 회장에게 적용된 19개에 달하는 세부 혐의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이 회장은 선고 다음 날인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말레이시아 등을 찾아 시장 분위기를 살피고, 현지 직원들에게 설 명절 선물을 전한 바 있다. 해외 출장 후 국내 경영 행보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 방문을 택했다는 점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핵심으로 꼽히는 회계 부정과 관련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1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 8일 항소한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합병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약 4조5000억원 부풀렸다고 봤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 설립한 바 있다.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가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해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사 전환 후 이 회장이 지분 약 23%를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검찰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게 평가했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1심 선고에서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무죄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해선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아 ADC(Antibody-drug conjugate·항체-약물 접합체) 제조시설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 삼성바이오로직스

이 회장은 이 같은 1심 선고 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아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한계를 돌파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는 1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 8일 항소한 검찰의 핵심 논리 중 하나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검찰의 논리에 힘이 다소 빠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 기준 2023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3조6946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13% 늘어난 1조1137억원이다. 수주 금액 역시 약 3조5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신기록 행진에 동참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8% 늘어난 1조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장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5공장 현장과 현재 본격 가동 중인 4공장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으로부터 ‘기술 개발 로드맵’과 ‘중장기 사업전략’ 등도 보고받았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파른 성장에 대해 “선제적 투자 결단과 과감하고 지속적인 육성 노력이 만든 결실”이라며 “삼성은 2010년 바이오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6년 상장 당시 3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은 7년 만에 약 3조7000억원으로 약 12배 성장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2022년 생산 능력은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아  ADC(Antibody-drug conjugate·항체-약물 접합체) 제조시설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조성, 미래 기술에 선제 투자하고 국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조성한 2400억원 규모의 펀드다. 유망한 바이오 기술 기업 지분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성장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 사업보국을 실천하고 있다”며 “1공장부터 4공장까지 완공을 마쳐 제1바이오캠퍼스 구축을 완료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7조5000억원 투자해 제2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사업을 통해 매년 약 400명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또 협력사와 건설 인력 고용 창출 효과까지 합하면 2032년까지 약 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2011년 설립 당시 약 100명에 불과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직원 수는 약 4500명으로 늘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20대다. 실적 성장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납부하는 법인세 규모도 ▲2021년 약 1300억원 ▲2022년 약 2500억원 ▲2023년 약 26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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