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최종안 아닌 '시작'…“긴 호흡 가지고 갈 것”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서 산·학·연 및 금융당국 패널토론 진행
금융위 “유관기관과 국내 자본시장 새로운 관행·문화 정착 노력할 것”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최종안이 아니라 시작으로, 유관기관과 함께 우리 자본시장의 새로운 관행과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가겠다"
2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사회를 맡은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이같이 말했다.
안 원장은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서 세제 지원 구체화와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이러한 노력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는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상무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 ▲정병준 리노공업 상무 ▲정인철 포스코인터내셔널 상무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주목할 점은 밸류업 지수라는 것이 이제 거래소 주도 아래 개발되고, 그것에 따라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회사들은 상장지수 집합투자기금 ETF를 상장시킬 것"이라며 "밸류업 지수가 원활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연기금이나 대형 기관들이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지수와 관련된 파생 상품이 적극적으로 개발된다면 밸류업 지수가 더욱 잘 활용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자기자본이익률(ROE)8%, 페이아웃 20% 등 저평가와 고평가 사이의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이 명확할 경우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표하고 이행 평가를 할 때 목표를 설정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저평가돼 있는 중견 이하의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라며 "자사주, 배당 투자 등 다방면에 걸쳐서 아주 실질적이고 강력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또 "기업의 밸류업 계획 공표 관련해서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부담을 덜기 위해서 거래소 지원 계획 중에서 교육비나 컨설팅 부분 등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외이사 역할 매우 중요…전체 주주 이익 대변해야"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책임실장은 기업 밸류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사회의 직접적인 관여'를 강조했다. 이 실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등기 임원이나 경영진의 보수와 연계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외이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해 특정 주주만이 아닌 전체 주주 입장에서의 이익이 대변되도록 기업 가치 개선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와 같은 기업가치 개선의 결과 등을 사외이사를 통해서 시장과 소통함으로써 관여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 매입을 하더라도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주주 환원 효과가 굉장히 제한적이다"며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현실적으로 시가총액 산정 시 발행 주식 수가 아니라 유통 주식 수로 산정을 하면 최소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좀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증여세 문제는 국민 정서상 쉽지 않은 주제고, 세제 당국과도 협의가 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PBR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 약간의 상속세나 증여세를 조금 감면해 주는 전향적인 방안을 찾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행동주의를 실현을 하더라도 민간 투자자는 상당히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세제나 혜택을 줘서 장기 보유에 대한 조금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 일본 등 해외 모범 사례 참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기가 아닌 오랜 시기 전부터 준비됐으며, 일본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외 국가들의 기업 밸류업 사례가 분석됐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유산업실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꽤 오랜 시기 전부터 준비를 했고, 이제 시발점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계속 보안 연구를 하겠다”며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등 일본 이외에 주요 거래소의 거버넌스 개선 권고 사항 등을 많이 참고했다. 일본뿐 아니라 해외 많은 국가들에서 이런 기업 가치 제고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 상장 기업은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높고 일본은 내수 비중이 높다. 그리고 기업 성장 단계에서 측면에서 보면 일본은 이제 성장기보다는 안정기와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며 “산업이나 성장 단계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너무 주주환원 확대에만 강조하는 것은 기업 성향이나 섹터를 고려해 보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1950년대 이후에 기업 소유 구조가 많이 분산됐지만 한국은 이제 성장 과정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조금 높은 측면이 있다”며 “일본은 공적 연금, 중앙은행,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 등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반면에 한국은 최근 개인 투자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점이 일본 시장과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발표한 기업 밸류업 방안의 일본과의 차별점이 일본은 이제 자율 공시를 하긴 했지만 저희는 이제 상세 가이드라인에 특별히 기업 지배구조 현황 및 평가 부분 등을 좀 넣고 상황에 맞춘 투자 지표와 수익 지표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 부분을 포함한다라는 것이 차별점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패널티보다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점뿐 아니라 제일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스튜어드쉽 코드가 반영되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자율적 공시를 강행 규정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튜어드쉽 코드라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서 탈 석탄 정책과 비슷하게 연기금, 위탁 운용사들은 기업 가치 제고를 공시한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가능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국내외 대형 연기금의 한국 주식 투자 수요 기반을 크게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저 PBR 테마주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본 동경 거래소도 최근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PBR을 무조건 1 이상으로 올리라는 취지가 절대 아니라고 강조를 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저 PBR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이제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장 기업 '자발성'이 밸류업 프로그램 성패 좌우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상장 기업의 ‘자발성’을 꼽았다.
정 상무는 “인력 구성 프로그램은 크게 상장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거래소 중심의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장 법인인 것 같다”며 “상장 법인이 스스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시장, 주주와 소통하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컨셉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지원 방안이 성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거래소는 지원 체계 중심에 있기 때문에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보완시켜 우리 시장에 빨리 안착 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둔화되는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접근성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경영 확립의 3대 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2022년부터 발표되는 과제지만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 미공개 매수 제도, 전환사채 제도, 자사주 제도, 인수합병(M&A) 제도 등을 개선하는 과제들이 발표되고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국장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이라며 "정부 유관기관은 물론 중장기적 시각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시장과 소통하고, 투자자들의 투자가 촉진될 때 기업이 성장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그 성장의 과실은 다시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발표 내용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최종안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가치가 우리 자본시장의 새로운 관행과 문화로 정착하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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