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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확대 어렵자 ‘고금리 장사’ 나선 銀…가장 심한 곳은?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진정한 리딩 금융은③
5대 금융그룹 지난해 이자이익 49.2조원
‘농협은행’ 예대금리차, 5대 은행서 가장 커
“단기 예금인 시·도금고 등 많은 특수한 상황”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5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50조원에 육박하는 이자이익을 달성했다. 국내 경제는 저성장의 불황에서 허덕였지만, 금융그룹들은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호실적으로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만들 수 있었다. 가계대출 성장이 멈춘 가운데서도 금리를 높여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차)를 확대한 점이 호실적 배경이다. 기업대출 잔액도 크게 늘며 그룹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NH농협은행, 예대마진차 확대로 이익 높여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총 49조199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1712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은행별로 KB금융 이자이익이 12조1417억원(전년 동기 대비 5.4%↑)으로 가장 컸고, 이어 ▲신한금융 10조8179억원(2.1%↑) ▲하나금융 8조9530억원(0.6%↓) ▲우리금융 8조7430억원(0.5%↑) ▲NH농협금융 8조5441억원(10.6%↓) 순을 기록했다. 

그룹의 이자이익 중 84.1%는 최대 계열사인 은행에서 나왔다. 5대 은행의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총 41조3878억원으로 4.9%(1조9266억원) 증가했다. 은행별 이자이익을 보면 KB국민은행이 9조8701억원(6.2%↑)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신한은행 8조4027억원(4.2%↑) ▲하나은행 7조9174억원(4.1%↑) ▲NH농협은행 7조7616억원(11.9%↑) ▲우리은행 7조4360억원(0.2%↑) 순이다. 5대 은행이 모두 이자이익 규모를 확대한 모습이다. 

다만 5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증가율은 지난해 3.5%를 기록했다. 이자이익 증가율(4.9%)에는 못 미쳤다. 은행별 원화대출 증가율을 보면 하나은행 6.4%, 우리은행 5.9%, 신한은행 3.2%, KB국민은행 1.5%, NH농협은행 1.0% 순이다. 은행들은 고물가·저성장 여파로 대출 자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대출 금리를 높이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이자이익을 확대할 수 있었다. 

5대 은행의 가계예대금리차 추이 비교
특히 은행권에서 주목을 받은 곳은 NH농협은행이다. 원화대출금 증가율은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자이익 증가율이 11.9%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예대금리차 확대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2년 전부터 공시하기 시작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NH농협은행의 가계예대금리차는 1.74%포인트(p)를 기록해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가계예대마진차는 0.77%p, KB국민은행은 0.72%p, 하나은행은 0.53%p, 신한은행 은 0.43%p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의 지난 한 해 평균 가계예대금리차 역시 1.27%p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가계와 기업, 정책서민금융까지 모두 합한 예대금리차도 마찬가지로 NH농협은행이 1.52%p를 기록해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고, 이 수치가 가장 낮은 신한은행(1.08%p)과 비교하면 0.43%p로 차이가 컸다. 예대금리차가 다른 은행보다 크다는 것은 예금금리에 비해 대출금리를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NH농협은행이 이 같이 예대금리차를 키운 결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1조78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순이익은 2조238억원이다. 순이자마진(NIM)은 1.96%(카드 제외 시 1.83%)를 기록해 KB국민은행(1.83%), 하나은행(1.52%), 신한은행(1.51%), 우리은행(1.47%)보다 높았다. NIM은 은행의 주요 수익성 지표로,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다만 NH농협은행은 특수한 상황 때문에 예대금리차가 높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시·도금고나 지방금고가 다른 은행보다 많고, 이 예금 만기는 보통 1~3개월로 짧을 뿐 아니라 내년 사업비축금 때문에 연말에 예금 만기가 잡히는 경우도 많다”라며 “이런 이유로 금고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와의 차이가 발생해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대 은행, 대출 자산 744조원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업무 관련 안내문.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가계대출이 정체되어 있는 동안 기업대출은 크게 늘면서 대출 자산과 이익 확대에 도움을 줬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4조6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241억원 감소한 692조4094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별 기업대출 잔액은 ▲KB국민은행 175조1573억원(전년 동기 대비 7.7%↑) ▲하나은행 162조460억원(11.9%↑) ▲신한은행 160조6834억원(6.6%↑) ▲우리은행 142조5460억원(10.3%↑) ▲NH농협은행 104조2237억원(5.7%↑) 순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대출을 바탕으로 하나은행이 지난해 순이익으로 3조4766억원을 기록, KB국민은행(순이익 3조2615억원)을 따돌리고 리딩뱅크를 수성했다고 본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9%에 그쳤다. 우량 기업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늘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기업대출에 강한 은행이 되고 있는데 오랜 기간 기업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온 결과”라며 “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어 기업대출 규모를 얼마나 확대하느냐에 따라 은행 순위가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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