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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심사 무난히 통과할 것”...대한민국 항공 산업, 지금부터가 시작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③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2단계 심사 진행…올해 상반기 마무리될 것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한국 항공 산업 체질 개선 중요한 계기 될 것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 항공기 등이 세워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중 가장 까다롭다고 하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EU 경쟁당국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및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시정조치를 전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쟁당국 역시 2단계 심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물론 미국 경쟁당국인 법무부의 심사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법무부는 자국 저비용항공사(LCC)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미국 법원은 법무부의 편을 들어 양사의 합병을 저지하는 판결을 냈다.

마치 이러한 사례를 의식한 것 같다. 미국 법무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독점 우려 노선인 인천발 로스앤젤레스(LA)·뉴욕·하와이·시애틀·샌프란시스코행 슬롯을 신생 LCC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에 양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막판까지 EU 경쟁당국 심사에서 쟁점이었던 항공 화물 사업 경쟁제한 우려도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분 매각 결정으로 해소하려고 한다. 미국 법무부 심사에서도 무난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미국 법무부의 심사까지 올해 안에 잘 통과한다면, 2024년은 대한민국 항공 산업 재편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러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계기로, 우리나라 항공 산업은 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발걸음을 딛게 될 것이다.
 
애초에 2개의 대형항공사(FSC)와 9개의 LCC는 우리나라의 인구·영토·경제력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은 규모였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지속적인 적자 누적, 수백에서 수천 퍼센트(%)에 이르는 항공사의 부채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인구가 1억명이 넘는 섬나라로 국내선 비중이 높은 일본도 한국보다 적은 수의 LCC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항공 시장을 살펴보면 2개 이상의 FSC를 운영 중인 국가들은 대부분 인구 1억명 이상의 국가들이다. 인구가 5000만명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2개의 FSC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 측면에서도 정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즉 국적사 통합은 경쟁력이 약화한 한국의 항공산업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미주 및 유럽의 주요 항공사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항공 산업을 재편하고 기초 체력을 키워왔다. 각국 정부는 정책 및 금융 지원을 통해 자국 국적사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주력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제라도 국적사 통합을 통해 항공노선 네트워크의 최적화 및 항공기 운영의 효율화 등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다양한 운항 시간대 제공 및 환승 편리성 증대 등과 같은 소비자 편익을 강화해야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통합 항공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항공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늘 앞장서서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무엇이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대한민국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필요한 걸림돌이 없는지, 제도와 규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해외 국가들과 같이 자국 항공 산업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보복 소비 심리로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다.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여객 수요 회복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대 국적사의 영업이익은 항공화물 가격 하락, 고정비용 증가,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한 3고(유가·환율·금리)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향후에 지난 2년간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이번 국적사 통합을 통한 항공 산업 재편은 코로나 이후 시대의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판가름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단일 국적사 출범 및 항공 산업 재편을 통해 항공업계, 정부, 채권단 모두 각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기보다 힘을 합쳐서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이 비상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길 기대해 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황용식 교수는_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시간주립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 럿거스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문경영인학회장·민간항공경영연구소장·한국항공재단 사외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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